75호 KBS 기자협회보 (2020.3.10)

‌관료주의와 비밀주의, 그리고 언론자유 말살이 가져온 중국의 비극

강민수/베이징 특파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지난해 11월 13일. 베이징에서 흑사병 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짤막한 뉴스. 앞뒤 잴 것 없이 흑사병 환자가 입원한 곳을 수소문해 직접 가봤다. KBS베이징 지국과도 멀지 않은 차오양 병원 응급실에 가봤더니 전혀 흔적도 동향도 없다.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니었다. 흑사병 환자들이 어젯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잠복기를 고려해 최소 6일은 폐쇄해야 하는 응급실에 일반 환자와 가족들까지 돌아다닌다. 마스크도 안한 채. 십여 분 취재를 하다 갑자기 겁이 난다. 이러다가 내가 감염되면? 서둘러 빠져 나오는데 환자의 가족처럼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의 점퍼 사이로 뭔가 반짝거린다. 분명 카메라 렌즈다. 도대체 응급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중국 기자들도 궁금했던 것이다.

당시 특파원리포트 기사를 통해 중국의 흑사병 대응을 비판했다. 사스 당시 지독한 관료주의와 비밀주의로 전 아시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이 17년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이미 그때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기 전 하나의 아주 작은 전조 현상일 뿐이었으니. 걱정만 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대사건의 전조 흑사병 취재...영화 같았던 중국 엑소도스로

기억하기도 좋은 2019년의 마지막 날.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집단 발병했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연말 연초 분위기에 묻혔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관영매체가 우한 폐렴 유언비어 유포혐의로 8명을 처벌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8명 중 한 명이 바로 끝내 숨진 리원량 의사다. 경험상 중국에서 이 정도 예민하게 반응하면 뭔가 있는 거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1월 23일 중국이 우한시를 전격 봉쇄하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간다. 당시 외신 기자들은 중국의 발표를 불신하며 비판적으로 쓰고 있었지만 중국인들 상당수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었던 만큼 혼란은 컸다. 우한이 봉쇄되기 직전 KBS 취재팀이 현지를 취재할 당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우한 시민은 불과 열에 한 둘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의 당사자가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베이징시 보건 당국에서 KBS에 연락이 왔다. 우한 현장취재를 다녀온 직원들이 2주 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이징 지국 10명 직원이 이미 함께 사무실을 사용해온 만큼 밀접 접촉자까지 전원이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사무실 격리팀과 자가 격리팀으로 역할을 나눴는데, 집에 가족이 걱정이다. 때마침 한국 기업 주재원과 가족들의 철수 소식이 들린다. 이미 한국행 비행기 푯값이 급등하고 있었고, 오늘 것은 매진이란다. 이미 학교는 폐쇄됐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중국에서 벗어나기도 힘들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여기저기서 가족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비규환,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재난 영화의 도입, 딱 그 장면이다.

‌우한 실상 전하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

봉쇄된 우한의 실상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가 없다. 중국 당국의 통제를 뚫어야 하는 것은 부차적 문제, 위험 지역에서 취재를 하다 나 스스로가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고민이 생긴다. 이미 타사의 모 특파원 후배는 봉쇄된 우한에서 빠져나온 과정을 기사화 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길인가?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현장도 가지 못한다면 방법은 전화취재다. 그리고 용감한 시민들이 전하는 유튜브와 SNS. 의사 리원량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였다. 올리는 족족 중국 인터넷판공실이 삭제하지만 그래도 소식은 퍼진다. 리원량이 유언비어 유포자에서 중국의 제갈량으로 칭송받기 시작할 때 그가 감염돼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이것저것 찾아서 어렵게 기사화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리원량과 허위사실 유포에 관해 이례적인 발표문을 낸 것도 매우 인상 깊었다. 리원량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전문을 읽어보면 중국 사회, 중국 정부에 던지는 뼈있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중국 특파원 3년 동안 중국 당국의 발표 중 이정도 명문은 읽어보지 못했다.

2월 6일은 앞으로 중국에서 유명한 기념일이 될 것이다. 그날 새벽 집에서 새벽 근무를 하고 있는데 리원량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사망이다 아니다 혼란스러웠던 몇 시간이 지났을까 우한시 위생건강위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그 순간 눈물이 흘렀다. 정치 논리로 억울하게 겁박 당했던 한 양심적 지식인의 고뇌에 공감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소명을 다하려 했던 도량에 감복했고, 중국에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라고 일침을 놓았던 자율적 세계 시민의식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리원량은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이 경찰서에서 반성문까지 쓴 것에 대한 상당한 자괴감을 부인에게 토로한 바 있다.

‌중국이 초토화 된 근본적인 이유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게 된 근본적 이유는 중국공산당과 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지독한 관료주의와 비밀주의, 그리고 언론자유 말살 때문이다. 지금 언론 보도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태 초기부터 줄곧 낙관론에 근거한 소극대응, 한 박자 늦은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바로 드러날 거짓말을 계속 반복했다. 중국인들은 완전한 피해자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양심도 능력도 없었다.

봉쇄된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병원 문턱을 못 넘고 집에서 앓다 죽어갔는지 이것이야 말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사태 초기 사람 간 감염이 안 된다고 하던 때 수많은 중국인들이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집단 감염됐다.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도 소중한 사람을 대신해 줄을 섰던 환자 가족도 모두 그렇게 감염됐다. 그들이 그렇게 방치돼 있을 때 중국 전역, 심지어 전 세계에서 지원해준 의료용품은 줄줄 새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지 못했다. 그리고 공산당원은 공무원들은 세상에 그럴듯하게 보여줄 만한 숫자 놀음에 골몰하고 있었다. 중국 지도부는 감염병이 무서운 게 아니라 감염병이 초래하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그로 인해 자신들이 나중에 감당해야 할 정치적 후폭풍에 더 걱정이 많아 보인다.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을 1월 25일 설 당일, 중국 관영CCTV에선 하루 종일 아나운서와 출연자들이 웃고 떠들고 노래 불렀다. 시진핑 주석은 우한이 봉쇄되는 날 일종의 신년 메시지에서 우한의 폐렴 사태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장면이 나아겐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안전지대가 뒤바뀐 기막힌 현실

이 글을 쓰는 도중 우한의 모습이 한국의 대구에서 재연되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격무에 쓰러지는 의료진의 모습, 병상 부족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들. 집에서 기다리다 숨진 환자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보도한다. 한국이 늑장대응, 소극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한다.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요란하게 격리시키고 있다. 감염병의 역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중국 국내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한 조치다. 이제 중국은 안전해졌고, 한국 등 주변국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선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인 입국제한으로 갑론을박 하던 상황이 무의미하게 돼버린 현실이다. 중국인들은 이제 한국이 훨씬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에 “중국의 과도한 조치”를 항의했다. 그런데 관영 환구시보가 “이는 외교 문제가 아니라 방역의 문제여서 양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의 완패다. 그동안 중국을 추상같이 비판해왔던 만큼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전염병을 막으려면 의학적 판단만 적용해야 한다. 전염병을 정치적 논리, 외교적 논리로 풀려면 오류가 생긴다. 전염병을 간과해 정치 외교적 판단을 의학적 판단에 앞세웠다면 그것은 더 심각한 잘못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것은 없다. 우리나라 정부가 전염병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중국이 보인다.

‌있는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게 언론의 책임

언론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이 정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란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난 상황에서 언론은 가장 아픈 곳까지 있는 그대로 실상을 전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순간 언론이 아니다. 정확한 실상이 공개돼야 정확한 정책과 대응도 뒤따른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해왔다.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와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비판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사들이 정치적인 판단이나 입장 차이에 의해 때론 평가절하 되고 심지어 곡해되는 현실이다. 중국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언론의 숙명이다. 재난 상황에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 있는 가능성에 눈감고 합리적인 비판을 입막음하고 불편한 진실을 슬쩍 덮으며, 자유로운 표현을 옥죄는 명분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그게 중국의 교훈이고 반복되는 역사의 교훈이다. 숨진 의사 리원량은 "건강한 사회에 단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분야에 공권력의 지나친 개입에도 동의하지 못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우리 모두 분발하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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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AD의 눈물...언제까지 봐야 할까?

김민철/사회부 사건팀장

#‌1. ‌2월 23일. 사회부 제보전화로 ‘코로나19’ 관련 전화가 빗발치던 날이었다. 점심시간 도시락 식사를 하다 말고 전화 응대를 계속하던 제보AD M씨. “코로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KBS는 뭘 했냐”는 밑도 끝도 없는, 항의와 조롱 섞인 폭언을 수화기 너머로 듣고 있었다. 평소 조용하면서도 꼼꼼하게 일처리 잘하는 M씨였지만, 이 전화가 수차례 반복해 걸려오고, 친절히 안내해도 말꼬투리 잡고 괴롭히는 말들이 그치지 않자, 끝내 눈물을 흘렸다. KBS 사회부 AD로 일 해온 지 2년 만에 처음 흘린 눈물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날은 M씨가 퇴사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고맙다’며 손수 만든 선물을 돌린 날이었다.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당 9만 원짜리, 월급 80만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지만 2년 넘게 주말마다 성실히 일해 온 M씨에게, 우리가 선물을 주진 못할망정, 선물을 받다니... 부끄럽던 차에 M씨의 눈물을 보고 더 부끄러웠다.

지난해부터 베테랑 제보 AD들의 퇴사가 잇따랐다. 무려 2004년부터 일해 왔던 심야 AD H씨도 석 달 전 퇴사했다. 그녀는 16년 동안 일해 온 ‘제보의 달인’이었다. ‘국정원 요원 잠입설’까지 나올 만큼 일을 잘했다. 웬만한 기자 2~3명 몫을 해냈다. 그런데 아무도 퇴사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내가 물어보니, 세상에...임신 6개월이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임신 초기에도 우린 그 분에게 일주일에 이틀씩 밤샘 일을 시켰던 거다. 그것도 밤새 폭언과 욕설을 듣는 제보접수 일을. 헐…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서둘러 사스마리들과 간부들에게 알려 기자협회장과 함께 눈물의 ‘환송회’를 해줬다.

몇 달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시스템적 개선은 없다. 사회부 제보 AD들은 여전히 박봉에 비정규직이다. 그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외쳐줄 조합도, 협회도 없다. 심야 AD들의 경우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씩 밤을 샌다. 간간이 들어오는 중요 제보 몇 건을 챙기기 위해, 상당 시간은 시청자의 비난과 욕설과 잡설을 들으며 밤새 ‘총알받이’가 되어준다. 우리는 그들에게 극한의 감정노동을 시켜놓고, 한편으론 그 속에서 좋은 제보를 뽑아낼 고도의 취재력을 요구한다.

우리 회사에, 이렇게 고급 숙련도를 요구하면서도, 이렇게 처우가 저급한 일자리가 또 있을까?

현행법상 AD와 같은 ‘고객응대근로자’가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 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회사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산업안전보건법 41조). 그러나, 그 필요한 조치란 업무 일시 중단이나 전환, 휴식 연장, 치료 및 상담 지원, 고소 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시 증거 제출용 (녹음)자료 지원 등이다. 제보 전화를 받는 이상, 악성 제보는 늘 넘쳐나게 마련인 현실에서 이 법으로 AD들의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진 못한다.

노력은 했다. 제보요원도 충원했고, 제보전화에 ARS(781-4444 걸면 의견은 1번, 제보는 2번을 누르도록 함)를 달았다. 정신질환자나 반복된 폭언자의 번호는 번호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 휴게시간도 철저히 보장해주라고 매일 야근 기자에게 당부한다.

이게 최선일까? 한 후배는 비판한다. “공영방송사로서, 수많은 시청자의 목소리를 듣는 건 우리의 책무잖아요. 쓸 만한 제보 뽑아먹기 위해 비정규직더러 언어폭력 피해를 도맡으라는 건, 피해의 외주화 아닌가요?” 조직, 시스템, 인력운용상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단 얘기다.

‌#2. 글을 쓴 이유가 단지 제보 AD의 처우 개선 얘기를 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제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그에 비해 우리의 제보 접수 시스템과 우리 스스로가 제보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낙후됐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한번 생각해보자. 하루에 제보창 얼마나 들여다보는가? 이 제보를 사회부 기자들만 체크해야 하는가? 아니다. 보도정보창을 볼 수 있는 기자들은 모두다 제보창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부 이외 부서의 기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체크 못한다. 특히 요즘 코로나 같이 재난상황에서는 아예 사회부 내근자가 제보란의 제보를 단신창에 ‘복붙’해 다시 각 부서나 지역국 창으로 전송하고 있는 지경이다.

제안 하나 하겠다. 각 출입처에서 아침에 보고를 올릴 때 제보란을 훑어보고 자기 출입처 관련 제보가 있는지 체크한 뒤 내용을 보고란에 작성하는 게 어떨까? ‘조간보고’ 보다 훨씬 생산적인 일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현재 통합제보란에 하루 평균 2백건 가까이 들어오는 제보 가운데 스팸을 뺀 유효제보는 한 50건이 될 것 같은데, 극소수를 제외하곤 사장되고 있다. 활용도를 높여야한다.

물론, 제보 만능주의로 기울어선 안 된다. 제보는 진위를 검증해야 하고, 제보자의 주관적 생각을 걸러내야 하며, 단편적인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매일 쏟아지는 제보를 걸러내고, 분석하고, 축적하여 입체화하고, 출입처를 넘나들며 여러 제보들을 합쳐 의제를 키우고, 이걸 담당 기자에게 제공하는, ‘제보 매니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수뇌부 선배들에게 아뢴다. 출입처 혁파? 전문가와의 협업? 난 제보 취재가 또 하나의 중요한 ‘취재권법(拳法)’이라고 감히 말한다. 출입처 취재는 주로 정관계나 재계, 전문가 협업은 학계의 관점이 스며나오는 분야라면, 제보는 현장의 관점, 시청자의 관점을 알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3가지 취재 권법을 잘 섞어 쓰면 더 훌륭한 ‘싸움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나쁠 게 무언가?

쓸 만한 제보가 많이 오지 않는다고? 요청을 하면 된다. 지난해 태풍 때 시청자들이 수 만 건의 제보를 보내, 이걸 보여주며 타사를 압도했다. 그때 제보들은 왜 그렇게 많이 보내줬을까? KBS가 신뢰도가 높아서? 시청률이 높아서? 답은 간단하다. 재난 있을 때 우리가 특보를 제일 많이 했고, 특보 때마다 화면 좌상단에 카톡 모양의 제보요청 자막을 수시로 노출하며, 또, 멘트를 통해 제보 요청을 자주했다. 맞춤형 제보 요청을 하면 제보는 맞춤형으로 많이 온다. 현장K, 끈K, 뉴스특보 등 주요 시점에 제보 슈퍼 등을 통해 요청해보라. 쏟아진다.

‘제보가 몰려들던 옛 영광을 되찾은, 제보왕국 KBS’…아직은 꿈일 뿐이고, 눈앞의 현실은 악성 제보로 고생하는 AD의 눈물을 보고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나도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협회 선후배들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보와 제보AD에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 제보는 사회부만의 제보가 아니다. 보도본부 전체의 제보다. 제보 접수와 AD 관리, 제보 토스 등을 더 이상 사회부가 전담할 것이 아니라 별도 조직과 예산을 구축하고, 보도본부 전체 차원에서 맡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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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성 콘텐츠, 디지털에선 이렇게 유통해보면 어떨까요?
‌‘시사기획 창’ 사례로 살펴본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프로세스

이혜준/디지털뉴스기획부 기획자

뉴스랩 팀장이신 차정인 선배가 어느 날 재밌는 자료를 공유해 주셨다. ‘미쉐린 의혹 이슈 분석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어느 데이터 분석 업체에서 작성한 문서였다. 이 문서는 작년 11월 관심을 모았던 미쉐린 가이드 브로커 의혹 이슈를 언론사 보도와 포털 검색량을 통해 분석한 내용이었다. 그 이슈는 당시 우리 < 뉴스9 > 단독과 < 시사기획 창 >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바, 이와 관련된 검색량 역시 해당 보도가 나간 시점에 어느 정도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자료의 재미있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우리의 집중 보도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가이드 브로커 관련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점은 타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미쉐린 브로커 의혹 제보자가 그 생방송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증언하면서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큰 반응이 있었던 것. 우리가 아젠다를 던져 이슈 선점까지 잘 해놨음에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은 타 언론사였던 셈이다. 물론 그 라디오 프로그램이 단단한 팬 층을 기반으로 높은 청취율을 기록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살짝 과장해 죽 쒀서 누구 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 미쉐린 이슈 키워드 관련 네이버 검색량 변화 트렌드 >

그래서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때마침 우리 부서에서는 기획성 콘텐츠들의 디지털 유통 방안에 대해 고민해 오고 있던 터. < 시사기획 창 >에서 방송된 몇 아이템들의 디지털 유통 현황과 그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나름 의미 있는 시사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미쉐린 별과 돈 그리고 브로커’ 편의 경우 디지털 플랫폼에서 해볼 만한 기본적인 콘텐츠 유통은 대부분 실행한 사례였다. 본 방송 외에도 < 뉴스9 > 단독 리포트, 디지털기사, 자막뉴스, 미리보기 등 5개 유형 12개의 디지털 콘텐츠를 포털, 유튜브, SNS 등 다양한 플랫폼에 총 51건 유통하며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그 결과 12월 말 기준 총 조회수 45만여 건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 브로커 의혹을 단독 보도한 < 뉴스9 >(11월 12일 방송)과 본 방송인 < 시사기획 창 >(11월 30일 방송) 사이에는 약 2주의 공백 기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공백 기간에 타 언론사가 치고 들어와 우리의 제보자를 출연시켜 화제를 만들고 이슈 메이킹을 했던 것이다. (우리가 던진 아젠다로 말이다!) < 뉴스9 > 보도 이후에도 우리가 미쉐린 의혹 관련 콘텐츠들을 생산해 < 시사기획 창 > 본 방송일까지 지속적으로 유통했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붐업시킨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더 큰 사회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12월 14일 방송된 < 시사기획 창 > ‘유령수술, 누가 나를 수술했나’ 편 역시 함께 살펴 볼만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유령수술...’ 편은 디지털 플랫폼에 유통한 콘텐츠 건수가 총 34건으로 ‘미쉐린...’ 편의 51건 보다 낮았다. 그런데도 총 조회수는 ‘미쉐린...’ 편보다 더 높은 60여만을 기록하였다. 유통한 콘텐츠 수가 적었음에도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는 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콘텐츠 유통이 이루어졌다는 얘기. 어떤 차이점이 있었던 것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유령수술, 누가 나를 수술했나 > 본 방송일 기준 콘텐츠 유통 내역
① D-4 : 미리보기 영상 유통
② D-day : (오전)디지털기사1 유통 → (오후)본 방송
③ D+1 : 디지털기사2 유통
④ D+2 : (오전)디지털기사3 유통 → (오후)< 사사건건 > 취재기자 출연
⑤ D+5 : < 뉴스9 > 후속 기사 2건 방송, 자막뉴스 유통


‘미쉐린...’ 편과의 차이점이 보이는가? ‘유령수술...’ 편은 본 방송일 기준, 3일 연속으로 별도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집중 유통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유통한 디지털 기사는 포털에서 조회수 10만을 넘겼으며, 이 중 본 방송 다음날 내보낸 디지털기사는 18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본 방송 당일 ‘시사기획 창’ 검색량 역시 다른 방송 때보다 높아졌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방송 전 ‘유령수술’이라는 인상적인 키워드로 관심을 환기시키고 → 디지털 콘텐츠로 아젠다를 던져 → 본 방송으로 이어간 점, → 그 이후에도 추가 콘텐츠를 바로 유통해 우리가 던진 이슈를 계속 끌고 간 점이 ‘미쉐린...’ 편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 사사건건 > 생방송에 취재기자가 출연해 해당 내용을 직접 소개한 점, 후속 기사를 < 뉴스9 >에 내보내고 또다시 이를 자막뉴스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유통한 점 역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도출해 볼 수 있는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형식의 부가 콘텐츠 제작 및 유통 효과 확인
포털에서는 디지털기사가 더 높은 유통성과를 기록했던 반면에 < 뉴스9 > 리포트로 나간 영상은 유튜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점 등은 다양한 플랫폼에 각각 적합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함을 알려준다. 방송에 나간 < 시사기획 창 > 풀영상을 포털이든 유튜브든 그대로 올려봐야 큰 효과 없을 거란 얘기다. 포털에 맞게, 유튜브에 맞게,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맞게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는 콘텐츠를 더 제작해서 유통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엔 내외부 라이브 채널에도 기자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기도 하고 말이다.

2. 본 방송과 촘촘하게 연결되는 디지털콘텐츠 유통 일정 수립 필요

< 시사기획 창 > ‘미쉐린...’ 편은 < 뉴스9 >를 통해 선점했던 이슈를 2주 뒤 본 방송까지 이어가지 못했던 반면, 본 방송일 전후 3일간 각종 디지털콘텐츠를 연속 유통한 ‘유령수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었던 콘텐츠 유통량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조회수 기록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 물량 뿐 아니라 전략적 배포 일정 역시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뉴스기획부에서는 위 시사점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기획성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았다.

< 기획성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 프로세스 >

물론 현실적인 제작 여건 때문에 위 프로세스 그대로 쉽게 이행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례에서도 플랫폼 최적화 콘텐츠를 제작해 이를 전략적으로 유통했을 때의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방송된 < 시사기획 창 > ‘나 태어나도 될까요?’ 편은 본 방송 전날 < 뉴스9 > 리포트를 통해 선공개한 내용이 유튜브에서 5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이 선공개 영상은 각 종 커뮤니티에 대거 공유되며 큰 반응을 이끌어 내며 지금까지도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이 아이템을 < 시사기획 창 > 본 방송에서만 다루었다면 이 정도 관심과 화제성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디지털뉴스기획부에서는 제작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위 프로세스의 효용성을 확실히 검증하고, 실제 제작/유통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실험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방송 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콘텐츠 도달을 최대화 하고자 하는 취재진, 제작진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협업해 보았으면 한다. 이를 통해 KBS 디지털 콘텐츠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유통 프로세스를 함께 만들어 내는 청사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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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쉽게, 더 젊게...'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

김덕훈/시사제작1부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저리톡)가 시즌2를 시작한지도 2달째다. 언론학자 정준희, MC 정세진의 공백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두 ‘정’이 시즌1 동안 쌓은 장점을 회복하는 게 시즌2의 목표는 아니다. 새로운 패널·콘텐츠로 우리의 개성을 찾는 게 시즌2의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정파성 시비’에는 정면 승부

국내 언론 지형은 분명 ‘보수 편향’이다. 비평은 기존 업계 권력의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고, 잘못된 관행에 도전하는 일이다. 저리톡이 보수 언론 비평에 상당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시즌2때도 시즌1처럼 정파성 시비가 계속되리라 본다. 이 같은 ‘비평에 대한 비판’도 물론 환영이다. “왜 정부 비판하는 보수 언론만 겨냥하는가”하는 지적까지 포함해서다.

저리톡은 사실 관계가 ‘틀린 기사’는 (늘 그러했듯) 좌우를 가리지 않고 비평하겠다.

또 특정 언론사가 자신의 이념·가치관을 관철시키려 유리한 사실 관계만 끌어다 쓴 ‘편파 기사’는 정반대의 사실까지 모두 제시해 시청자 판단을 구하겠다. 이 과정에서 “물 타기 아니냐”, “비평을 가장한 정부 편들기 아니냐”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감수하겠다. 가치관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둔갑시키는 언론 관행은 분명 바꿀 필요가 있다.

“어렵다” 지적에는 쉬운 비평으로

영화 비평이 와 닿으려면 독자가 일단 이 영화를 알아야 한다. 이미 봤거나, 볼 분명한 계획이 있거나. 언론 비평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다. 시사 문제에도 관심을 두기 어려운데, 이 시사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비평하는 방송이라니!

‘언론 비평’이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방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즌2는 두 가지 해법을 마련했다.

본방에서는 임자운 변호사를 투입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수년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로서 반도체 산업재해 노동자를 대변해 온 인물이다. 임 변호사는 언론(학)의 눈높이가 아니라 시청자 눈높이에서 말한다. 시각 뿐 아니라 단어도 일상의 언어를 구사한다. 일반 시청자와 차이는 삼성과 다투며 자본 권력에 빌붙은 언론의 민낯을 봤다는 것 정도다. 언론을 책으로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그 폐해는 몸으로 겪어낸 사람이다. 일반 독자와 시청자가 그러하듯.

조선일보 등은 이를 두고 “(출연자가) 언론 비평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임 변호사가 J라이브에서 밝혔듯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데 대단한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언론학자’, ‘언론인’, ‘비평가’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언론 비평을 할 수 있나. 그런 법은 없다. 이치에 맞지 않으면 누구도 비판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임 변호사 같은 ‘일반인’의 비평도 뼈아프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보수 언론이 될 수 있도록 저리톡이 더 열심히 비판하겠다.


젊게, 더 젊게  ‘Zㅓ널리즘토크쇼Z’

디지털에서는 저리톡의 ‘십말이초’팀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십말이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시사 문제에 관심이 덜한 연령대를 겨냥한 프로젝트다. 이 연령대 시청자들의 현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맞춤용 방송인 ‘BJ깨시딩’과 ‘Zㅓ널리즘토크쇼Z’을 제작한다.

‘BJ깨시딩’은 본방 주제와 관련한 5~8분짜리 짧은 브리핑이다. ‘십말이초’ 연령대가 선호하는 1인 방송 형태다. ‘BJ깨시딩’은 언론 비평보다 그 주의 본방에서 다룰 현안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청자가 일단 현안을 알아야 그 현안에 대한 비평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에 관심이 덜한 시청층의 관심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십말이초보다 40~50대 시청층이 더 많다는 게 함정이다.

‘Zㅓ널리즘토크쇼Z’는 Z세대의 관심사를 다루는 유튜브 콘텐츠다. Z세대는 십말이초 연령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1회는 아직 공개 전인데, Z세대에서 유행하는 유튜브 콘텐츠의 문제를 다룬다. ‘BJ깨시딩’이 본방의 브리핑 성격이 강한 것에 비해, 토크쇼Z는 본방과는 독립된 별개의 주제를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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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야말로 연출이 중요하죠"...한국형 공영방송 보도시스템 만드는 게 꿈

최지예/보도기획부 뉴스PD

“저 9월 3일 방송의 날에 태어났어요.”라고 했더니 한 부장님이 “Born to be ‘방송인’이네!” 하시는 거예요. 웃으시겠지만 그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보다 기분 좋고 뿌듯했어요. 초등학교 방송반을 거쳐 호주 대학에서 멀티미디어 전공을 하고 아리랑 TV를 첫 직장으로 시작해 KBS 보도국에서 뉴스PD로 10년 정도 일하다 영국에서 국제 언론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보도본부에 있으니, 이정도면 Born to be ‘방송인’이라 해도 될까요?

방송의 날 태어나 Born to be ‘방송인’에게 뉴스는 매력적!

실제로 저는 방송을 많이 좋아해요. 그 중에서 생방송 뉴스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진심으로 연애보다 뉴스하는 게 재미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보면 볼수록 생각할 게 많거든요. 뉴스라는 게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프리카에서 테러로 30명이 사망한 일과 파리에서 테러로 3명이 사망한 일 중 무엇이 더 ‘뉴스’가 되어야 하는가’처럼, ‘뉴스거리‘를 정하는 것부터가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이 반영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거기에다 뉴스는 사회적 문제도 밝혀야 하고 그 해결책도 어느 정도 제시해야하며, 재난 시 국민안전도 지켜야 하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팩트인지 아닌지도 알아내면서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하는 데다가 이제는 선을 넘나드는 유튜버들과 경쟁까지 하면서도 여전히 뉴스라는 것에 요구되는 ‘선’은 지켜야하죠. 이러한 점들 덕분에 뉴스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또 시대에 따라 자주 변해야만 하는 살아있는 방송이에요.

KBS가 잘하는 걸 해요

하지만 그만큼 ‘잘’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어떻게 해야 ‘신뢰’라는 것을 얻고, 국민의 ‘사랑’(시청률)도 얻을 수 있을까?가 뉴스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해요. 유튜브, 팟캐스트같은 인터넷 개인방송 전성기인 만큼 이제는 시사프로그램들까지 개인방송 형태를 따르고 있어요. 인터넷 방송 인기인들이 TV방송에 많이 진출하기도 하고요. KBS도 여느 때처럼 살짝씩 뒤늦게 이러한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저는 TV방송은 인터넷방송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보고요. 오히려 이때야말로 우리가 잘하는 걸해서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KBS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바로 ‘제대로 된’ 뉴스가 아닐까요? KBS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기자, 스텝, 아카이브와 뉴스스튜디오, 지역국과 해외지국까지…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이제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여느 외신에 뒤지지 않고요.

뉴스도 ‘SHOW’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연출이에요. 뉴스야말로 연출이 중요하다고 봐요. TV뉴스는 결국에는 ‘보여’줘야하는 ‘SHOW’거든요. 아무 기교 없이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것 또한 의도된 연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연출이 필요하니 쉽지 않긴 하지만, KBS에서 뉴스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기자님들은 엄청나게 고생하며 취재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너무나 쉽게 많은 정보를 얻는 요즘이라 시청자들에게는 1분30초의 몇 문장 정도는 아주 쉽게 얻은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또한 편집되고 가공된 것에는 의심도 더해지니, 괜히 전달력과 신뢰도까지 부족해 보여 얼마나 손해예요.


그래서 저는 현장성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실시간 ‘스트리밍 시대’인 만큼 1분만 지난 그림이나 소식은 이미 뉴스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때문에 그 현장, 말하고 있는 그 순간을 전할 때, 사람들은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 할 거예요. 또 ‘먹방’같은 대리만족을 즐기는 시대잖아요. 그 사건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통해 ‘대리경험’을 제공해 주는 점도 콘텐츠 가치를 높여주죠. 크게 업데이트 된 내용이 없다 해도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볼 가치를 느껴요.

그리고 심층성,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데, 단, 기자가 분석부터 해결책까지 모든 걸 다 말하고 가르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 ‘연결통로’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다들 나름 똑똑한 시대이기 때문에 Top-Down 형태의 정보전달은 거부반응을 불러오기 쉬워요. 대신 전문가와 시청자를, 관계자와 시청자를, 현장과 시청자를 연결해 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자 여기저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KBS기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고생하고 있구나’ 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화면에도 많이 노출되면서 시청자에게 친근감까지 줄 수 있고요. TV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을 실제로 보면 아는 사람인 것처럼 느끼듯 말이에요. 그렇게 친근감이 든 다음부터 신뢰가 쌓이고, 소통이 이뤄지고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하나 더, 정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 더 좋겠죠. 캠페인성 아이템 발제를 통해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탐사 시리즈물을 만들어 뉴스도 다음편이 궁금해지게 할 수 있고요. 한국 사람들만큼 내 이야기가 아닌 것에 감동하고 발끈하는 그런 시청자가 드물잖아요. 덕분에 뉴스에도 감정이입을 하고,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거죠. 때문에 ‘뉴스연출’을 활용해 잘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준다면, 공영방송으로써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강화 할 수 있다고 기대해요. 이를 위해 저도 뉴스 연출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해 가려고합니다.

‘한국형 공영방송 보도 시스템’

이런 점들에 더해 보도본부에서 함께 이루고픈 희망사항이 있다면, 지금 잘 구축되고 있는 재난방송시스템을 포함해 ‘한국형 공영방송 보도시스템’을 확립하는 거예요. 우리가 매번 BBC 매뉴얼을 뒤적여 보는 것처럼 다른 나라 공영방송국이 KBS를 롤 모델로 삼고 연구하는 그런 날이 곧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뉴스에 대한 사심을 많이 표한 것 같아 글의 끝에서야 민망함이 몰려오지만, 그래도 저 희망에 다가가기 위해 함께 좋은 뉴스 만들어 가자고,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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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취미 >

‌누구나에게 음악이 있다
‌송명훈/탐사보도부

‌출근길 라디오에서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better now’가 흘러나온다. 고개를 까딱까딱, 괜히 걸음도 헐렁하게, 한껏 혼자 흥이 올랐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22살의 리서처 성호가 특유의 그루브한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선다.

 “성호야, 포스트 말론 죽인다. 베러 나우~우우우!”


“아! 선배, 말론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성호의 얼굴에 환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얘기할 때의 그 에너지가 좋다.

“와우(Wow)를 들어보셔야죠.”


포스트 말론의 모든 음반을 섭렵했다는 성호,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4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프로그램을 앞두고 한껏 팽팽해진 일상에 음악이 틈을 만든다.


 처음엔 어색했다. 나이 차이도 크다. 틈을 메워준 것은 ‘이센스’의 음악이었다. 대마초로 감방에 있던 이센스가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던 사연, 그 주인공 없는 시상식에 자청해서 야간 취재를 갔던 후일담이 어우러졌다. 힙합씬을 깊이 알지 못하지만, 깊고 얕음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서로의 느낌은 달라도 좋다.


 ‘이센스’, 이 세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저, 이센스 공연 다 갔어요. 와와와” 동시에 터져 나온 탄성. 그렇게 어색함은 한방에 날아갔다.


 성호와 친구인 리서처 정숙. 누구보다 꼼꼼하고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예비 기자다. 사실 이미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정숙은 피아노를 오래 쳤다. 쇼팽의 에튜드와 바흐의 평균율곡을 함께 나눌 수 있다니, 감사하다.


 정숙의 친구인 리서처 지원. 지원은 재즈를 듣는다. 특히 피아노 연주, 빌에반스를 좋아한다니 어찌나 반가운가. 마침 내 자리에 있던 빌에반스 박스 음반을 건넸다. ‘Waltz for Debby’, ‘Portrait in Jazz’...지금은 KBS를 떠난 지원에게 빌에반스의 여백이 비상구가 되길.


 내 자리 바로 옆에는 듬직한 강병수 기자가 앉아 있다. 취재가 풀리지 않던 날들이 이어졌다. 병수도 표정이 어두웠다. 2월 어느 날 오후 5시쯤, 난 잠깐 나가자고 대뜸 병수를 잡아끌었다. 뜬금없이 따라나선 병수는 난생처음 진짜배기(?) 음반가게를 경험했다. 용산 원효상가에 있는 나의 오랜 단골 LP숍. 늘 그렇듯 가게 안은 담배냄새가 눅눅했다. 요즘 시대에 손님을 앞에 두고 줄담배를 피우는 주인장이라니....하지만 그 가게는 그게 자연스럽다. 내가 아는 한 주인장은 진짜 음악을 안다. 반갑게 인부 인사를 나누고, 주인장은 LP 한 장을 꺼내 육중한 가라드301 턴테이블에 얹었다. 오래된 탄노이 스피커가 뿜어내는 장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곰팡내 나는 LP숍은 순식간에 로얄앨버트홀이 된다.


 음반은 비제의 C장조 교향곡이었다. 처음 듣는 곡이었다. 산뜻하고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 좋은 곡이었다. 처음 가게를 방문한 병수에게 건넨 주인장의 배려였다. 주인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그 위대한 유산에 대해 끊임없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낯선 분위기에 적잖이 당황했을 병수는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었다. 가게에 있던 세 사람은 모두 기분이 좋았다. 병수는 이렇게 말했다. “첫 음이 울리는 순간 좋았어요.” 그 느낌을 안다. 누구보다 그 느낌을 사랑한다.


 난 베토벤 후기현악사중주, 버르톡 등 몇 장의 음반을 샀다. 병수도 난생 처음 LP 음반을 갖게 됐다. 당연히 그 음반, 비제의 심포니였다.


 누구에게나 음악이 있고, 나에도 음악이 있다.

아빠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서병립/문화복지부(휴직중)

“여보, 육아휴직 한 번 해볼래?”

저에게 육아휴직을 먼저 제안한 건 아내였습니다. 당시 저희 가족은 아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면서 저는 서울, 아내와 아이들은 부산에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일과 육아를 혼자 감당했습니다. 제가 격주로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 아이들을 돌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싶었던 아내는 제게 육아 휴직을 제안했습니다. 일종의 S.O.S 였습니다.


저도 육아휴직을 하면 1년이란 시간을 동안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회사생활과 경제적인 부분이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도 심신이 지쳐있던 터라 아내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앞뒤 따지지 말고 먼저 살고 보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육아휴직을 제 자신에게 주는 휴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딸은 7살, 4살로 이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 크게 손이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밥만 잘 챙겨주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고민보다 여유 시간에 나는 뭘 할까를 오히려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족하다고 느껴온 영어 공부를 할까, 평소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배워볼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저의 주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일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진데다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당시 행복해 하는 저에게 아내는 육아를 하다보면 저의 밑바닥을 볼 거라며 경고했습니다. 처음엔 코웃음 쳤지만 얼마 안가 아내가 했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의 하루는 화내기와 반성의 반복입니다. 비몽사몽인 두 딸을 구슬려 깨우고, 사정사정해 아침밥 한 술을 아이들 입에 겨우 물립니다. 이때부터 벌써 화가 납니다. 뒤이어 양치라도 할라치면 짜증부터 내고 달아나기 일쑤, 결국 ‘이 안 닦으면 치과를 가서 이를 뽑는다.’는 협박을 해야 아이들은 마지못해 저의 말을 따릅니다.


그러고 나면 아침 전쟁의 마지막 코스, 옷 입기와 등원이 남습니다. 둘째 아이는 옷에 대한 고집이 얼마나 센지 추운 겨울에도 스타킹과 치마를 꼭 입어야만 나갈 채비를 합니다. 둘째와 실랑이가 끝나는가 싶으면 첫째 아이가 책을 읽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습니다. 등원 차량 올 시간은 가까워 오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결국 폭발을 합니다. 아이들 손을 끌다 시피 해 차량에 태우고 나면 이미 저의 넋은 반쯤 나가 있습니다.


아침 전쟁이 끝나면 집안일이 기다립니다. 한 티는 안 나도 안한 티는 바로 나는 게 바로 이 집안일입니다. 특히 청소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청소를 해놓아도 아이들이 돌아오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인데, 그럴 때마다 어차피 어질러 질 거 청소해서 뭐하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유치원 하원은 또 왜 이리 빠른지 집안일을 마치고 이제 좀 쉴 만하면 애들이 집에 옵니다. 이후 아침에 했던 싸움을 반복합니다. 잘 때까지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저녁 먹은 설거지 할 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애들을 재우고 나면 어김없이 반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나는 오늘 하루도 왜 이리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냈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런 반성을 통해 깨달은 건 제가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두 딸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옷과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등 뭐 하나 아는 게 없었습니다. 육아 휴직 전까지 저는 제가 8년차 베테랑 아빠라고 생각해왔는데 사실은 초보도 이런 초보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되기 위한 연습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손쉽고 잘 먹히는 화내기, 협박하기가 저의 주특기가 돼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다보면 예전 아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첫째 아이가 갓난쟁이였던 시절 아내는 아이에게 참 화를 많이 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내도 지금의 저처럼 육아 초보였던 겁니다. 그랬던 아내가 지금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온화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짜증을 내면, 먼저 화부터 내고 보는 저와 달리 뭐 때문에 아이가 기분이 상한건지 차분히 물어보는 아내의 모습을 볼 때면 아내가 참 많이 성장했구나 싶습니다. 저와 달리 아내는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착실하게 엄마가 되는 연습을 해왔던 겁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훌쩍 자라는 동안 아빠인 저는 아직 초보 아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단 걸 요즘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왔던 아빠 연습을 뒤늦게 허겁지겁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참 뒤처져 있는 아빠란 걸 알기에 지금 이 육아휴직 기간이 더없이 소중합니다. 그동안 같이 먹지 못했던 저녁도 열심히 만들어 같이 먹고, 잘 때는 넷이 함께 방에 누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지난여름엔 무리해 온가족이 한 달 가까이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많은 추억도 쌓았습니다.


아직도 저는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는 무서운 아빠지만, 다행스러운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이 먼저 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다는 점입니다. 특히 함께 한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제게 데면데면했던 둘째가 요즘 들어 부쩍 애교를 많이 부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육아를 해온 지난 1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시간이 훗날 아이들에게 제가 멀게만 느껴지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편한 아빠가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빠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육아휴직을 통해 아빠인 척만 해오던 못난 모습을 버리고 진짜 아빠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이 끝나는 날 좀 더 아빠다운 아빠가 되어있길 스스로에게 바라봅니다.


#추신: 당초엔 3월 복직이 계획이었지만, 회사로 돌아가는 날짜가 미뤄졌습니다. 갑작스럽게 셋째가 생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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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보도상 수상 후기 >
원래는 한 두 꼭지 기사였는데…

김재현/디지털뉴스제작부

‘고액체납 보고서’ 기사는 애초 단독 시리즈로 계획된 아이템은 아니었습니다. 소득 은닉 등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들(조세포탈범)의 판결문 분석 시리즈 중 한 두 꼭지 정도를 채울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웹 페이지 1,900여 쪽에 달하는 고액 체납자 3만8천여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58개 행과 3만8,516개 열로 구성된 고액 체납자 데이터 시트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생각조차 못하는 체납을 수십억 원씩 하고도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세금은 안 내도 국민 임대 주택에 살며 나라로부터 혜택은 온전히 누리는, 기가 찰 법한 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망해서 세금 낼 돈도 없다는 체납자들이 망하지 않은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현실과 ‘배 째라’로 버티면 세금 한 푼 걷지 못하는 과세 당국의 무력함, 시간만 지나면 명단에서 사라지는 헐거운 제도가 고액체납 기사를 시리즈로 키우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문제의식에 데이터 속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기사의 소구력이 배가됐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과 경제부는 전체를 다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 방대한 데이터를 놓고 만나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의견을 나누며 두 조직 간 생각의 거리를 좁혀갔습니다. 특히 경제부는 데이터 속에 존재하던 고액 체납자들을 직접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는 현장 취재로 기사에 생동감을 더해줬습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의 방송 활용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개발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고액 체납자 지도’가 방송 기사 제작에 활용되면서, 뉴스9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공간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지도 페이지에 약 한 달 간 216만여 명의 독자가 방문하는 기록적인 성과가 있었고, 국세청에서도 고액 체납자 지도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반향은 디지털과 방송의 시너지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고액체납 보고서’ 시리즈가 좋은 선례로 남아 앞으로도 디지털과 방송의 협업이 거듭 되길 바라봅니다.


< 이달의 보도상 수상 후기 >
‌가짜 상 타고 진짜 상 받으니...
‌하누리/정치부

그날, 새벽에 일어나 난생 처음 올림머리를 매만졌다. 옷장을 뒤져 한껏 꾸몄는데 출근하자 '그런 이상한 옷은 어디서 구했냐'고들 하신다. "제 옷입니다..."

스피치 학원 강세정 원장이 된 후배를 위해, '노캡' 노윤정 선배가 무려 꽃순이를 자처하시고 보랏빛 꽃을 안고왔다. 취재기자 셋, 촬영기자 둘, ENG에 6mm, 캠코더까지 무장하고 프레스센터로 가는 길. 정체 탄로 나 쫓겨나는 거 아니냐, '강세정'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면 어쩌냐, 서로 철저히 모른 척 하자, 평소 취재 가는 길과는 다른 걱정들로 두런두런이었다.

우리 시상은 한참 뒤였다. 앞선 사람들은 국회의원과 함께 상을 받기도 하고, 전직 장관과 한 조로 묶여 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낸 '상값' 200만 원은 역시 최저가였던가, 저들은 얼마나 내서 앞 순번에 상을 받는 걸까. 이들이 낸 상값을 국회의원들은 알고 있을까. 그 돈으로 국회의원들이 받은 상을, 국민들은 믿고 있을까.

국회의원 시상식 5곳을 뛰었고, 매번 다 같이 출동이었다. 돌발상황뿐인 곳, 눈빛만 주고받으며 움직였다. 한 명이 국회의원을 인터뷰하면 한 명은 눈치껏 주최 측 멘트를 따고, 한 명은 스케치를 해야 완성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잠시라도 '뭘 해야하지' 하고 두리번거리면 정성호 선배는 '어쩐 일이야'라며 반기는 국회의원에게 '여쭤볼 건 여쭤야 하니까요'라며 마이크를 대고, 노윤정 선배는 도망 가는 주최 측에게 '왜 코사지가 2015년 것이냐'고 따져묻고 있었다. 촬영기자 선배들은 그 순간을 짐짓 덤덤히 담고 있었다. 내가 쭈뼛거릴 때가 아니구나, 순간순간이 배움이었다. 그 순간들이 모여 국회의원, 보좌진, 주최 측 취재한 워딩 정리만 A4용지 110페이지가 넘어갔다.

내내 기억남는 장면도, 함께였을 때다. 무사히 수상하고 다시 모여서 회사로 복귀하려는데, 한 남성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수상 사진을 액자로 사라는 소리였다. 급히 휴대전화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서 '뭐라 하셨죠?'라고 되묻는데, 그 순간 다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게 곁눈질로 보였다. 나중에 인제스트 된 영상을 보니, 누군가는 허리춤에 누군가는 가슴팍 쯤에 휴대전화를 들고 일제히 그 남성을 촬영하면서 '그래서 그 액자가 얼마냐'고 몇번이고 묻는데...같은 편이지만 좀 무서웠다. 

가짜 상 타고 진짜 상 받으니 묘하고, 배우면서 즐거이 취재하고 상까지 받아 면구스럽기도 하다. 한 번에 안 바뀔 것은 알고 있다. 올해 연말 국회의원 시상식도 '퍼주기'에 '돈받고 상주기'는 여전하겠지만, 누군가 주섬주섬 카메라 들고 있지 않나 눈치라도 보며 진행되리라 기대도 한다. 우리만 보면 '또 뭘 하려고'라면서도 기껍게 작업해주신 편집부와 그래픽부, 프로젝트 내내 '가짜 수상자' 이름 빌려주신 김세정 선배께 감사 인사 드리고 싶다.


< 이달의 보도상 수상 후기 >
"론스타 보도는 KBS"라는 믿음의 결과

석혜원/탐사보도부

‌“월요일은 부서 체육대회니 편히 와서 영화 보면 됩니다.”

탐사보도부 발령을 받은 날, ‘첫 출근’ 지침은 뜻밖의 영화 관람. 잔뜩 겁먹었던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러곤 정말 ‘마음 편하게’ 영화 < 블랙머니 >를 봤습니다. 이하늬 영어 잘하는군, 조진웅 멋지네 등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날의 기억이 마무리됐는데...누군가는 다 계획이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부터 송명희 선배가 고3 수험생 마냥 ‘공부’를 해댑니다. 송 선배의 자리엔 두꺼운 ‘노란 책’과 영어로 적힌 서류 뭉치가 보입니다.
     
남 일인 줄 알았던 그 ‘노란 책(투기자본의 천국)’을 구매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2월의 마지막 날, < 블랙머니 팀 >에 합류하게 됐고, 수년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그 문서’를 공유 받게 됐습니다.
     
“너무 어렵다.” vs “이렇게 쉽게 풀다니.”

< 론스타 ISD 소송의 실체 > 연속보도 후, 피드백은 두 가지로 갈렸습니다. 어렵다는 것과 쉽다. 그리고 공통질문 한 가지. 어떻게 구했어? 이에 대한 생각은 팀 내에서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이 문서가 지금 우리 손에 왔을까. 이에 대한 결론은 론스타 보도에서 KBS가 가진 지분 때문이라는 겁니다. KBS는 론스타 사태에서 고비마다 주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2006년, <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을 통해 ‘10인 비밀회의’를 알렸고, 2011년 론스타의 일본 내 골프장을 알리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론스타 보도는 KBS”라는 믿음을 쌓아온 결과 오늘의 보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끝났지? 라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 론스타 ISD 소송의 실체 >는 끝이 났지만, 진실에 닿을 때까지, KBS의 탐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어려운 취재’를 해내신 송명희 선배, ‘그림 없기로 유명한 론스타’ 그림 만드느라 애써주신 안용습 선배와 김재현 기자, ‘탐사보도부의 핵심’ 김바다 선배와 ‘분석의 신’ 이민지 선배,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정숙 리서처까지, 2020년의 시작을 < 블랙머니 팀 >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고 행복했습니다.

출산을 축하합니다

2019년 11월 5일
허솔지 기자 득녀

2019년 11월 20일
정재우 기자 득녀

2019년 12월 15일
최재혁 기자 득남

2019년 12월 20일 
허용석 기자 득남

결혼을 축하합니다

‌2019년 12월 7일
‌홍성백 기자 결혼

‌2020년 2월 22일
‌송락규 기자 결혼

수상을 축하합니다

‌죽음 부른 통증 주사 
우한울, 이승철, 안용습

‌제350회 이 달의 기자상 기획보도방송부문
제133회 이 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부문

‌미쉐린 별과 돈 그리고 브로커
홍찬의, 김민준, 조용호

‌제351회 이 달의 기자상 기획보도방송부문
제134회 이 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부문

‌밀정 2부작
이재석, 이세중, 권순두, 이정태

‌2019 BJC 올해의 방송기자상 대상
민언련 올해의 좋은 보도상 시사프로그램부문
제51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부문
2019 한국방송기자대상 기획보도부문

‌100주년 특집 3·1운동 만세 지도 
‌‌KBS데이터저널리즘팀

‌2019 BJC 올해의 방송기자상 뉴미디어부문
2019 한국방송기자대상 뉴미디어부문

‌저널리즘토크쇼J

‌제21회 민주시민언론상 본상

‌[국회감시 프로젝트 K] 의원과 상 연속보도
이진성, 정현석 등

‌제136회 이 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신간 소개

‌-KBS < 시사기획 창 > 베테랑 기자 7인의 일본 탐사 프로젝트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심층취재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이제 역사와 영토 문제를 넘어 안보와 경제 분야로까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한일 관계를 치유가 불가능한 ‘복합골절’ 상태라고 진단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한일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때문일까? 아니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일본 우익들의 준동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 국민들의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닐까?

KBS 〈시사기획 창〉은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갈등의 해법을모색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모두 5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일본의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 위해 일본의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 안보, 경제, 사회 전 분야를 입체적으로 나눠 취재했다. 〈일본 우익의 반격〉, 〈소재전쟁-일본의 습격〉, 〈아베와 지소미아〉, 〈조선학교〉, 〈추적! 세슘 137〉 등을 방송했고 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시사기획 창〉 기자들이 일본을 취재하며 느낀 점과 미처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 등을 보다 심도 있게 전달하고자 기획되었다. 단순히 방송된 다큐멘터리의 내용을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몇 개월 또는 몇 년에 걸친 취재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겪었던 것까지도 그대로 담았다. 일본 우익과 기업을 취재할 때 느꼈던 신변의 위협과 보이지 않는 압력, 시작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던 자위대 취재 등은TV 화면과는 다른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2019년 여름,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해 첨단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한 이후 한일 갈등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전문 기자들이 각자 분야를 맡아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양국 갈등을 분석하고 총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을 넘어 진실을 추구한다’는 목표 아래, 거창한 이론이나 담론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한일 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보다 총체적인 시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산업의 급소를 꿰뚫고 미래성장 동력을 주저앉히려 드는 일본 함정이 되어버린 일본의 정체와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함께 미래를 도모할 파트너일까? 아니면 증오하며 살아가야 할 이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경쟁자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지금의 일본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상기시킨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가까운 이웃’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공격적인 나라로 변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약점이 무엇이고, 또 그 약점을 어떻게 이용해야 국제사회에서 지지받을 수 있는지 등을 철저히 계산해 온 것이다. ‘해상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이나 ‘첨단소재 수출규제’는 결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여기에 ‘지소미아 협정’까지 더해지면 아베의 군사대국화 야망과 미국의 이해관계까지 뒤얽혀 사안은 훨씬 더 심각하고 암울해진다.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정책은 물론, 남북문제 해결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은 결코 만만한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특히 한일 경제 전쟁을 주목하면서(3장), 한국 기업을 겨냥한 일본의 미래 전략을 들여다보고 무너진 한일 분업 현장을 중계한다. 이를 통해 ‘소재 국산화’의 과업이 얼마나 다급하고도 필요한 과제인지를 역설한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는 함정일 수 있다. 지금껏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하고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함정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아무리 깊고 넓더라도 우리가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와 전혀 다른 ‘최악의 일본’으로 다가오는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들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 현상 너머의 진실을 끝까지 주시해야 한다.

지은이 < 시사기획 창 > 팀
김대홍, 박성래, 박영관, 선재희, 신강문, 이석재, 이소정

< 협회실에서... >
2020년의 종군기자들에게
양성모/기자협회장

질병이 전쟁으로 은유된 역사는 꽤나 깊습니다.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에서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에 퍼진 병을 전쟁의 한 장면처럼 묘사했죠. 고열은 사람들을 ‘공격’했고, 환자들은 ‘굴복’했으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저항’하지 못했다는 식입니다. 이런 은유는 오늘날에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암은 우리 몸에 ‘침투’하고 면역은 바이러스를 ‘억제’합니다. 현대 의학은 홍역을 ‘퇴치’했고 우리 의료진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전파를 탔던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문 대통령, ‘감염병과의 전쟁 돌입’···24시간 긴급상황실 체제”

 수전 손택은 이러한 전쟁 은유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이 사고방식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손택 자신도 < 은유로서의 질병 >의 서두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질병은 삶의 밤이며, 부담스러운 국적을 떠안는 것이다.” 멋진 은유이지만 역시 전쟁의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네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은 ‘장기전’에 돌입한 모양새입니다. 신문 지면에서는 ‘싸움’, ‘최전선’, ‘저지선’, ‘뚫리다’와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5년 메르스의 수준을 넘어섰고 대구에서는 지역 언론사 기자의 감염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전쟁’은 진작에 면역체계라는 미시세계에서 국제경제라는 거시세계로 번졌습니다. 전쟁 은유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조차 한가해 보이는 지금은, 말 그대로 감염병과의 전쟁 중이며 우리는 그 전쟁에 뛰어든 종군기자입니다.


 오랜만에 < 전장에 선 기자들 >이란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국제기자연맹(IFJ)이 만든 위험지역 취재 가이드북입니다. 첫 장부터 안전을 강조하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안전은 꼭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꼭 필요한 ‘자산’이다. 뛰어난 저널리스트일수록 안전 의식도 높다.” 비단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만의 원칙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이 기자의 안전입니다. 당신이 없다면 뉴스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니 우리 삶의 모든 임무가 완수될 때까지 우선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기도하겠습니다. 수전 손택의 지적 따위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2020년 3월 5일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74호 KBS 기자협회보 (2019.10.28)

오픈좌석제 반년
당신의 자리는 안녕한가요?

내 책상이 사라졌다?!
지난봄, 보도국 4층에 작은 ‘파격’이 시작됐습니다.
내 책상이 아닌 ‘모두의 책상’이 생긴 겁니다. 차도 공유하고, 집도 공유하는 시대지만, 처음 겪어 본 ‘공유 책상’은 어땠을까요?
오픈좌석제 1단계 대상이 된 경제부, 산업과학부, 문화복지부 기자 58명에게 물어봤습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시작한 오픈좌석제.  대상자들은 6개월의 시간동안 적응이 좀 됐을까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기자협회는 오픈좌석제 시행 6개월을 맞아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모바일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5명 중 23명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중 18명은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무환경이 불편해졌다”는 것입니다. 책상 간 거리가 너무 가깝고, 책상 대신주어진 사물함에 매번 짐을 넣고 빼는 일은 번거로웠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노트북 받침대와 키보드, 선풍기, 사무실용 슬리퍼까지 챙겨들고 오늘의 자리를 찾아 이곳저곳 떠돌다 보면 효율보다는 불편이 더 크게 다가왔다는 설명입니다.

오픈좌석제 시행에 앞서 기대했던 것은 업무 효율과 부서를 뛰어넘는 원활한 소통이었지만, 경험자들의 목소리는 달랐습니다. 
부서 내 팀장 부장과 의사소통이 안 되니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타부서 통화내용과 업무지시 등 불필요한 내용까지 들려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만족한다는 의견도 3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쾌적해진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소통’ 측면에서 만족감을 보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2단계 사업이 예정된 가운데,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많았습니다. 부와 팀 단위의 구역 지정, 집중 업무공간 확대, 전화 부스 추가 배치 요구 등 다양한 의견이 접수됐습니다. 옷걸이와 신발장 등 편의시설 보충에 대한 요구도 있었습니다.

찬성과 반대를 묻는 투표만으로는 구성원들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었는지 3명의 기자에게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V I E W   M O R E

익명기고1. "책상을 내어주고 불쾌와 불편을 얻다" (○○○ 기자)

집에는 세 개의 방이 있다. 안방, 아이 방, 독서 방. 입주 이모님이 아이 방에서 자기 때문에 아이 방다운 아이 방은 아니다. 아이가 커가며 고민이 생겼다. 독서 방을 정리해 아이에게 방을 줄까. 독서 방은 유일하게 부부만의 공간이다. 자료를 찾고 책을 봐야할 때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 결국 그 방은 존치시켰다.

사람마다 공간에 붙이는 의미는 다르다. 나에게는 좁더라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오픈좌석제를 만들며 부족한 여건에서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수고는 잘 알고 있다. 이공간의 장점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건 알지만 최소한의 욕구를 침해받은 나에겐, 불편과 불쾌함이 크다.

먼저 불쾌함. 인구밀도가 너무 높다. 주어진 공간이 좁아서 어쩔 수 없다 해도, 시간에 쫓기며 매일 아웃풋을 내야 하는 데일리 취재 기자의 업무공간을 이렇게 줄여버릴 수 있는 것인지 황당했다. 최근 외국의 한 소규모 언론사를 탐방하고 온 기자가 ‘평기자’ 한 명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공영방송사 KBS는 기자에게 한 평 남짓한 공간조차 내어줄 여유가 없는 것인가?

그 다음 불편함. 어느 여름, 동료 기자가 한 손에는 가방,한 손에는 선풍기와 슬리퍼, 노트북 받침대와 키보드까지 들고 와 책상에 내려놓은 뒤 한숨을 쉰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그는 9시 뉴스 편집을 끝내고 온 뒤 짜증이 났는지 모든 걸 그대로 둔 채 퇴근했다. 오픈좌석제 취지에 반하는 이런 행동을 누가 막을 것인가. 그래도 이튿날 아침, 그 짐을 다시 꾸역꾸역 사물함에 챙겨 넣었다.

마지막으로 일의 효율. 팀원 간 의사소통이 ‘카톡’으로 일상화된 지는 오래됐다. 그래도 팀끼리 얼굴 보며 논의해야할 일은 수시로 생긴다. 회의석이 있지만, 회의석에 따로 모이는 건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다. 수시로 얼굴보고 얘기 나누는 고정좌석제에 비해 지금의 제도가 팀워크 면에서 도움 될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익명기고2. “모든 회사가 구글은 아닌데 말이죠.”  (□□□ 기자)

“저희는 도입했다가 작년에 없앴어요.”
KBS 오픈좌석제를 도입했다고 하자, 돌아온 출입처 관계자의 말이다. 웬만한 대기업 중, 오픈좌석제를 검토해보지 않은 곳이 없다. '자율성에서 창의력과 소통이 샘솟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구글 같은 기업이 도입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젊고, 있어 보이는' 기업문화?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모든 회사가 구글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의성과 소통, 정말 늘었나요?
익숙지 않으면 불편한 법이다. 정해진 책상에 물건을 놓지 못해서 오는 불편함이야 예상했던 바였다. 냉난방 온도를 ‘적절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사무실에서 매번 개인 선풍기를 설치해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사물함을 배정해줘, 개인 물건 보관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일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오픈좌석제가 창의성과 소통을 가져다줬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서원끼리도 떨어져 앉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하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부서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타부서 선후배 얼굴을 익힌 건 소득이지만 이것이 활발한 소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성공비결, ‘등가교환의 법칙’에 있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와 동등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연금술에서 말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중)
오픈좌석제를 경험하면서 떠오른 건 ‘등가교환의 법칙’이었다. 다소 불편해도, 그 만큼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어야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오픈좌석제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지 못했다. 인원의 60%의 표준책상만 마련됐다면, 줄어든 공간만큼 ‘휴식 공간’이 늘어나야 했다. 그런데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공간은 디지털 스튜디오가 되었다.
(디지털 스튜디오의 가치에는 매우 공감합니다!)


‌줄어든 공간에 인원 대비 적은 오픈 좌석이 적용되다 보니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한 건 아닐까. 지난 6개월의 시행착오를 반영해, 작은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오픈좌석제’로 정착되길 바란다. 

익명기고3. 자리가 가까워서, 자리가 멀어서 … 모든 것이 좋았다?   (△△△ 기자)

가까워서 좋다
자리 여유가 있을 때는 친한 동기 또는 선·후배 바로 옆에 앉을 수 있어서 편하고 심리적인 여유도 생긴다. 부서가 달라도 자주 얼굴을 보고 얘기도 나눌 수 있다. 때론 점심이나 저녁 약속이 없을 때 번개를 하는 경우도 있다.

멀어서 좋다
자리 여유가 있을 때 자신이 앉고 싶은 곳에 앉을 수 있다. 팀·부장 석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거리에 앉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최근 리포트가 뜸하고 선배들의 눈치가 많이 보일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구석에서 일하다가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어서 좋다.

가까워서 나쁘다
자리가 많지 않을 때는 간혹 뻘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입사 이후 말 한 번도 섞어본 적 없는 선·후배와 의도치 않게 같은 테이블에 앉거나, 서로 마주봐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나면 침묵의 강이 흐른다. 시선은 나도 모르게 노트북으로만 향한다. 정말 바쁘거나 급할 때는 인사를 생략할 때도 있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고, 때론 눈빛이 마주 칠 때도 있지만 애써 외면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픈좌석제 설계 당시에는 그런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정해진 보직보다 좌석이 적다보니까 인구 밀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여름에는 각종 땀 냄새와 열기로 인해 쾌적함보단 불쾌감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당연히 공기도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유독 큰 사람들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통화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모든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사무실에 왔으니까 온전히 내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 우린 모든 걸 공유해야하는 ‘오픈좌석제’니까. 인간적으로 전화 부스라도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멀어서 나쁘다
앞에서 말한 팀·부장 석과의 ‘일정한 거리’는 건 앉은 자리에서 대화가 통하는 수준의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그런데 취재를 늦게 끝나서 사무실에 남은 자리가 거의 없을 때가 있다.
정말 운이 나쁘면 팀·부장 석과 대각선으로 끝에서 끝인 자리에 앉아야 할 때가 있다. 당연히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데스크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뛰어가서 들어야 한다. 시간은 없고 바빠 죽겠는데, 일도 아닌 부분으로 데스크도 피곤하고 평기자도 피곤한 상황이 발생한다.

팀원이 한자리에 모일 확률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회의나 전달사항은 주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전달된다. 그게 편할 때도 있지만 팀워크 측면에서는 결코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아주 가끔은 서로 얼굴 보면서 얘기도 하고, 회의도 하는 예전 사무실이 그리울 때도 있다.



조국 블랙홀이 집어삼킨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정수영 탐사보도부 팀장

지난 8월 문재인 정부 개각 인사검증팀 팀장을 맡아 20일간 보낸 시간은 돌이켜보면 기이한 경험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고위공직자 후보자는 분명 7명인데, 6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언론에서도 국회에서도 사실상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대로다.

인사검증팀 출범 순간부터 조국 후보자에 관심이 쏠리기는 했다.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도착하기도 전 조국 청문회라는 말이 나왔다. 청문회는 아무래도 야당의 시간이다. 조국 후보자와 한상혁(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야권이 낙마시키려는 핵심 타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 밖에도 한두 후보자를 둘러싼 그럴듯한 풍문이 의원회관 야당 의원실을 흘러 다녔다.


인사검증팀은 원칙대로 움직였다. 목표는 분명했다. 고위공직 후보자가 그 직을 수행할 적임자인지 판단하는 데 근거가 되지만, 후보자로서는 은폐하고자 할 사실들을 추적해 공개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을 통해 well informed public이 되도록 KBS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론적 자세였다.


방법론도 명확했다.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도덕적 비난 가능성 또는 처벌 가능성이 있는 사실을 엄밀한 확인과 당사자 반론을 거쳐 보도한다’, 이것이 우리의 취재 보도 원칙이었다. 재산 형성 과정, 병역과 국적, 위장전입, 연구윤리 위반, 납세 의무 성실 이행 여부 등 단골 인사검증 취재 항목들과 구체적인 취재 방법론도 공유했다.

8월 둘째 주, 검증팀 출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단독 보도 포문을 열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가짜 학회에 논문을 투고하고 제자를 학술대회에 보낸 사실을 14일 뉴스9로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와 동시에 조국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한 사실 역시 단독 확인해 보도했다. 이튿날 조 후보자 배우자가 세금을 지각 납부한 사실도 타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발의 차로 내보냈다. 16일 최기영 후보자 관련 속보도 내보냈다.


16일부터 기류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조 후보자에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 공세를 십자포화로 퍼부었다. 골자는 조 후보자의 작고한 선친과 동생, 동생의 전처, 후보자 배우자 간에 금전을 노린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각종 거래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였다. 거짓 소송을 통한 학교법인 자금 빼돌리기 시도 의혹, 아파트와 빌라 차명 거래가 그것이다.


이틀간, 검증 팀은 고심 끝에 정치권의 조국 의혹을 발제하지 않았다. 제기된 의혹과 검증된 사실, 그중에서 후보자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적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의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취재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부산과 창원 지역국의 현지 취재팀과 공조하고, 직접 주요 현장을 찾아 탐문 취재에 나섰다. 이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검증팀원 및 팀장이 리포트와 출연을 통해 18일부터 보도했다.


[뉴스9] 조국 후보자 가족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19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국 후보자 이외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도 추가했다. 한상혁 후보자가 750만 원 상당의 부당 소득공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단독 보도했다. 

[뉴스9] [단독] 한상혁 후보자, 750만 원 부당 소득공제 의혹

그러나 이것이 조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메가톤급 단독 보도가 20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20일 새벽 동아일보는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단독 보도했다. 낙종을 부끄러워할 겨를조차 없었다. 논문 책임저자가 있는 천안 단국대 의대 캠퍼스부터 찾아갔다. 편법 ‘스펙 쌓기’를 동원한 명문대 입학이라는 거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미성년 시절 자녀의 편법 의혹은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 후보자 두 자녀가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를 편법으로 했다는 의혹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바야흐로, 인사검증 정국이 조국 검증 정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검증팀은 조 후보자 자녀들이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스펙의 실체를 확인하는 취재에 돌입했다. 그 결과 일부 스펙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얻어냈다는 사실을 취재하게 됐고 단독 보도 경쟁 국면에 KBS 검증팀도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보도했다.


조 후보자 딸이 받은 장학금은 적절했는지도 물론 취재에 나섰다. 확인된 사실들과 비난 가능성이 있는 사실들은 종합해 그날 그날 뉴스9에 소화했다. 디지털 기사도 내보냈다.

조 후보자 관련 뉴스는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야당이 보도된 내용이나 자체적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무수히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은 언론대로 정치권의 의혹 제기를 전달하거나 확인하거나 새롭게 파악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도 하루가 다르게 터져 나왔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뉴스 폭풍 앞에 인사검증팀은 원칙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여러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모두 보도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내부에서조차 인사검증팀이 보도해야 할 내용이 맞는지를 두고 심각한 논의가 오갔다. 확인에 확인을 거치고, 후보자가 책임질 소지가 있는지를 따졌다. 원칙에 맞지 않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절제했다.

[뉴스9] 조국 부인측, 상가 임대소득 수천만 원 탈세…후보자 지명 후 납부

동시에 이미 주어진 이슈에 얽매이지 않는 단독 발굴 보도로 치고 나가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2일 검증팀은 조 후보자 배우자가 수천만 원대 세금을 누락한 사실을 단독 확인해 뉴스9로 보도했다. 공직 적격성을 판단할 근거였지만 이미 세간의 관심은 자녀 입시와 장학금을 둘러싼 의혹들 쪽으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던 정국은 27일 검찰이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며 또 한 번 급반전했다. 이제 정치권의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었다. 형사처벌 대상인 피의사실에 대한 수사였다. 그동안 정치부와 인사검증팀의 손에 있던 인사검증, 조국검증 취재는 순식간에 사회부 법조 팀의 검찰 수사속보 취재로 전환됐다. 몇 가지 논의 끝에, 인사검증팀은 29일 전원 원대 복귀했다. 출범만큼이나 급작스러운 해산이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검증취재 국면에서 오로지 한 명에게 모든 취재와 뉴스가 쏠리는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검증취재뿐만이 아니었다. 온 나라 온 언론이 오로지 한 명에게 눈과 귀를 집중하는 생경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짚이는 구석들은 있지만 여기선 줄이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국회와 언론은 고위공직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국민에게 적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국회와 언론은 지난 8월 그 역할을 한 것일까? 나는 한 것일까? 자신 있게 그랬노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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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친구 안정환을 기억하며...

최연송 영상취재부

1995년, 정환이와 저는 첫 직장으로 KBS를 선택했습니다.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회사 입사식에서 처음 만났고 그 후 학교 졸업식에서도 만나 기쁨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즐거웠던 출발과는 달리 회사생활을 혹독했습니다. 낮에는 촬영, 밤에는 편집이 반복되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근무 강도, 야근 후에도 퇴근을 눈치 봐야 하는 분위기와 무겁고 부실한 취재 장비, 퇴근 후에는 폭음회식, 군대 같은 사무실 분위기. 무지몽매한 시절이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뉴스매체로서 KBS의 힘이 절대적이었던 시절, 어제 만든 뉴스가 다음날 바로 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바로바로 무엇인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얻었던 성취감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그 와중에 날렵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며 성과를 내는 정환이는 부러운 동료였고, 밤에 이어지는 회식에서도 사랑받는 멋진 동료였습니다. 그런 나쁘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회사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고 그 영향이 사무실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암묵적이던 영향이 노골적으로 변해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달콤한 유혹과 갈등도 많았습니다. 자포자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정환이가 먼저 선택하고 저에게도 같이 가자고 한 그 길은 지금 돌이켜 볼 때 모두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그 후과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오히려 이른바 공정한 기회마저 걷어치워져 버리는 직장인으로서는 뼈아픈 현실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정환이에게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10년래 회사 내에서 소용돌이쳤던 부조리한 현실의 스트레스가 정환이의 발병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파업에서 쭈그려 앉아 집회할 때 허리가 아프고 등이 아프다고 했을 때 엄살이라고 핀잔을 주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아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실 때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된다고 했을 때 배가 불렀다고 핀잔을 주던 제가 돌이켜보니 너무 잔인했습니다.


발병 후 건강에 좋지 않다고 뉴스도 보지 말고 카톡도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만날 때마다 그 힘든 와중에도 정환이는 자기의 의견을 분명히 피력했습니다. 대한민국과 KBS, 아직 멀었다고….

정환이는 떠났습니다. 이 세상일은 다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딱 하나 KBS의 촬영기자로서 끝까지 치열했고 정의로웠던 그리고 착했던 제 친구 안정환을 기억해주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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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선거방송기획을 위하여

이승준 선거방송기획단

혹시 출구조사는 안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지난 7월 말 선거방송단 출범 관련 임원회의 보고 자리에서 참석자 한 분이 던진 질문이다. 순간 ‘멍’ 했다. 선거방송단 업무의 핵심이 개표방송이라면 개표방송의 핵심은 출구조사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다른 분이 맞받았다. “종편이 예능이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최근엔 스포츠 중계권까지 사는 마당에 선거방송은 지상파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영역 아닙니까.”

두 가지 지적은 모두 타당하다. 경영수지 악화 속에 선거 당일 하루짜리 콘텐츠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선거방송의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게 맞냐는 질문은 유효하다. 하지만 바로 선거방송이 가진 그 특이성 덕분에 이 영역에서는 아직까지 지상파 위주의 독과점이 유지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제대로 하자니 돈이 많이 들어 ROI(return on investment, 비용 대비 수익)가 안 나오고, 그렇다고 싸게 구색을 갖추려다 ‘아니 한만 못한’ 경우가 생긴다. 2012년에는 YTN이 독자 출구조사를 해보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1.2위 순위 예측조차 틀리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고, JTBC가 지상파의 출구조사 결과를 도용해 법적 분쟁에 휩싸인 게 2014년이다. 최근까지도 종편들이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풀(KEP)에 들어오겠다고 의사를 타진해왔다.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다. 어려우니 살림살이 줄여서 조금이라도 더 연명해보자는 접근방식과, 어렵지만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 존재감을 재확인시키고 전세를 뒤집을 기회를 노려보는 방법. 일단 회사의 선택은 후자다.

2020 총선을 준비하는 선거방송기획단은 가속화되고 있는 매체환경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KBS의 선거방송 우위를 어떻게 재확인하고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품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선거방송의 모든 관행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려고 한다. 새로운 업무 영역이 생겨날 것이고, 관행적으로 반복되어온 일부 업무는 과감하게 폐지할 것이다. 큰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방송과 디지털의 듀얼 퍼블리싱
전체 리소스 절반을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에 배분하려 한다. 2017년 대선에서 지상파 방송과 별도의 모바일 개표방송을 7시간 동안 진행한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적극적인 디지털 전략을 구현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선거방송기획단이 아니라 선거콘텐츠기획단이 되고자 한다.

다음으로 때깔지상주의(디자인 중심)
늙고 낡은 KBS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가장 지름길은 디자인을 혁신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내용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많은 노력이 든다. 하지만 디자인의 효과는 즉각적인데 반해 그 효용은 오래간다. 지금 KBS 디자인의 문제는 낡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이 없다는 사실이다. 선거방송단에서 제작 배포 유통하는 모든 콘텐츠에는 단일한 디자인 콘셉트가 적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과보다는 과정
후보초청토론이라는 영역이 있기는 하지만 선거방송단 역량의 80% 이상이 선거 당일 개표방송에 투입된다. 개표방송을 통해서 선거결과를 잘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시작된 2020총선 국면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주요 의제를 설정해 나가는 방송을 기획하려고 한다. 개표방송기획단이 아니라 선거방송기획단이다.

‘원오브뎀’으로 전락했다는 자괴감과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이 회사 내에 떠돌고 있다. 하지만 KBS는 여전히 뛰어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가진 조직이다. 

2020 선거 방송이 타사를 압도하는 성과를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우리 원래 이 정도 역량을 가진 미디어였어’ 하는 자신감이 보도본부 전체, 나아가 회사 전반으로 확산해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자협회원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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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온 이유…”

장상근 NEWS LAB 개발자

‘방송국 놈’이 된 보안 전문가
2013년 3월, 나른한 봄날의 오후,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K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사와 금융사 전산망이 일제히 악성 코드에 감염되는 사상 초유의 정보보안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이 초유의 사이버 테러는 한 명의 ‘외부인’에게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민간 보안 업체에서 10년 넘게 보안전문가로 일했던 저는 어떻게 이런 피해가 생겼을까 하는 호기심, 그리고 막아보고 싶다는 포부, 결국 그 마음에 이끌려 그해 8월 정보보안 담당으로 KBS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뉴스 덕후의 퇴근 후, 4채널로 모니터링?!
“똑같은 뉴스 지겹지 않아?”
아내의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뉴스 보는 것이 습관이 된 터라,
결혼 후에도 뉴스를 보는 건 여전한 일상입니다.

매일 저녁 KBS 7시 뉴스를 시작으로 MBC, SBS, JTBC, KBS 뉴스9까지 4개 채널의 뉴스를 보며 언론사별 논점과 보도를 분석합니다. 다음날은 커뮤니티에서 각 뉴스가 어떻게 소비되고 평가되는지 찾아보곤 합니다. 이런 일상에서 늘 뉴스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을 가득 메운 어뷰징 기사를 보며, 이것(?)들을 제압할 순 없을까. KBS 뉴스가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으려면 어떤 요소가 보완되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결국, 이런 목마름으로 지난 6월, 뉴스랩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취미로 저널리즘? 어쩌다 보도국!
시작은 ‘취미’였습니다. 뉴스 덕후로서 저널리즘을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KBS 자율연구회에서의 성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빅데이터를 통한 스트럭쳐 저널리즘(Structed Journalism) 연구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7년 KOBA에 출품해 여러 언론사로부터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습니다. 2018년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집된 방대한 뉴스에서 이슈를 뽑아낸 후, 자동 기사 작성과 데스킹, 텍스트를 통한 자동 영상 생성 기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물론 연구에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정보 전달과 이슈 확산이 빠른 한국사회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팩트체크에 대한 한계도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실제 보도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KBS가 BBC, CNN, 워싱턴 포스트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힘의 원천을 만들어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뉴스랩에서 하는 일은?
10년 넘게 정보보안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기자 사회에서 뉴스 연구와 실험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알아줄까, 헛발질만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지배했지만,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선보인 것은 음성을 문자화시키는 STT(Speech To Text) 베타 서비스입니다. 머지않아 리포트 제작에서 녹취 풀이의
수고가 없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자동 태깅 엔진을 구축했습니다. 유튜브에 리포트를 올릴 때, 기사 본문의 형태소를 분석해 키워드를 태그로 자동 생성해주는 기술입니다. 콘텐츠 유통과정에서 수작업으로 입력하던 것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였습니다.

연말까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 서비스 ‘뉴스타워’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속보 대응을 돕는 서비스입니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에서 확산하는 이슈도 실시간으로 모아 각종 이슈 대응을 돕고자 합니다. 또한 포털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소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습니다. 일선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를 돕는 것은 물론, 데스크들에게 다양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도국의 삶, 힘든 것이 있다면...
뉴스랩은 팀장을 포함한 기자 2명과 개발자 1명, 이렇게 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금의 뉴스랩은 의사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환자에게 어디가 불편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진단과 치료를 하고자 합니다. 가장 필요한 것부터 손을 대고 있지만, 그 과
정에서 자원과 일손의 부족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죽을 각오로 막아 싸우면 이길 수 있겠지만, 전투가 계속된다면 배의 추가 건조 역시 필요합니다. ‘디지털’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구성원의 지지와 의견이 중요합니다. 뉴스 분석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의견,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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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겪는 ‘처음’들

김도영 시사제작국

입사한 지 11년 차가 되었습니다. 취재를 다니고 뉴스 기사를 쓰며 나름 부지런히 ‘기자질’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취재는 했지만 군더더기로 버렸던 이야기들, 듣기는 했지만 미처 확인할 시간이 없었던 사실들을 다듬고 벼려서 하나의 스토리로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욕심을 고스란히 받아준 곳이 바로 < 시사기획 창 >입니다.

첫 방송을 내보내고 6kg이 빠졌습니다. 며칠 밤을 샜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112장의 디스크를 놓고, 키 높이 만큼 쌓인 인터뷰 프리뷰를 놓고, 한숨만 푹푹 쉬던 죽을 것 같던 밤이 수없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겨우 53분짜리 방송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 같던 선배들이 ‘사람처럼’ 안보였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일하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표준제작비가 무엇인지, 기획진행비를 어디에 얼마나 써야 하는지, 내가 의뢰하고 그리는 그래픽 한 장 한 장의 가격은 얼마인지, 음악은 어떻게 입히는지, 화면 구성을 어떻게 해야 시청자를 한 시간 동안 잡아 놓을 수 있는지, 오로지 ‘내 프로그램’으로만 결정되는 시청률의 의미가 무엇인지….


1년이 좀 넘는 시간동안 4개의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1년 넘게 추적하고 있는 사안이 생겼고, 어설프지만 취재의 방법과 영역을 넓히고, 제작의 기법과 트렌드를 읽는 눈도 키워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한 취재원과 종일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1년을 매일같이 만나고 통화해, 자다가도 내 전화에 달려 나오는 취재원이 생기는 경험도 했습니다.


더 대단한 일도 겪었습니다. 입사하고 처음으로 1년의 시간 동안 한 팀 안에서 5명의 부장을 모셨습니다.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실에 들어가 보도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으로 편성본부장실에 들어가 도대체 어떤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기자들의 프로그램을 고사시키냐고 항의를 해봤습니다. 아 참, 엘리베이터에서 편성본부장을 알아보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보도게시판과 코비스에 글을 올리는 경험도 처음 해봤습니다. 일만 하면 참 좋겠는데 회사가 일을 방해하는 굉장한 일 년을 보냈습니다.


< 시사기획 창 >의 편성 변경 시간을 놓고 제작진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많은 분이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기자들이 만드는 유일한 시사다큐를 지켜야 한다는 뜻에 공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일부 선배님들은 ‘뭘 그렇게까지 애쓰냐’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경쟁력이 떨어졌으니 회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도 하십니다. 회사 차원 같은 건 일개 평사원인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시사프로그램의 절반 정도의 제작비로 더 긴 시간의 방송을 해나가고 있는 < 창 >이, 그러면서 시청률은 더 잘 나오는 (시간대를 옮기기 전입니다) < 창 >이 얼마나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여 경쟁력이 떨어졌다면 버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리고 강화시켜 후배들에게 문을 열어줘야겠다고, 왜 그분들이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뭘 그렇게까지 애쓰냐’에 대한 답은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를 위해서입니다. 내 기사를 한 시간 동안 내보내고 싶은 저의 ‘욕심’을 위해서입니다. 조금 더 나가자면 언젠가 자기의 욕심을 이곳에 풀어놓고 싶은 후배들을 위해서입니다. 저처럼 아무것도 몰라 머리를 쥐어뜯고 강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한 시간의 방송에 영혼을 털어 넣고 싶은 후배들과 이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싶어서입니다. 또 후배들이 미처 모르고 있는 온갖 노하우(제작비 잘 쓰는 법까지!)를 전수하기 위해 차곡차곡 당신의 창고를 채워놓으신 선배님들과 함께하고 싶어서입니다.


보도국이 여러 가지 중요한 이슈로 참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 어쩌면 < 창 >의 문제는 당면한 사안들보다 조금 덜 중요해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발등의 불도 중요하지만 몸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바이러스도 중요합니다. 나중에 큰 병이 될 수 있습니다. < 시사기획 창 >에서 제가 보낸 ‘처음’이 가득했던 시간이 후배들에게도 꼭 찾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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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취미 >
나의 취미 방랑기

한승복 디지털뉴스기획부장

내겐 취미라 부를만한 습관이 네댓 개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취미가 무엇이오?’하고 묻는다면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진득하게 하나에 심취하는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나이를 먹어가며 뭘 해도 ‘짜릿하게’ 몸이 달아오르는 즐거움이 없어져서다. 취미란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 즐거움이 사라지니 묘한 상황이 반복된다. 새로운 것을 배워 취미로 삼자니 귀찮고, 혹시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낄까 하고 한때 취미였던 습관을 바꿈질해댄다.

취미는 없는데 취미생활은 있는 셈이다. 최근 꺼내든 건 ‘프라모델’, 정확하게 말하면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공간도 없고 도색하기도 어려워 접었던 것인데, 3년 전 몸이 아파 휴직을 하면서 다시 손을 댔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건프라의 핵심은 ‘사포질’이다.
플라스틱 쪼가리로 상상 속의 무언가를 만드는 데서 오는 기쁨은 부분일 뿐이다. #300 거친 사포에서 시작해 #600, #800, #1000... 단계별로 사포를 바꿔가며 부품을 갈아내어 수축을 잡고, 각을 세우고,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지옥 같은 단순 노동이 본질이다.


건담 PG(Perfect Grade)의 경우 부품이 6~800개 정도다. 하나하나를 세척하고 사포질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상상해보라. 왜 사포질이 건프라의 본질이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걸 왜 하는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갈아내다 보면 ‘무념무상’에 빠지게 된다. 일주일에 서너 시간쯤은 머리를 비울 수 있고 이걸 한 대여섯 달 하다 보면 예쁘장한 로봇 한 마리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건프라 전에는 ‘레고’를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 장난감이라는 핑계로 마누라를 꼬드겨 어렸을 때 로망을 실현했다. 대략 2006년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오지게 달려들었다.


이것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달에 1~2백만 원은 우습다. 마음에 드는 신제품은 똑같은 걸 3개씩 산다. 하나는 만들고, 하나는 소장하고, 하나는 박스째 상품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보관한다.


신제품을 섭렵하고 나면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단종 제품에 눈이 가게 된다. 8421이니 4888이니 제품 번호를 외워가며 중고시장에 잠복하는 것도 모자라 브릭 링크 등을 통해 10년, 20년 전 제품을 외국에서 DHL로 받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레고를 접게 되는 건, 나도 그랬지만 돈 때문이 아니라 공간 때문이다. 더 이상 집에 전시할 공간이 없어지게 되는 건 당연하고. 구매한 박스제품을 보관할 데가 없게 된다. 마누라 몰래 침대 밑, 베란다 창고, 자동차 트렁크에 숨기는 것은 물론이고 창고를 임대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당연히 싸게 샀다. 중고로 샀다. 친구가 줬다. 공동구매를 했다는 거짓말을 집사람이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일도 필연적이다.


‘레고’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보통 ‘정품’만 고집한다. 호기심에 옥스포* 또는 중국산 ‘짝퉁’을 만들어보기는 하지만 이내 실망하게 된다. 처음 블록을 쌓을 땐 무엇이 될지 모르다가 한참을 쌓다 보면 ‘오호~! 이게 이렇게 되네.’ 하는 즐거움, 다 만들어 놓고 나면 흐뭇하게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즐거움까지는 비슷한데 2%가 부족하다. 적당히 반짝거리는 레고 블록끼리, 너무 꽉 끼지도 않고 너무 헐겁지도 않게 ‘스르륵’ 들어가는 그 느낌이 없어서다. 노란 얼굴에 그려진 그 ‘스마일’도 이상하게 레고의 것이 더 자연스럽다.


레고 이후엔 보드게임에 꽂혔다. 강원도 콘도로 여름휴가를 갔다가 밤에 아이들이랑 하려고 기념품 가게에서 산 ‘카탄’이 원흉이다. 보드게임은 브루마블이 다인 줄 알았는데 ‘아뿔싸’ 거기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주사위로 질병과 싸우고, 미술품을 경매하고, 고대 이집트를 탐험하고, 때론 머리를 쓰고, 때론 ‘할리갈리’처럼 순발력을 겨루기도 하고... 저녁에 가족들이랑 둘러앉아 소소하게 즐기기에 참 좋다.


요즘엔 아이들은 물론 아내도 휴대전화에 빠져 사느라 보드게임에 관심이 시들해졌지만 소소하게 모으는 재미는 여전하다. 우표수집처럼 테마별로, 장르별로, 작가별로 모을 수 있고 하나씩 꺼내보는 재미가 있다.


이밖에 각종 취미생활의 흔적은 집안 곳곳에 널려 있다. 지금도 다용도실과 자동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자동차 ‘디테일링’ 용품이 있고, 거실 한쪽 벽에는 DVD와 블루레이가 한 가득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없다 보니 한 가지 취미에 몰입해 ‘마니아’ 수준에 이른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정말로 즐거운 일을 찾아낸 점이 부럽다.


고참이 되고, 선배가 되고, 회사 생활에 지쳐갈수록 자꾸 먹는 즐거움과 잠에 탐닉하게 된다. 종종 취미생활조차 재충전을 위한 의무감으로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계속 취미를 바꿔대는 이유는 뭘까? 불행하게도 찾아낸 답은 단순하다. 모두가 하루에 한 번씩은 생각하는 그거다. ‘무슨 재밌는 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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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읽어주는기자들 : 공개방송 후기
“KBS 기자 보러 누가 여의도까지 오겠어?”

‌김기화 디지털뉴스제작부

안녕하세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하는 김기화 기자입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지난 9월 공개방송을 준비했습니다.

 딱 100명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지 영상을 올렸고, 신청을 받으면서도 진짜 사람들이 오긴 올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일반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공개방송을 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몇 명이나 신청할지, 신청한 사람들이 실제로 오기나 할지 아무것도 예측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뿐이었죠. 괜히 한다고 했다가 개망신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잤네요.

드디어 공방을 하는군요. 몇 번 공방 요청 댓글 남겼는데 기획중이라 하셔서 언제쯤 할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뽑아 주실 거죠? (@유윤석)

딱 백 명만 모셔서 알차게!
구독자 백 명만 모셔서 진행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인원을 늘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모시면 통제도 어렵고, 준비한 선물도 모자랄 것 같아 150명으로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죠. ‘인원 제한을 하지 말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돌이켜 봐도 적은 인원만 초대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당일에는 폭우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분도 있고, 천안에서 오신 분도 계셨고요.

오신 분들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요. 댓읽기 1년의 정리, 요즘 최고 인기인 이화진 기자와의 토크, 간단한 콩트,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 등 나름 쫀쫀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이화진 기자는 입만 열면 빵빵 터뜨리는 재주가 있네 (@MIG_15bus)

정연욱 기자의 말에 소신과 진심을 느낄 수 있던 게 오늘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재밌는 시사프로그램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강병수 기자님이 생각보다 소두여서 놀랐습니다. 실제로 보니 더 멍뭉미가… 
옥기자님은 “목미얼더미” 에 더해서 “실미”(?)
김기화 기자님이 고생 많이 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고, 실제로도 저세상텐션 직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강길)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뿌듯했습니다. 다만, 준비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편한 소통의 시간은 갖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댓글에서도 기자들과 편한 소통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서 다음에 또 이런 이벤트를 하게 된다면 대화의 시간을 길게 배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물 받아가세요
남들도 다 하기에 저희도 ‘굿즈’라는걸 만들어보았습니다. 돌잔치 콘셉트라 수건을 준비했고요. 품격 있게 커피 마시면서 보기 보다는 낄낄거리며 맥주와 함께 보는 방송을 지향하기 때문에 맥주잔을 준비해봤습니다.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이어갔으면
KBS는 늘 시청자 중심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주로 취재원을 만나지 시청자 일반과 마주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시청자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고 물리적으로 너무 많은 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각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죠. 그래서 몇 명을 만나고 소통했다고 해서 시청자 전반을 만났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적은 수라도 직접 소통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기자 생활을 돌아볼 기회이자, 막연하게 생각했던 시청자라는 사람 중 일부라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곧 구독자가 10만 명이 될 것 같아서 또 한 번의 소통 이벤트를 준비 중입니다. (10월 7일, 구독자 10만 명 돌파했습니다) 앞으로도 KBS 기자들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송, 댓읽기를 열심히 키워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출연 준비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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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 기협 > 1탄, 제목학원
“이곳이 기자를 어부로 만들어 준다는
                                  
  ‘제목 학원’ 인가요?”



9월의 마지막 날, 기자들이 퇴근을 미룬 채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낚시는 나쁜 것이잖아요!’라며 모른척하기엔 힘겹게 취재한 기사가 ‘안 팔리는’ 현실이 속상합니다. 단순한 낚시가 아닌, 우리가 공들여 쓴 기사에 날개를 달아줄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20년 차 베테랑 편집기자인 김용철 한겨레 신문에디터께서 강사로 나섰고, 30여 명의 기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해주셨습니다. 강의 내용을 요약 전달합니다.

1. 핵심 단어를 담아라!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제목이다.
     
2. 누가 어디에? 

아는 장소와 이름 등이 있으면 독자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 규제 샌드박스 1호 도심 수소차 충전소 5곳 중 4곳 승인
→ 국회에 수소차 충전소...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 승인

     
3. 공분을 일으키는 발언‌을 인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콩국수 면발이….” 회장님 지적에 조리사 해고  
  “여자는 애 낳는 기계”... 부산 여고생들 ‘미투’

     
4. 시 쓰지 맙시다! 

디지털 제목은 은유적 표현보다는 직설 형이 좋다.
: 은마 웃던 날, 백마는 울었다
 → 은마 아파트 2억 뛸 때, 백마아파트 1억 떨어져

     
5. ‘헉! 이럴 수가! 충격이야!’ 

   감정 과잉 표현은 남발하지 말자.
     
6. 퀴즈형 제목으로 독자의 상상력과 궁금증을 자극하자.
: ‘불금’ 홍대거리를 점령한 것은?  
 “톡 쐈는데.. 김 빠졌어유” 초정탄산수 무슨 일?
     
7. 응?! 의외성을 담으면 관심이 높아진다.
: 오너보다 연봉 10억 더 받은 차장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혼자 잘살 겁니다

   
8. 쉬운 설명 없나요? 경제 기사는 구체적사례를 활용하자.
: 상장사들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사상 최대
→ 상장사들 1,000원 어치 팔아 90원 벌었다

     
9. “내 얘긴가?”

 여러 세대를 어우르기보다 타깃이 분명한 제목이 좋다.
     
10. 숫자가 필요해!

 텍스트만 있을 때보다 숫자가 함께할 때 효과 좋아.
: 돼지고기 공매가격 ‘급등’
 → 돼지고기 공매가격 30%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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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입사자 소개합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 (38기)

‌법조전문기자로 입사한 백인성 기자입니다. 2007년 파이낸셜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경향신문과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에서 일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세준 촬영기자 (44기)

‌초년병 시절에는 개인의 역량과 촬영기자라는 직종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KBS가 뛰어난 건 전통에서 나오는 시스템과 조직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조직에 힘과 활력을 실어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유용규 촬영기자 (44기)

‌44기 촬영기자 유용규입니다.
이전 회사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지만, KBS에는 '부지런함'과
'초심'만 가지고 왔습니다. 현장에서 핑계보다 방법을 찾고, 다시 얻은 '초심자'라는 타이틀로 한계보다는 가능성을 찾겠습니다.

‌‌홍성백 촬영기자 (44기)

‌‌요즘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TV뉴스의 위기를 직접 체감하기도 합니다. 저는 KBS 뉴스가 가진 힘! 기자가 현장에서 담아낸 묵직하고 충실한 영상과 뉴스의 정공법이 건재하다 믿습니다.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협회원 소식 #결혼 #출산 #수상‌


‌‌10월 26일
38기 취재기자 신지혜 결혼합니다

첫 눈에 반했다는 그 남자
‌정신 차려보니 드레스 고르고 있었다는 그 여자

8월 22일(목)‌ 김준범♡조정인 기자 쌍둥이 득남
‌"하리꼬미가 시작됐다"는 둥이맘의 한 줄 평

‌8월 26일(월) 강나루 기자, 아들과의 첫 만남!
‌건강한 아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9월 23일(월) 김태현 촬영기자 득남
‌또 하나의 행복을 만났습니다

한승연, 윤봄이, 김중용, 정면구, 김남범
북한 목선 삼척항 정박 연속보도

제346회 이 달의 기자상 (7월) 취재보도 1부문
제129회 이 달의 방송기자상 (7월) 뉴스부문

이재석, 이세중, 권순두, 이정태
밀정 2부작

제348회 이 달의 기자상(9월) 기획보도방송부문
제131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9월) 기획보도부문

저널리즘 토크쇼 J

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

< 저널리즘 토크쇼 J  > 
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 소감

‌송수진 시사제작1부

KBS 저널리즘토크쇼 J(이하 J)는 [미디어비평/기레기 퇴치프로젝트]를 목표로 지난해 6월 17일에 첫 방송을 했습니다. 이후 1년 4개월 정도가 흘렀고 그동안 J는 ‘지상파 TV 유일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J 제작팀의 고민은 갈수록 크고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좋은 미디어비평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동료들이 성찰하고 반성하는 데 우리 프로가 ‘아주 작은 계기’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믿음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스로 비판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다는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도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J 제작진들은 앞으로도 [미디어비평/기레기 퇴치프로젝트]라는 기획 의도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이 J와 함께 걷고 있습니다. 가장 큰 조력자는 시청자들입니다. J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청자와의 소통’을 핵심 가치로 여겼습니다. 온라인/오프라인 듀얼 퍼블리싱이나 같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시작한 것도 시청자와의 소통을 위한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뒤돌아보니 제작진의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습니다. J의 시청자는 단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진짜 저널리즘’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회사 밖 동료들입니다. 시청자의 궁금증이 곧 J의 다음 아이템이고 시청자의 기대가 곧 J가 도달할 수 있어야 할 제작의 수준입니다.

시청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잘 녹여낼 수 있는 좋은 방식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언제나 헷갈리지만, 제작진의 결론은 늘 하납니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아직 서툰 부분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청자와 함께 고민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겠습니다.
     
패널들 역시 J와 함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세진 앵커와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그리고 최욱 팟캐스터. 민감한 주제 앞에 곤란할 때가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매회 더 나은 비평을 위해 애써주고 계십니다. 
J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패널들의 큰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미디어비평/기레기 퇴치프로젝트]라는 이 성찰의 길을 우리 동료 기자들과도 함께 걷고 싶다는 겁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함께 걷다 보면 길 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같이 걸어야만 흐름을 만들 수 있고 그런 물줄기가 여기저기서 생기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길이 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안의 낡은 관행과 싸우며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자유 언론 실천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1975년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선배들이 2019년 후배 기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J 제작진은 앞으로도, 흔들릴지언정 걷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서 J가 민주주의의 성숙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기자들의 성찰과 새로운 저널리즘 실천에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란 믿음 놓지 않겠습니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이라는 큰 상은 그런 기대와 믿음을 J 제작진이 앞으로도 잘 간직해 나가라는 격려의 마음에서 주신 거로 알고 감사하게 잘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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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실에서... >
지금은 고민하고 질문하고 바꿔가야 할 때

NHN의 메신저 서비스 자회사인 '라인'이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됐던 2016년 7월, 이해진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전이 없는 것이 곧 경영 철학이다"
     
기자들은 '3년 후 네이버는 어떤 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하나?', '10년 후 인터넷 산업은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같은 질문을쏟아냈지만, 이 의장은 "평소에도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 속에서 CEO가 틀을 정해놓으면 변화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려 했고, 파도가 출렁일 때면 목표를 고집하며 나아가기보다는 회항하고 정박하기를 선택했던 리더였습니다. "강자 또는 영리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생물학의 일반 법칙을 경영 철학으로 삼은 것입니다.  
     
변화무쌍하기로는 우리가 속한 미디어 업계도 매한가지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 스마트폰은 없었습니다. 종편도 없었고, 넷플릭스도 남의 나라 얘기였죠. 2006년 < 타임 >이 일찌감치 유튜브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긴 했지만, 미디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건 최근의 일입니다. 팟빵이 설립된 게 2012년이니 팟캐스트도 본격화하기 전입니다. 


그 무렵 시청률은 20%를 넘나들었고 광고 매출은 연간 6천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뉴스 시청률이 광고 매출에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놀랍게도 2019년 두 지표는 모두 반 토막 났습니다. 시청률과 광고매출 자체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시청자·독자의 뉴스 소비 습관이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반 토막 난 지표들은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일 뿐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겼다고, 종편이 출범했다고, 유튜브가 나타났다고 뉴스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따라 우리의 고객들도 달라졌습니다. 지상파와 신문으로 나뉘어있던 시장이 모바일로 통합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방송뉴스 제작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됐습니다.  


TV 화면이나 지면을 빌리지 않고서는 발언권을 얻을 수 없었던 숨은 전문가들이 유튜브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자에겐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를 과점하던 기성 언론사의 틈 사이로 수많은 대안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기성 언론의 신뢰엔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짜뉴스를 탓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많은 역할과 더 철저한 사실 확인, 더 깊은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해진 의장의 발언을 보면서 저는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떠올렸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과격해 보이지만 오늘날 삼성의 성취는 이 선언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하루아침에 업무 프로세스가, 조직이, 관행이, 루틴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또 우리에겐 '마누라와 자식'처럼 바꿀 수 없는 저널리즘의 원칙(그것조차 합의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KBS는 공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적응은 변화로부터 출발합니다. 하여, 뭘 어떻게 바꾸자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오늘은 이해진과 이건희의 말을 종합해 이쯤에서 정리할까 합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이 요구하는 모든 것. 아주 작은 것부터 고민하고, 질문하고, 바꿔나갑시다.
     
     

2019년 10월 25일
KBS기자협회 사무실에 앉아


아래 기사는 73호 기사입니다. 


'녹취 풀어주는 AI'가 필요했죠? 시작일 뿐입니다

김범주/디지털뉴스부

“아, 맞다. 너 요새 어디 있니?”라는 인사에 “저, 뉴스랩에 있습니다”라고 답하면 마주치게 되는 의아한 표정이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고자 뉴스랩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하나 둘 꺼내 설명하다 보면, “우와, 멋진 일 하네. 잘되면 좋겠다”라는 약간은 공허한 추임새로 근황 토크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곤 합니다.

KBS뉴스랩(news lab)이 닻을 올린 지 벌써 100일이지만 구성원들에게 뉴스랩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존재입니다.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대는 있어도, 막상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 보니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듯이, 뉴스랩이 진행하는 일을 차근차근 공개해나간다면 곧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랩은 ‘뉴스 실험실’을 모토로 출범했습니다. 여기서 실험이란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플랫폼에 걸맞은 ‘새로운 뉴스 모델’과 ‘뉴스 제작 도구’를 고안하려는 시도를 말합니다. 뉴스에 관심 없는 10대들을 위해 게임이나 만화로 뉴스를 만든다든지, 방송용 리포트를 AI 기술을 이용해 1분 만에 모바일에 적합하게 재가공한다든지, 메신저에서 말을 걸듯 뉴스를 전달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렇게 만든 ‘시제품’을 실제 취재 부서로 넘겨 새로운 뉴스 수용자를 확보하고 뉴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 바로 뉴스랩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입니다.


어디로 가야하죠, 뉴스랩?


프로퍼블리카가 선보였던 뉴스게임 ‘HeartSaver’는 뉴스랩이 추구하는 가치와 닿아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응급환자를 시간 안에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게임 콘텐츠는, 자기도 모르게 게임을 즐기다 보면 뉴스 이용자들에게 긴 분석 기사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지역 응급병원의 부족 문제를 전달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뉴스랩이 목표로 하는 조직은 “BBC News Labs”입니다. BBC News Labs는 ‘신기술을 뉴스에 어떻게 접목할까’에 대한 BBC의 고민으로 2012년 출범했습니다. BBC News Labs는 먼저, 새로운 ‘뉴스 포맷’을 만들어 수용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800단어와 3분으로 정형화된 뉴스의 틀을 깨고, 수용자 친화적인 새로운 기사 포맷을 제공해, 그동안 BBC를 보지 않았던 이용자들을 새로 끌어들였습니다.


BBC News Labs는 이용자들을 향한 뉴스 서비스 못지않게 내부 뉴스 제작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OCTO 프로젝트의 경우, 콘텐츠 생산 시스템 상에서 텍스트를 지정하면 해당 부분의 영상클립이 자동으로 생성돼 뉴스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이렇게 각종 ‘디지털 도구’를 통해 기자들이 현장 취재에 쏟을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것, 바로 뉴스랩이 가려고 하는 길입니다.


개발자 퍼스트, 그리고 공적 기여


뉴스랩은 기자와 개발자의 협업 모델도 함께 실험해 나갈 것입니다. 디지털 뉴스 미디어에서는 현장 취재 기자 못지않게 뉴스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줄 개발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개발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뉴스 제작 문화를 선보여 궁극적으로는 디지털뉴스 DNA가 보도본부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 역시 뉴스랩이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려면 사실 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뉴스랩은 중장기적으로 대학교 등과의 산학협력, 미디어 해커톤 대회 개최 등을 통해 회사 바깥의 다양한 인재와도 접촉해나갈 계획입니다.


뉴스랩이 개발한 도구들은 충분히 사용할 만 하다고 여겨지면, API 공개 등의 형태로 외부에 공유될 것입니다. 이것은 개발자들이 강조하는 오픈소스 정신이기도 하고, 또한 수신료의 가치를 드높이는 공영미디어로서 공적 기여의 방식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국의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KBS가 선도 미디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디지털미디어에서 재난보도하기


지난 고성-속초 산불 당시 논란이 일었던 KBS의 재난보도는, 그마저도 역할이 ‘방송’에 한정됐습니다. 특히 방송 특보의 정보는 휘발성이 강해, 방송 채널을 고정하지 않은 채 수시로 찾아오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 뉴스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재난정보를 취합해 구글 장소목록에 표기하는 방식으로 화재 현황과 대피소의 위치를 공유했습니다.


뉴스 이용자들이 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재난정보를 PC와 모바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뉴스랩이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 역시 넓게 보면 ‘디지털 최적화 보도’를 찾아 나가는 뉴스랩 과제의 하나라고 해석했습니다. 뉴스랩이 도맡아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재난 보도의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뒤, 정규 업무로서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타진해 볼 계획입니다.


빠르면 올해 여름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부터,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KBS뉴스 PC 및 모바일 홈페이지에는 '긴급재난섹션'이 표출됩니다. 해당 섹션에는 재난구역 지도와 재난 현황표, 피해나 대피 관련 트위터가 배치돼 한눈에 재난 관련 상황을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당장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보도에서도, 헝가리 경찰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종자 발견 위치가 표시된 지도 콘텐츠를 기사화해 서비스한 바 있습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상에서 전파가 쉬운 콘텐츠를 구성해, 뉴스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KBS 재난 보도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외에도 주요 외신의 홈페이지에서 기사들을 실시간으로 긁어와 자동번역까지 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연합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제뉴스 선별을 주체적으로 하는 Big&Deep 시스템 역시 런칭을 준비 중입니다. 영상의 사물 인식 기능을 활용해 단조로운 단신 영상 편집을 인공지능에 맡김으로써 영상편집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술(STT)을 통해 녹취 푸는 일을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실험 과정에서 당연히 실패의 경험도 있겠지만, 이 역시 기록으로 남겨 함께 나눠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단지 시도에만 그치는 조직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씨앗이 되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큰 줄기를 잡아 KBS뉴스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은 씨앗을 차근차근 심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은 이광열 팀장 아래 제가 유일한 팀원이었지만, 6월부터는 IT직종 장상근 선배가 개발자로 합류하면서 KBS뉴스랩이 예열을 끝내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갑니다. 뉴스랩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투명하게 알리는 블로그도 개설돼,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뉴스랩의 도전이 매 순간 촉박한 시간에 대응하느라 고생하는 일선 기자들의 노력이 더 빛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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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드려도 될까요?” 이역만리 헝가리에서 느낀 인류애
부다페스트 유람선 사고 현장 취재기

강병수/사회부

“여권 갖고 있지 ?”

2주간의 헝가리 출장은 바이스의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겨울 휴가 이후 한참 꺼내지 않았던 여권을 온 집안을 뒤집어 찾아내 정신없이 달리니 어느새 인천공항 앞. 그때는 몰랐다. 헝가리까지 가는 길이 이토록 힘들 줄이야.


“그런데 어쩌다 차를 타고 가시는 거예요?”


프라하에 내리자마자 현지 코디가 내뱉은 첫 마디였다. 우리는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비행기가 없어 프라하에서 차를 빌려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어야 했다. 어떻게든 비행기 표를 구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멀미로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길을 온 몸으로 느끼며 달린 7시간 내내 함께 탄 비행기에서 환승 편까지 모두 마련해놨다며 숙면을 취하던 M사 기자들의 얼굴만 떠올랐다. 역시 먼 길은 준비를 잘 하고 떠나야 한다.


일은 쉬지 않고 계속됐다. 뜬 눈으로 도착한 부다페스트에선 이미 정신없이 뉴스가 진행 중이었고, “일단 930부터 타자.” 이 한 마디에 우린 새벽 1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현장 연결을 시작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뉴브 강 앞에서 그렇게 취재는 시작됐다.


“한국에서 왔나요? 안아드려도 될까요?”


처음 이틀의 시간은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고가 난 직후였고, 새로운 소식과 일정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말 그대로 재난 상황. 현장에 있는 선·후배들과 함께 그저 한 마디라도 더 듣고 더 쓰기 위해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무덤덤했다. 슬픔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침 다뉴브 강에서 만난 헝가리 아저씨 덕분이었다. 동이 막 틀 무렵, 중계를 위해 사고 현장 앞에 서 있던 우리를 향해 다가온 그 분은 “한국에서 왔나요?” 라고 물은 뒤, 우리를 꼭 안아주었다. 이번 사고를 진심으로 위로한다는 말과 함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앞으로도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낯선 땅 낯선 사람의 포옹이 그렇게 따듯할 줄이야. 현장에서 왜 열심히 뛰어야 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아버지란 사실이다”


모든 사고 현장이 그렇겠지만, 이번에도 영웅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한국과 헝가리의 구조대원들은 매번 흙탕물이 된 다뉴브 강에 뛰어든 뒤 늦은 점심을 먹었다. 물에 젖은 잠수복이 오전의 힘겨웠던 싸움을 대변했다. 헝가리 잠수부였던 ‘사트마리 졸트’씨는 진행된 인터뷰에서 싸움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린 모두 아버지다. 가족을 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싸움 덕분에 많은 실종자들이 소중한 가족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까지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실종자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멀리서나마 전할 뿐이다. 위대한 아버지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자”


헝가리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취재 수첩에 적은 글귀다.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소식들을 전하자는 마음으로 취재를 했다. 하지만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니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많기 때문이다. 헝가리 정부와 사고를 낸 크루즈 선사와의 유착 의혹은 사실인지, 사고 직후 선장의 미심쩍은 행동의 이유는 규명이 됐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의혹들은 남아있고 현장 취재기자들은 그것을 풀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뛰며 이런 의혹에 조금이나마 다가갔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계속 들려오는 소식들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다뉴브 강 앞에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안타까움의 마음이 담긴 그 불을 등대 삼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따듯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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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첫 대기질 조사
“보도국 사무실에만 들어오면 졸린 이유는?”

신방실/기자협회 복지국장

보도국 사무실에만 들어오면 머리가 아픕니다. 눈이 뻑뻑해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고 졸음이 밀려오거나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도 많은데요. 봄과 겨울에는 특히 심각합니다. 한 부서 안에서 돌아가면서 독감에 걸리기도 하는데요. 좁은 공간에 기자 수는 많은데 환기가 잘 안돼서 그럴 거라는 의심을 가지고 보도국의 공기 상태가 어떤지 직접 측정해봤습니다.

시점은 사무실의 메마름이 극에 달했던 지난 1월 29일(화)로 외부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측정 항목은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총부유세균, 일산화탄소, 습도, 온도 등 총 7개 항목이었고 오후 12시부터 6시간 동안 연속 측정했습니다. 측정 포인트는 보도국 3층(NS-1 앞 복도), 보도국 4층(과거 문화부, 스포츠취재부 사무실) 이렇게 3지점으로 측정과 분석은 FITI시험연구원이 맡았습니다.

스포츠취재부 ‘대기질’ 가장 안 좋아

이산화탄소와 총부유세균 등의 항목에서 대기질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4층 스포츠취재부’였습니다. 이번에 측정한 3지점 중 실내 대기질 유지기준을 초과한 곳은 없었지만 스포츠취재부의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911ppm으로 기준(1000ppm)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4층 ‘문화부’도 895ppm으로 역시 높은 수준으로 문화부를 비롯해 디지털뉴스부 쪽 공간은 항상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꼽힙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실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돼 있는지 보여주는 항목으로 사람이 많을수록 호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증가하고 졸림과 집중력 저하, 업무 효율 감소 등을 불러옵니다. 사무실에만 오면 하품이 쏟아지는 이유가 따로(?) 있었던 셈입니다.

알레르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총부유세균 항목도 스포츠취재부에서 304CFU/㎥(기준 800)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기자들이 일하는데도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특히 스포츠취재부는 창문이 열리지 않는 ‘통창’ 구조인데다가 파업 때 설치한 입구 쪽 간이문(출입증을 찍게 만들어놓은) 때문에 공기의 순환이 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4층 문화부 공간, 가장 따뜻하고 건조

이번에 측정한 3지점 모두 평균 습도가 20% 초반에 머물러 겨울철 실내 습도 기준인 40~6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온은 23~26℃ 분포로 따뜻하면서 매우 건조한 상태였는데 특히 4층 문화부에서 가장 높은 기온(26.1℃)과 가장 낮은 습도(21%)가 기록됐습니다. 물론 한 번의 측정 결과지만 건조하게 느껴진 원인이 공기에 있었던 겁니다.

이번 측정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초미세먼지의 경우 3곳 모두 기준치 이하였는데요. 실내 초미세먼지 기준은 최근에 생겼고 올여름부터 지하철 역사 등에 적용 예정입니다. 기준도 단위면적당 50㎍으로 설정돼있어 외부공기에 적용되는 대기환경기준(35㎍/㎥)과 비교해 너무 높아서 무의미하다는 의견입니다. 측정 당일 외부 공기가 청정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3층 국제부, 스튜디오 내부도 측정해 달라”

3층 공간이 4층에 비해 대기질이 양호하게 나타난 이유는 장비가 설치된 장소 때문입니다. 장비의 소음과 공간 문제로 불가피하게 기자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가 아니라 NS-1 앞 복도에서 측정이 이뤄져 ‘최악’을 피해간 것으로 보입니다. 3층에서 6시간 동안 측정을 하는 동안 국제부 쪽이나 스튜디오 내부의 공기는 더 심각하다는 다양한 제보가 들어와 추가 측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기자들은 업무 특성상 새벽부터 밤까지 실내에 머무를 때가 많습니다.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요즘은 제작이 있는 경우에만 사무실에 들어온다거나 오픈 좌석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공기에 대한 대책은 부족합니다. 한정된 공간에 밀집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대기질로 인한 두통과 현기증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대기질이 가장 안 좋게 나타난 4층 스포츠취재부를 우선으로 환기가 가능한 창문으로 바꾸고 간이문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창문이 있는 공간에서는 외부 미세먼지 농도를 고려해 환기를 자주 시키고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자체적으로 갖추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작본부의 경우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스튜디오 내부에 공기청정기를 구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가 대기질 조사를 자체적으로 처음 실시한 것은 그동안 회사 차원의 조사가 보도국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수많은 기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정신없이 일하느라 자신의 건강을 챙길 여유도 없는 기자들, 공기라도 좀 쾌적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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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위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
복진선 단장 인터뷰

인터뷰 진행 : 정재우/기자협회 편집2국장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는 지난해 6월5일 KBS 이사회가 승인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설치 및 운영규정’에 따라 정식 조직으로 출범했다. KBS의 공적책임과 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 침해 사례를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약 10개월간의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과제라고 할 백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진미위를 이끌어 온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장을 만났다. 다음은 복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기자협회(이하 협회) : 다음 달 중 발표될 백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장(이하 단장) : 진미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저해한 여러 가지 사건들, 또 KBS의 정체성이 훼손된 사례 약 20여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또 조사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해 KBS의 공식기록물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는데, 백서는 이 같은 활동에 대한 총괄 보고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제도나 시스템을 바꿔야 할지 조언하는 권고조치들까지 담을 예정이다.


-협회 : 진미위 조사 활동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단장 : 우리가 왜 조사 활동을 해야 되는 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런 과정들이 힘들었다. 분명한 건 우리가 공적 지원을 받는 언론기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언론으로서의 일들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사장 자리를 지키는데 상당히 많은 권력과의 야합이 이뤄져왔다. 이걸 놔두고 향후 미래의 KBS를 얘기 한다는 건 코미디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한 번은 기록을 해놔야 우리가 그거에 대한 염치를 가지게 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사 활동을 진행했다.


-협회 : 조사 과정에서 정말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느끼신 사건이 있다면.
=단장 : 기자협회 정상화다. 본인들은 그게 개인적인 의사표시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 고대영 전 사장의 중심세력이 보도국에서 줄 세우기를 위해 벌인 친위 쿠데타 같은 거다. 당시 기자협회장이 세월호 특조위를 왜 우리가 취재 안 하느냐고 계속 지적하자 보도국 간부들이 기자협회를 비판했다. 기협은 친목단체고 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으로. 그런데 기자협회라는 조직은 편성규약에 의해 만들어진 준 법적조직이다. 거기 보면 기자협회장이 일반 제작자를 대표해서 보도위원회에 참여하고 편집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공조직을 이용해서 간부들 중심으로 세력화를 시도 한 게 기자협회 정상화모임이다. 이런 일은 하면 안 된다. 보도국에서 전 간부층이 결집을 하면 조직의 다양성이라든지 민주적인 견제원리가 전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기자협회 정상화모임처럼 특정한 목적지향적인 그룹을 공조직을 이용해서 만드는 일은 앞으로도 다시 벌어지면 회사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2008년 겨울에 노조 선거가 있었는데 그 선거에 당시 이병순 사장과 회사가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거의 두 발 벗고 맨발로 뛰었다. 사실 그런 일은 정말 KBS 역사에 다시는 있기 힘들지만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협회 : 기자들이 진미위 보고서나 진미위 백서를 열심히 봐야 하는 이유?
=단장 : 사실 몇 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당시 간부들이 주도를 하긴 했겠지만 그때 우리도 다 보도국 말석이라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내부에서는 갈리지만 그 당시에 주도했던 자와 그거를 비판하던 자와 암묵적으로 따르던 자로 나뉘겠지만, 밖에서 보면 KBS 기자다. 그냥, 똑같은 거다. 때문에 우리한테도 “이것들 봐라 세상은 바뀌었는데 KBS는 바뀐 게 없네.”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뭘 보고 대응해야 할까. 각각의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힘들이 작용해서 어떻게 결과가 나오고 그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그걸 보려면 보고서를 하나씩 보면 된다. 내용도 재밌다. 또, 우리가 잘 모르는 전체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어떤 힘들이 작용해서 뉴스가 어떻게 가고, 그 뉴스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근데, 거기에 또 중요한 게 우리 회사는 조직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했을까. 예를 들어 최순실 국정농단 보고서 같은 경우는 이제 우리가 잘못되는, 뉴스가 망가지는 과정이 너무 잘 드러나 있다.


-협회 : 진미위 활동에 반대하는 기자들도 일부 있다. 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단장 : 우리가 병이 있으면, 아픈 부위가 있으면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털어놓고 가는 게 맞는 거다. 그걸 계속 술 한 잔 하면서 넘어가봐야 결국 그게 10년, 20년 쌓여서 다른 또 어떤 그 큰 암 덩어리를 만드는 거다. 그래서 진미위 활동이라는 게 결국,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나 공론장을 만들자는 건데, 뭐 반대 할 수도 있고 뭐 사실 다 이해하고 반대해도 된다. 다만, 이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징계하고 보복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하려면 다른 방법으로 했을 거다. 그건 강행하면 된다. 근데 우리가 스스로의 역사를 모아서 진실을 밝히고 그걸 보면서 미래에는 어떻게 가야될까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반대는 할 수 있지만 오해는 안했으면 좋겠다.


-협회 : 마지막으로 진미위 활동이 왜 필요한지 말씀해주신다면
=단장 : 우리는 우리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를 한 거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지난 일의 과오가 있고, 우리도 분명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어준다든가 애써 권력의 문제점을 피한다든가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걸 돌아보고 이거에 대해서 세상에 알리고... 옛날에는 뉴스나 프로그램만 잘하면 그게 됐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태도 업무처리방식 내용 이런 거까지 다 빤히 들여다보는 세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낸 돈에 대해서 너희가 어떻게 책임성을 구현하는지 보여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최소한의 면피라고 본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 시청자들과 세상에 대한. 우리 사회에 대한. 그것도 안하고 뭘 하겠나. 지금 와서 뉴스 잘한다고 사람들이 좋아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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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로컬 뉴스’ 프레임 깨자 새 길 열려

김익태/제주총국 보도국

 
“제작거부 148일! 이제 우리는 승리한 걸까?”지난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자문자답했습니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지난해 1월부터 코비스에 올렸죠. 15달이 지나 다시 훑어봤습니다. 참 용감했더군요. 달라진 게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대안으로 제시한 15개 테제(2018년 2월11일 코비스 참조)중 단 하나, “저녁 주요 시청시간대에 뉴스 등 지역시사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한다”를 지금 제주에서 실험중입니다.

지역방송 활성화! 이 추상적인 구호에 모든 사람들은 동의합니다. “방송은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해야”(방송법 6조6항)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지역 기자들 대다수는 인력과 예산의 부족을 호소합니다. 단 한 번도 그런 지원을 받아보지 않았으니, 맞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쉽게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혹시 우리들의 의지와 아이디어는 충분한가?


“방송은 공정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 특히 ‘공공방송’ KBS 기자가 가져야 할 제1의 가치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공정 방송’을 만들면 만들수록 왜 늪에 빠지는 걸까요? ‘공정’이라는 프레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고담준론이 아닙니다. 우리 생존과 걸려 있기 때문이죠. 지역은 항상 ‘공정’이라는 ’제1의 가치’ 아래 있던 ‘제2의 가치’였습니다. 전복(顚覆)은 이럴 때 필요합니다. 현재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지역을 제1의 가치로 올려보면 어떨까요? 프레임을 깨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릴 겁니다.


제주총국이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 7시부터 40분 전부를 로컬 시사뉴스 콘텐트만으로 채우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고생스럽긴 합니다. 아날로그 조직·업무 행태를 혁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긴 합니다. 다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기에 제주 보도국은 그냥 묵묵히 가고 있습니다. 실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지역·본사 기자 동료들의 총명한 아이디어가 모아지길 바랍니다. 이번 보도본부 이달의 보도상 첫 지역보도부문 수상도 그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지난 4월 신설된 이달의보도상 지역 부문 수상자들의 취재 후기입니다. (편집자 주)


경찰이 분실한 수사서류가 범죄조직 손에

이준석/부산총국 보도국

 
뉴스 보도 첫 마디에서 앵커는 “실수라기엔 치명적인 주의 부족,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경찰이 실제 수사 과정에서 체포영장 등 수사 정보가 담긴 서류를 분실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분실된 수사 서류가 범죄 조직 손에 들어갔고, 이 서류를 바탕으로 내부 고발자를 색출해 낸 조직원이 신변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고발자의 신변 보호 요청을 외면하고 적법한 절차 없이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습니다.


 취재 어려움은 없었지만, 꼼꼼히 취재하고 신중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수사 서류의 진위 여부를 비롯해 검찰, 법원까지 확인을 거쳤습니다.

 
경찰에 최종 확인했을 때는 잘못을 시인하고 보도 이후 즉각 개선 방안 등을 내놓았습니다. 문제점을 찾아 보도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기자 그리고 KBS의 책무라면 작지만 힘을 보탰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보도본부 '이달의 기자상' 지역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신변위협을 받던 내부고발자가 감사를 표하며 KBS를 신뢰하게 됐다는 말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내부 고발'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위협의 두려움을 경험해보지 못하고서는 그 심정을 알 수 없겠지요. 이번 보도와 수상을 계기로 세상을 바꾸려는 작은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누군가를 한 번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 지난 4월 신설된 이달의보도상 지역 부문 수상자들의 취재 후기입니다. (편집자 주)


평화로움의 진실은 ‘무관심’이었다

차주하/창원총국 진주방송국

 
새벽녘, 휴대전화가 울렸다. 사건이구나, 직감했다. 아파트에 불이 났고 사망자가 여럿이라는 정보만 듣고 서둘러 출발했다. 막 보도된 1보를 찾아보니 단순 화재가 아니었다. 일부러 불을 내고 대피하던 주민들을 살해한 방화 살인 사건이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6년차 취재기자로 웬만한 사건사고는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사건의 참혹함 앞에 경악했다.

 대체 누가, 왜, 어떻게 저지른 걸까. 피해자는 몇이나 되는 걸까. 알아내야 할 게 너무도 많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을 뛰어다녔다. 취재기자 셋, 촬영기자 둘, 진주국장까지 자그마한 진주방송국의 모든 인력이 금시에 현장 곳곳을 발로 뛰며 유족과 피해 주민과 주변 학교 선생님과 경찰 등을 만나 취재했다.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피의자가 지난해부터 이웃과 갈등이 잦았다, 대화가 안 될 정도로 불안정했다, 경찰도 수차례 출동했다, 주민센터에도 피의자에 대해 문의했을 정도였다…. 

현장을 취재하자마자 피해 주민과 이웃들의 억울한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한 사람의 광기로만 일어난 사건이 아님을 모두가 말하고 있었다.

“진주는 평화로운 동네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죠?”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진주시민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진주로 발령받기 전, 많은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도 진주는 평화로운 곳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날 취재하며 겪은 그곳은 평화와는 동떨어져있었다. 


대체 무엇이 이곳의 평화를 깨뜨린 걸까? 피의자 안인득, 그 한 사람의 문제일까? 원망과 억울함에 절규하는 유족들과 주민들을 만났다. 죄인 된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그분들의 억울함을 조심스레 실타래를 풀듯 하나씩 들었다. 병원, 경찰서,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알았다. 언제 깨질지 모를 위태로운 평화였던 것이다. 

참혹한 살인사건이 있기 전, 평화로워 보이던 동네에는 이미 소녀의 두려움과 옹기종기 모여 살던 이웃들의 공포가 서려있었다. 그들의 도와달란 외침이 수차례 있었지만 온전히 돕지 못했다. 사건이 나고서야 사방에서 모여든 경찰과 기자들이 단 며칠 사이에 무엇이 문제였음을 짚어냈다. 정신질환자의 관리체계, 현행법의 문제점, 정신병원의 입원절차, 이웃들의 신고와 경찰의 대응, 피의자의 과거 전과와 행적….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유심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비로소 공론화됐다. 진정 평화로울 수 있었던 마을은 그저 평화로우리라 넘겨짚고 지나쳐버린 숱한 무심함 속에 두려움으로, 절규로 뒤바뀐 것이다. 작은 동네 평범한 이웃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제도의 근본적 허점 때문이었다. 실상 우리 사회가 작은 동네 진주를 공포로 몰아넣은 채 외면한 셈이었다. 사건이 나고서야 기사 수십 개를 쏟아낸 우리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진주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었다. 실상 어디에도 진정으로 평화로운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인구 30만 작은 진주에서 무참히 깨진 평화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오롯이 보여줬다. 무엇으로 어떻게 시민을 지킬지를 고민하게 했다. KBS진주가 지키는 이곳이 그저 평화롭기만 한 작은 동네가 아님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KBS기자들의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다.


※ 지난 4월 신설된 이달의보도상 지역 부문 수상자들의 취재 후기입니다. (편집자 주)

외부자들 - 안녕하세요, ‘프로재촉러’입니다

정다원/전략기획부

오후 1시 30분.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시각. 오늘도 나의 오후일과는 전화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기획부 정다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예, 어떤 일이세요?) OO프로젝트 관련해서...법률검토가 어느 정도 진행되셨을까요? (지금 서면답변 쓰고 있어요. 언제까지 보내드리기로 했죠?) 오늘이요. 오후까지 가능하실까요? (아, 지금 다른 일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오늘까지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럼 늦어도 내일 오전까진 꼭 부탁드릴게요ㅜㅠ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이제 또 어떤 분에게 전화를 드려야 하더라...

보도본부를 떠나면 전화 돌리는 일은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현재 업무시간의 1/4은 전화통화로 채워진 것 같다. 재촉하고 설득하고 읍소한다. 전화로 안 되면 직접 찾아간다. 다른 부서들과 회의도 자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일하는 전략기획부의 주요 업무가 각 부서의 정책과 이견을 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안이 많다보니 법률자문도 수시로 구해야 한다.

전략기획부는 회사의 헤드쿼터(라고 쓰고 폭탄처리반, 다산콜센터, 여러가지문제연구소라고 불린)다. KBS의 주요 프로젝트를 ‘배’에 비유한다면, 배를 하나씩 띄우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게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회사의 경영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정책을 개발한 뒤, 유관부서와 협력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을 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되게 거창하다. 사실 나처럼 평범한 직원은 큰 프로젝트를 하나 맡으면 제대로 좇아가기도 벅찰 때가 많다. 다행인 건 우리 회사 곳곳에 분야별 고수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분들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국장 임명동의투표 실시, 제작부서의 권한 강화, 편성규약 개정 추진 등 보도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

벌써 6월이다. 여름이 됐다. 지난해 봄이 질 무렵 전략기획부에 왔으니, 보도본부 밖에 나온 지 이제 1년이 넘었다. 여기서 보면 보도본부가 ‘스스로 고립된 거대한 성’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구성원들이 워낙 바쁘고, 보도본부 안에서 취재, 촬영, 제작, 편집, 후반작업, 방송까지 모두 이뤄지다 보니 다른 본부와 교류가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런 고립 탓에 회사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도본부 실무진의 의견이 미리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내가 ‘외부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보도본부와 다른 본부 사이에 다리를 놓거나, 기자들이 처한 여러 상황에 대해 다른 본부 구성원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미미하나마 내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문득 고개를 들어본다. 책상 파티션에 < KBS를 시민의 품으로 >, < 방송사를 방송사답게 >, < 생존을 넘어 성장하는 KBS > 같은 구호들을 써 붙여둔 게 보인다. KBS의 주요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라며 지난해에 적어놓은 구호다. 방향은 확실한데 가는 길이 참 가시밭길이다. 한 발 한 발 느리게 발을 뗄 수밖에 없다. 아직 취재제작의 최전방에서는 KBS 혁신의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나중에 내가 이 부서를 떠날 때쯤에는 모든 기자 동료들이 혁신의 실마리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회사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재촉하고 설득하고 읍소해 봐야지. 그러면 내일은 딱 한 뼘, 한 마디라도 뭔가 더 나아져 있으리라 감히 믿어본다.


‌*<  외부자들  >은 보도본부 밖에 있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타 본부에서 일하는 '기자 아닌 기자'들의 적극적인 발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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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국장 인사
난제 쌓였지만...뉴스로 대한민국 흔들 ‘때가 찼다’



이재강/통합뉴스룸 국장

 쏟아지는 정보에 파묻히고 다급한 업무에 치여 반쯤 얼이 나간 상태로 첫 1개월을 보냈습니다. 어렴풋이나마 ‘때가 찼다’고 느낍니다. 후배 기자들이 뉴스로 대한민국을 흔들 때 말입니다. 

KBS가 갖고 있는 탄탄한 인프라와 기자들의 날카로움이 합쳐지고 있습니다. 각 부서마다 문제의식으로 무장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기자들이 보입니다. 부장과 팀장은 일선 기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자율과 규율이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력한 한 방은 아닐지라도 의미 있는 단독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성 산불 이후 첫 재난방송이었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보도 때는 국제부, 사회부, 영상취재부, 보도기술부가 순식간에 한 팀으로 조직돼 훌륭하게 대응했습니다. KBS뉴스가 대한민국을 흔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너무 낙관적인가요? 물론,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7.9체제, 취재와 편집 사이의 갈등, 뉴스가치를 둘러싼 책임자와 실무자 간 이견, 디지털 강화 방향을 둘러싼 논란 등 많은 난제들이 있습니다. 너무 다양한 의견과 요구가 밀려들어올 때면 ‘이러다가 길을 잃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합뉴스룸의 백가쟁명은 구성원의 상식과 합리로 통제되고 있고 생산적 결과를 지향하고 있음을 압니다. 요행이 아니라 실력으로 KBS뉴스의 압도적 존재감을 입증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41대 협회장 인사


 제41대 기자협회장직을 내려놓고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그릇에 걸맞지 않게 무거운 책무를 맡아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건이 고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후배동료님들께,
아침마다 각 부서에 뉴스모니터 배달하시느라,
시도 때도 없이 부서 의견 수렴하시느라 고생하신
각 부서 운영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 현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주신
41대 기협집행부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수석부회장             김시원
시사제작국부회장    박효인
보도영상부회장         조승연  
스포츠국부회장       김기범
사무처장                 박혜진
정책국장/편집1국장 양성모
편집2국장               정재우
공정방송국장           박민철
조직1국장               김기화
조직2국장               강병수
복지1국장               신방실
복지2국장              박광식
여성국장                김채린


 P.S. 기협 이민경 간사에게도 애정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9.6.30.

41대 협회장 공아영 올림.

 

42대 협회장 인사

안녕하세요.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42대 기자협회장 양성모입니다. 

선거운동을 하며 선후배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가슴에 새길 조언도 주셨고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을 말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또 당연한 일이지만 협회원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고 
갈등의 요소가 여전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됐습니다. 

저는 42대 기자협회의 슬로건, 
'당신의 협회 모두의 협회'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 
당신의 고민을 듣기위해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협회로서 
우리가 공유하는 저널리즘의 가치관에 입각해 판단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칭찬받거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모두에게 신뢰받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42대 기자협회를 꾸려나갈 집행부를 소개합니다.

수석부회장 이승철(37기)

시사제작국부회장 고아름
보도영상부회장 최경원
스포츠국부회장 문영규
여성부회장/정책국장 신지혜
사무처장 신선민
편집국장 석혜원
공정방송국장 정연우
조직1국장 이재희
조직2국장 송락규
복지국장 김수연(42기) 

‌감사합니다. 

2019.7.1.

42대 협회장 양성모 올림.

 
42기 촬영기자 권준용, 취재기자 김수영 결혼

3월 1일, 42기 공식 촬영-취재 기자 커플의 결혼! ‌ 취재현장에서 싹튼 사랑입니다. 

39기 촬영기자 박준영 결혼

3월 9일,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청년 사업가와 결혼했습니다. 박준영 기자의 별명은 아랍왕자라고 하네요.

38기 취재기자 김수연, 39기 취재기자 유호윤 결혼 

3년 반의 밀실연애가 3월 30일, 드디어 사랑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38기 촬영기자 최상철 결혼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다 갖춘 동갑내기 신부와 지난 4월 27일 결혼했습니다.

‌37기 촬영기자 윤성구 결혼

모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재원과 7월 6일 화촉을 밝힙니다. 

윤성욱 촬영기자 둘째딸 탄생

‌지난 4월 3일 아빠를 닮은 이쁜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휴스턴 국제영화제 기획보도 플래티늄상(4월 13일)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김도영, 박혜진, 권순두, 심규일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작품상(5월 1일)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달의방송기자상(3월) 뉴미디어부문

‌3.1운동 100주년 특집 만세지도
‌KBS데이터저널리즘팀
‌정한진 팀장, 성재호 기자, 윤지희 데이터분석가, 임유나 인포그래퍼

‌이달의방송기자상(4월) 기획보도부문

포항 지열발전소 단독 연속보도
서재희, 변진석, 박대기, 정연우, 손서영, 홍성희

이달의방송기자상(5월) 기획보도부문
‌민언련 좋은 방송보도상

‌3.1운동 계보도 등 단독 발굴
‌이재석, 이세중, 권순두, 이정태

‌아래는 72호(2019. 2. 18.) 기자협회보 기사입니다


‘J’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정연우/뉴스웨이터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기레기, 가짜뉴스 퇴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도발적인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난해 6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기계적 중립이 아닌 가치 판단을 통한 방향 제시”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주제를 선정할 때 시의성을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한다. 논쟁적인 사안일지라도 사회적 관심이 큰 이슈라면 과감히 주제로 선택했다. 최근 방송을 보면 여전히 첨예한 논란인 SBS의 손혜원 의혹 보도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방송했다. JTBC 손석희 대표이사와 김 웅 기자의 폭행시비 등도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언론의 보도 행태를 주저 없이 짚었다.

주제 선정 이후에는 내용에 있어 < 저널리즘 토크쇼 J >가 가지는 방향성이 반영된다. KBS는 지난 오랜 시간 언론의 전문적 시각,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대체로 기계적 중립을 추구해왔다. 공영방송이라는 지위에 따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얽매이면서 KBS가 취재하고 판단해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소개하고 판단을 국민들에 맡기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기계적 균형을 통해 외부로부터 오는 비판과 논란을 피하고자 했던 면피 의식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이러한 고착화된 KBS의 관행을 깨고자 했다. 기계적 중립으로 판단을 시청자에게 떠넘기기 보다는 취재와 비평을 거쳐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언론 보도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 것이 옳고 어떤 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누가, 어떻게, 무엇을 왜곡하고 있는지 분명히 짚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해당 매체나 기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프로그램의 비평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시청자 층에서도 비판이 나온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기계적 중립이라는 우산 아래 숨지 않는 것, 그것이 < 저널리즘 토크쇼 J >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시청자들 역시 그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촌스럽지 않게, 기자도 할 수 있다는 것”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현재 매주 수요일 오후 스튜디오 녹화를 진행하고 일요일 밤 본방송을 내보낸다. 30회가 넘어가면서 이제는 고정패널 간에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전문적 내용과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예능적 요소까지 어느 정도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고 있다. 처음 목표했던 새롭고 지루하지 않은, 재밌게 볼 수 있으면서도 전문적 내용을 다루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모습들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송 콘텐츠의 완성에는 주제 선정과 취재, 녹화만큼이나 포스트-프로덕션 작업, 후작업에 대한 공이 절대적이다. 본방송이 일요일 밤 10시 반에 방송되는데, 수요일 녹화 뒤 일요일 방송 직전까지 끊임없이 치열한 후작업이 이뤄진다. 영상을 하나하나 골라 편집하고, 이해와 재미를 더하는 그래픽과 자막, 음악 콘텐츠가 덧입혀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 보이지 않는 많은 팀원들의 땀이 녹아든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회사 프로그램이 맞느냐?”고 신기해하는 내부적 평가와 함께, 외부에서도 “KBS에서 KBS답지 않은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심심한, 지루하고 뻣뻣하다는 편견을 깨 나가고 있다는 점도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중요한 자산이다.

“디지털 퍼스트, 그리고 시청자와의 소통”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디지털 콘텐츠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런칭부터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의 동시 송출을 고려한 멀티 퍼블리싱 개념을 도입했다.

특히, 최근 가장 트렌드가 되고 있는 유튜브에 집중했다. < J라이브 >, < J컷 >, < J훅 > 등 다양한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성을 모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짤방’이 생성되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듀얼 퍼블리싱을 실현한 < J라이브 >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본방송 외에 별도의 노력과 시간,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 J라이브 >가 성공하면서 본방송을 포함한 프로그램 전체가 연착륙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수용자와의 소통 노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도 이어졌는데, 지난해 말 개최한 신년기획 < 토크 콘서트 > 공개방송에는 700명이 넘는 다양한 연령대의 방청객들이 찾아와 < 저널리즘 토크쇼 J > 제작진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미디어 생존의 길은 카르텔이 아닌 감시와 견제”

다매체 시대이다. 심지어 이제 개인 미디어가 가장 주요한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창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폐지됐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부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언론 권력의 감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언론 사이의 암묵적 카르텔 형성과 이를 통한 권력화. 이것을 언론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수용자들은 언론과 미디어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생존이 걸린 일이다.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이러한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선의를 바탕으로 한 언론에 대한 비평과 비판을 가감 없이, 거침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공영미디어 KBS인 만큼 보다 양질의 콘텐츠와 깊이 있는 문제의식, 바람직한 시선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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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하리꼬미...신입기자 교육 어떻게?

‌김정환/사회2부 사건팀장

‌신입 기자가 사회2부로 오는 첫날, 3층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행용 가방이 빼곡히 줄을 선다. 패키지 단체 여행이라도 가는 그림이지만 가방 주인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사회2부를 지나가는 선배들은 한마디씩 던진다. 웃으면서. “수습들 하리꼬미 시작하나 보네?” 옛날 생각났겠지.

다들 기자생활을 그렇게 시작했다. 하리꼬미로. 보도본부엔 하리꼬미에 관한 전설 같은 얘기도 내려온다. 경찰서 문을 ‘뻥’ 차고 들어가라는 조언을 듣고 미근동 경찰청 문을 뻥 차고 들어갔단다. 서대문서인 줄 알고. 검찰청 당직실에 가서 영장 안 보여준다고 직원과 대판 싸웠는데 “혹시 옆 법원 아닌가요?” 이 말을 듣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 월릉교 사고 취재하라고 야근 선배가 취재계획서 써줬더니(그땐 종이에 썼다) 촬영기자 없이 택시 잡아타고 종이를 흔들며 “월릉교 빨리!”를 외쳤다는 얘기까지.

아찔한 순간도 있다. 소방서 마와리를 도는데 소방서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바로 구조되는가 하면 넘어져 얼굴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 회사에 복귀해서 야근을 계속한 사람도 있다.

천사 같은 라인 선배 만나서 추억이 됐건, 악마 같은 1, 2진 만나 악몽이 됐건 하리꼬미는 끝났다. 수습 교육이라 하면 하리꼬미 하나에 퉁치던 시대는 간 것이다. 주 근무시간 단축으로 할 수도 없고 하리꼬미 무용론은 계속 있어 왔다. “그래도 필요하지 않냐?” 라고 말하면 꼰대 소리를 감수해야 한다.

10년, 20년 전 방송 환경과 지금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더 많아졌다. 현장 취재에 보고, 단신, 리포트 작성에 그치지 않는다. 뉴스 출연, 중계차에 MNG, 해외 스카이프 연결, DLP, VR, 디지털 기사 작성까지... 이 가운데 하나만 잘 해내기도 쉽지 않은데 다 능숙해져야한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지만 수습기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할까?

사회2부와 보도기획부는 지난해 입사한 45기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할 것인지 의견을 교환했고 실제로 적용했다. 라이브 출연과 중계차 연결 연습도 그 중 하나다. 45기들과 함께 일 해보니 그 때 연습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교육이라 해봤자 순서대로 한 번씩 중계차 앞에 서서 멘트를 해보는 정도였고 후배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진 앵커 선배가 시간을 내서 출연 연습 상대를 해준 것이었다. 그래도 45기들은 ‘도움이 됐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45기들의 전체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교육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OJT 교육을 끝낸 46기들은 1월 28일부터 사회2부에서 수습 생활을 시작했다. 사회2부에서는 교육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고 이번엔 평가도 체계적으로 할 예정이다. 후배들이 반갑지만 수습 교육을 맡은 사회2부엔 부담도 된다. 현업에 바쁜데 교육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인 후배들 가운데는 ‘나도 잘 못하는데 무슨 교육을 하냐’는 볼멘소리도 한다. 다른 부서도 수습 교육을 나눠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추진해볼 생각이다. 영상취재부가 MNG 연결 교육을 하고 출연은 뉴스제작1부, 디지털 기사 작성은 디지털뉴스부에서 하는 식으로. 방송기자연합회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가시킬 계획이다.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이렇게 말할 게 아니라 보도본부 전체 선배들이 수습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배의 의무이고 후배들의 권리다.

한 가지 더, 가장 중요한 것은 수습기자 본인의 노력이다. 같은 교육을 받고도 100% 빨아들이고 발전하는 수습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다. 본인의 노력과 교육의 중요도를 본다면... 내 생각에는 노력이 7, 교육이 3? 아니, 8대 2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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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돌아보니, ‘하리꼬미’는 껍데기였네…

김준범/사회2부

“수습 생활에 대한 원고 좀 부탁드려요.” 기자협회 편집국장의 전화였다. 어려울 것 없을 것 같았다. 덥석 승낙했다. 그까이거, 금새 써내려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최대 난관은 기억이 거의 안 난다는 점. “그때 ‘하리꼬미’ 했었지, 왜 그렇게 추웠는지. 참 졸렸어, 여튼 다시는 하기 싫어.” 따위의 총체적 감상뿐이었다.

별 수 없이 취재를 시작했다. 기사창을 뒤졌다. 보도정보 메시지도 훑었다. 노트북 하드디스크도 살폈다. 한 시간쯤 뒤지니 얼추 기억의 조각이 모였다. 흥미로운 한 시간이었다. (심심할 때, 한 번 정도 해보시길 ‘강추’. 졸업 앨범 뒤적이는 재미에 버금간다.)

밤샘 보고 3회, 빽빽한 ‘하리꼬미’ 시간표

‘하리꼬미’ 첫 시작은 2007년 2월 12일(월) 밤이었다. 밤샘 보고는 3회였다. 나의 수습 첫 보고는 이러했다. 시답잖은 내용이지만, 첫날 주워듣느라 애 좀 먹었을 성싶다.

*혜화 김준범 : 지병 앓던 80대 노인 숨진 채 발견(단신 작성 지시)

故 조종옥 선배가 짠 < 수습 교육 시간표 >는 빽빽했다. 절대 놀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제와 생각하니, 참 고마운 일이다. 옮겨 싣기엔 너무 길어 제목만 남긴다.

◆수습기자 교육 일정◆

훨씬 길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하리꼬미’는 겨우 5주였다. “야, 우린 6개월이야” 라며 부러워했던, 동대문서 2진 기자실에서 만났던 SBS 동기 기자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수습을 키우는 것은 팔 할이 ‘하리꼬미’?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들 사이에선 가끔 이런 논쟁이 펼쳐진다. 36개월 군 복무와 21개월 군 생활을 비교하며, 36개월이 더 힘드네, 그렇지 않네, 침을 튀기며 갑론을박을 한다. 하고, 하고, 또 한다.

여기엔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 긴 복무 생활을 이겨냈어야 모범적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인식. 딱잘라 아니라고 하기 어렵지만, 군 복무 기간을 다시 늘릴 게 아닌 바에야 무의미한 퇴행적 논쟁에 불과하다.

기자 사회의 ‘하리꼬미’에 대한 인식은 대략 이런 듯하다. ① 하리꼬미 경험함=“기자답게 배웠네”, ② 하리꼬미 경험 안함=“(앞에선)시대 흐름이지” “(뒤에선)기초가 약하지 않겠어”

그런데, 이제 ‘하리꼬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 ‘수습기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덧대지 않는 한 합법적으로는 실시할 재간이 없다. ‘수습을 키우는 것은 팔 할은 하리꼬미다’는 평가가 옳건 그르건, 이제는 의미가 없다.

막막함과 쪽팔림을 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

‘하리꼬미’라는 키워드를 걷어내고, 나의 수습생활을 돌아봤다. 결국 뻔뻔해짐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던가 싶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보기, 삼촌 같은 경찰서 과장과 대거리하기, 두 번째 만난 취재원은 마치 친구라도 되는 양 아이스브레이킹 하기…

수습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감히 드리는 조언. 막막하고 쪽팔리겠지만, 뻔뻔해지기 위해 노력하자. 이미 뻔뻔한 성격의 소유자는 더 뻔뻔해지자. ‘하리꼬미’를 안하는 덕에 근무시간이 부족하니, 더 압축적으로 뻔뻔해질 노력을 하자. 그러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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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들-교육을 깔아놓고 ‘흥행’과 ‘모객’을 고민하다

송명희/인재개발원

‘외부자? ... 내가? 흠...매우, 정말, 대단히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뉴스’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뭉쳐 있는 조직 틀을 경계로 본다면 ‘외부자’ 맞다. 그러고 보니 보도본부가 아닌 곳으로 인사가 나면 마치 가출하는 것처럼 ‘나간다’라고 말했었다.

지난해 4월 보도본부에서 인재개발원으로 나와 ‘외부자’가 됐다. 10개월째다. 주요 임무는 기자 선‧후배 동료들에게 직무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조금 그럴듯하게 말하면 ‘저널리즘 스쿨’ 기획‧운영이고, 막말을 하면 기자 직종 공부시키는 거다.

그런데, 내가 ‘내부자’였을 때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던가? 직급별로 받아야 하는 의무 기본연수 말고는 아주 가끔, 부장이 교육 보내야 한다며 부서에서 적당히 누구 한 명 추려내 2박3일 수원으로 보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긴 했다.

인재개발원으로 기자들을 불러서 하는 집체교육을 안 하기로 했다. 대신 한 두 시간짜리 단기 교육 과정을 여의도에서 진행했다. 데일리 뉴스 제작해대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 동료들에게 가끔 두뇌를 시원하게 하는 영감과 자극을 주고 싶었다. 공부로 가능하다면, 그게 그럴 수 있다면 죽어가는 취재 열정도 살리고, 저널리즘 트렌드를 팔로우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또 가끔 ‘워라밸’ 같은 강의로 아주 잠시나마 짧은 심리적 휴식도 할 수 있으면 싶고 그랬다.

훌륭한 선배들이 술자리 말고 번듯한 교육공간에서 취재 노하우도 전수하고, 핫한 전문가들 불러 당당히 강사료 지급하고 지식을 사고, 그렇게 살아있는 교육, 공부하는 보도본부, 저널리즘 스쿨을 꿈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역시 모르는 ‘내부자들’이 훨씬 많겠지만 10개월간 대략 15개 과정을 진행했다.

아직은 꿈을 꾸는 중이다. 짧은 시간에 현실이 되기에는 우리 기자들이 너무 여유가 없었다. 점심시간까지 취재원에게 바쳐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 그랬고, 강의 듣기보다는 차라리 한 시간 멍 때리기를 선택하는 각박한 하루가 그랬다. 사내 최고의 선배들과 실력 있는 강사들을 모셨지만 ‘흥행’과 ‘모객’은 매번 부진했다.


그래서 고민한다. ‘내부자’였을 때를 반추한다. 더 구미가 당기는 교육, 더 좋은 강의, 더 맛있는 점심, 더 오가기 쉬운 편한 교육장 (KBS에는 교육장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본관, 신관 다 털어 단 한 곳도 없다. 매번 빈 회의실을 찾아 떠돌며 교육을 진행한다)이 없을까.

다행히 실적은 매달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부서 요청으로 강사를 모신 과정도 몇 차례 있었다. 이런 경우는 기자들의 집중도로 보나 강의 수준으로 보나 최고다. 고정 고객도 생겼다. 허접한 ‘외부자’에게 훌륭한 교육과정을 추천하고 강사까지 섭외해주는 멋진 ‘내부자’도 있다. 누구누구인지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지만 눈물 나게 고맙다.

올해도 한 달에 한두 번 사내에서 ‘저널리즘 스쿨’을 진행한다. 명절이 낀 2월은 ‘저널리즘 스쿨’을 쉰다. 3월에 보도정보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내연수’ 게시물을 한 번 눈여겨봐주시길...


*< 외부자들 >은 보도본부 밖에 있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타 본부에서 일하는 '기자 아닌 기자'들의 적극적인 발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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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신입기자를 소개합니다

공민경_취재기자

‌기자를 꿈꾸며 항상 마음에 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최은영 작가가 했던 말입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녀의 말은 제가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김혜주_취재기자

‌기자는 사람과 닿아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취재 대상이 되는 것도, 취재를 바탕으로 한 보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전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기자로서 ‘사람과 닿아 있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제가 취재·보도한 내용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민정희_취재기자

‌큰 이야기는 눈에 띄기 쉽고, 작은 이야기는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미디어인 KBS에서 작은 이야기를 듣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강자에게는 할 말을 하는 당당한 기자, 약자에게는 겸손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지금의 이 설렘과 긴장된 마음을 항상 기억하며 현장을 뛰어다니겠습니다. 유연하게 사고하고 씩씩하게 행동하겠습니다.

박진수_취재기자

안녕하십니까 KBS 46기 수습기자 박진수입니다. 최종합격 결과 발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가 KBS 일원 중 하나라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간절히 원했던 회사에 들어온 만큼 더 열심히 뛰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 공영방송 KBS 기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잊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눈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다은_촬영기자

KBS의 촬영기자가 되어 기쁘지만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된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더욱 성장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회를 위해 한 켠에서 조그만 돌을 쌓아가는 공정한 기록자이자 공영방송의 촬영 기자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겠습니다. 2019년 1월 1일, 첫 시작을 잊지 않는 촬영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송혜성_촬영기자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제가 좋아하는 이소라의 노랫말입니다. KBS에 입사하게 되면서 저에게 이 노랫말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촬영기자의 역할이 이 노랫말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현장과 시민의 일상을 기록하는 KBS의 촬영기자로 "언제나 그곳에, 가야 하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신수빈_스포츠기자

늘 그리던 꿈을 이루게 된 지금 매일이 새롭고 즐겁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 이름에 붙는 기자라는 직함이 아직 낯설고 두렵습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말이 주는 힘을 간과하지 않고 그 힘을 과시하지도 않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14살, 스포츠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겠다고 생각한 그날을 기억하며 좋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지수_취재기자

‌세상에는 머리부터 가슴, 가슴부터 발까지의 거리가 가장 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생각하고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난 그 길이가 굉장히 짧다. 그래서 행동력 있다. 부지런히 현장으로 달려가, 사실 확인하겠다. 엉덩이가 아닌 현장에서 질문 거리를 찾겠다. 좋은 기사는 부지런한 발끝에서 나온다는 믿음, 마음에 담고 기자 생활 하겠다.

안민식_촬영기자

‌K에게

부모님의 바람과 다르게 입을 날이 없던 새 양복. 회사에서 지급받지 못해 자비로 구입해야 했던 손전등. 식사할 시간도 없어 간직했던 컵라면.

당신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더 낮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카메라를 들겠습니다. 더는 차갑고 외로운 세상 되지 않게 불의와 치열하게 맞서겠습니다.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양민철_취재기자

Be a realist, but have an unrealistic dream. 이는 체 게바라의 말입니다. 또한 저의 좌우명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저는 기자로서, 항상 사실들 속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현실에 기여하는 ‘현실주의자’가 되고자 합니다. 또 한편으론 비록 비현실적일지라도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한 사회를 꿈꾸고자 합니다. KBS의 품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천 리를 갈 수 있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수민_취재기자

본사로 출퇴근하며 연수를 받는 지금도, 제가 KBS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이 아직 잘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꿈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라 너무 기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마음 잊지 않고 국민에게 필요한 KBS 기자가 되겠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배우면서 더 성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유민_취재기자

낮은 곳의 공기와 애환을 들이마시며 자랐습니다. 강보다는 약, 갑보다는 을이 익숙한 삶을 지내오며 우리 사회의 모순과 균열을 포착해왔습니다. KBS라는 무겁고도 빛나는 이름 아래, 입을 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기쁩니다. 꼭 들어야 할 이야기를 외면해온 세계에 필요한 말을 전하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애정과 온기를 담아, 정성껏 기사를 쓰겠습니다.

이정은_취재기자

말하기보다 듣는 게 좋습니다. 쓰기보단 눈으로 보고 읽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보고, 읽고, 듣는 게 기자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열여섯번의 계절을 돌아 기자가 된 지금도 제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기사 쓰는 시간, 리포트 읽는 찰나를 빼고는 더 보고 더 읽고 더 듣겠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가까운 기자가 되겠습니다. 그것이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준희_스포츠기자

KBS라는 조직과 KBS 스포츠국의 일원이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요즘입니다. 스포츠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이라는 한 선배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스포츠의 결과만을 전달하는 기자가 아닌 정치,경제,사회의 많은 부분을 스포츠라는 컨텐츠에 녹여낼 수 있게 만드는 스포츠 기자가 되겠습니다. 스포츠 뉴스의 오프닝 시그널이 울리는 9시 45분이 누군가에겐 설렘의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기자가 되겠습니다.

전현우_취재기자

팔만대장경은 3번 절을 한 뒤 대장경에 한 글자씩 새기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글자 수가 5천 2백만 자가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록의 무게감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꿈에 그리던 공영미디어 기자가 됐습니다. 보도할 때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조급증이 날 때 생각하겠습니다. “난 대몽항쟁 가운데 일자삼배로 팔만대장경을 만든 이의 후손이다.”

정한솔_취재기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기자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KBS 전형이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서라면 기자의 격무 속에서도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품게 됐습니다. ‘성실’이라는 두 글자 좌우명을 되뇌며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항상 동분서주하겠습니다.

최석규_촬영기자

‌안녕하십니까! 46기 신입 촬영기자 최석규입니다. 그토록 원하던 사원증을 목에 걸었지만 KBS 촬영기자라는 수식어가 아직은 낯설고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서려 합니다. 공영방송이라는 길 위에 올라 선배님들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걷겠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오랜 시간 지켜 오셨던 공영방송의 가치를 저희 46기 신입사원들이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수곤_촬영기자

‌안녕하십니까 K‌BS 46기 촬영기자로 입사한 허수곤이라고 합니다. 현장의 모든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알아야할 것이 무엇이며, 어떤 사실을 꼭 전달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촬영기자가 되고자 합니다. 고민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촬영기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배님들을 격하게 환영하며...

공아영/기자협회장

‘시작’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렙니다. 후배님들과의 첫 만남은 ‘취재윤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였죠.

강의 준비를 하며 제 기억은 2003년, 우리 공장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으로 내달렸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를 길 없었습니다. 곧바로 빡센 경찰 마와리를 도느라 떨림을 오래 즐길 새는 없었지만요. 씻기는커녕, 신 벗을 여유조차 없어 처음으로 무좀에도 걸렸더랬습니다.

그런데, 기억의 편린을 아무리 헤집어도 취재윤리에 관한 내용은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연수원이든 어디에서든 들었을 법 한데 말입니다.

‘김영란법’을 들여다보고 우리 내부 규정도 뒤져봅니다. 사무실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는 ‘KBS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부록에서 < KBS윤리강령 >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2조 16항으로 돼 있는데, 서문에는 ‘KBS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 환경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16년 만에 첫 정독입니다.

시작 때부터 이랬으면 좋았겠습니다. 취재 순간순간 고민될 때가 많았거든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이 이야기를 ‘시시각각’ 곱씹으려 합니다. ‘내로남불’이 아닌, ‘박기후인(薄己厚人)’의 자세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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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보도상 수상 후기
문화재 복원 보도가 남긴 작은 조각들

장혁진/문화부 

 문화부로 온 뒤 발레와 클래식 등을 소재로 리포트를 만들며 우아한(?) 시간을 보냈다. 보람도 있었지만 나름의 갈증도 있었다. 굵직한 스트레이트 기사도 한 번 쯤은 쓰고 싶다는 허세랄까. 국정농단 사건 중심에 있었던 직전 출입처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이 말이 다시 법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로 부디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질근질하던 차에 ‘경복궁 복원 공사에 시멘트가 쓰였다’는 말을 듣게 된 건 우연 같은 일이었다. 제보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으니 단발성 보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지 쌓인 차에 시동을 걸 듯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 과정 중 곡절이 많았다. 문화재청의 갖은 회유와 압박 속에 흔들리는 제보자를 다독이는 건 차라리 쉬웠다. 재시공된 벽체에서 시멘트가 검출되지 않았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다. 나는 ‘보도가 어려울 것 같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만 홍찬의 팀장은 오히려 기회라고 맞받아쳤다. 전통 재료(석회)와 시멘트의 성분이 비슷해 정확한 판명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 경험 많은 데스크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였다. 문화재 공사의 전반적인 문제로 주제를 확대할 수 있는 장치가 됐고 실험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도 풍성해졌다.

 문화재청은 보도 이후 KBS의 지적을 모두 인정하고 문화재 복원 기준 개정 등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타 매체의 인용 보도가 잇따랐고 기사엔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하지만 ‘KBS 보도로 복원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이메일로 보내온 문화재 업계 내부자들의 반성이 더 큰 수확이다. 변화의 물꼬를 트는 건 면피성 대책을 내놓는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양심이라 생각한다.

 기사 밑바탕엔 가족처럼 똘똘 뭉친 문화부원들이 있었다. 두 달 가까운 취재 기간 동안 빈자리를 채워준 김수영, 김수연 후배에게 엇비슷한 이름처럼 똑같이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기사가 빛을 보게 된 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홍 팀장 덕분이었다. 기사 재촉 한 번 하지 않고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준 이수연 전 부장과 구영희 부장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기자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성장통은 여전하다. 왜 기자로 사는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질문이지만 힘들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나는 답을 모른다. 기자 생활을 버티며 찾는 몇 가지 단어로 퍼즐 같은 정답을 간신히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번 < 문화재 부실 복원 연속보도 >는 작은 조각 몇 개는 내게 남긴 것 같다. 그래서 고맙다.


이달의 보도상 수상 후기
“징계 대상자 없다”던 청와대...비위는 있었고 징계만 없었다

‌유호윤/정치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직원 중 징계 대상자는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징계 현황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청와대의 답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정부 출범 초기 비위행위로 인해 해직된 직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확인되면 청와대 인사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전·현직 청와대 직원들과 군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정보를 조각조각 모았습니다. 그렇게 정보를 끌어 모아 공보 라인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청와대 직원이 군 장성 인사자료를 외부에서 분실했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후속 취재 과정에서는 문제의 행정관이 군 장성 인사자료를 들고 만난 사람이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이란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8년 차와 6년 차, 두 기자의 능력만으론 벅찬 취재였습니다. 다행히 많은 선배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정치부와 통일외교부 부장께서 얼개를 잡아주셨습니다. 취재가 벽에 막힐 때 마다 이철호 선배가 활로를 찾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또 청와대에 다른 현안이 많았음에도 김기현 선배와 김지선 선배는 이번 취재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청와대 비판 보도가 축소되거나 밀리지 않고 9시 뉴스 전면에 배치되는 걸 보면서 보도국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달라진 뉴스에 걸 맞는 보도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41대 기자협회 활동보고

‌동호회 활동 지원 규정 마련
기자협회는 그간 보도본부 내 동호회에 일정금액을 지원해왔지만, 협회 운영 세칙에 관련 규정이 없어 명확한 지원 기준 등이 없었습니다. 지원금 수령 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규정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지구를 살립시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머그컵’ 배포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일환으로 지난 9월, 기협에서 개인 머그컵을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협회원들은 총 4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각층(3, 4, 9층) 화장실에 세척도구(수세미+주방세제)도 비치됐습니다. 실제,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후문~

‘내어드려요’ 기협사랑방 운영 & 소통 프로젝트 “대신 전해드립니다”
회의해야하는 데 공간이 없는 회원들을 위해 기협 사무실을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미리 예약해주면 언제든 이용 가능합니다! 보도게시판에 올리긴 부담스럽고 본부장, 국장을 직접 찾아 따지기도 어려웠던 뉴스에 대한 나의 생각. 기협의 소통프로젝트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이용해주세요. 이메일을 보내면 기협회장이 최대한 열심히 취재해 답변해 드리고 있어요. kbskihyup@gmail.com

기협 송년의 밤 성황리에 마무리
2018년을 마무리 하며 12월 19일 저녁 7시부터 기협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습니다. 수많은 협회원들이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추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마이크 NG영상부터 추억의 영상, 빠질 수 없는 경품 행사까지...! 송년의 밤은 성황리에 마무리 됐습니다.

 보도위원회 운영세칙 개정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이 개정됐습니다. 12월 18일, 기협 운영위 의결을 거쳐 다음날 책임자 측(김의철 본부장) 대표와 실무자 측 대표(공아영 기자협회장)가 만나 개정안에 서명했습니다. 2004년 12월 24일 당시 본부장(김홍)과 기자협회장(윤석구)이 사인한 뒤, 14년 만입니다.

뉴스모니터단 시즌 2 발족
모니터단 활동을 정비, 보완해 ‘뉴스모니터단 시즌 2’를 발족했습니다. 단장은 김시원 기협 수석부회장입니다. 모니터 요원 1명이 돌아가며 일주일(월~금)을 맡고 주말과 공휴일은 야간당직자가 맡습니다. 모니터단 활동을 원하는 협회원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소정의 활동비도 드려요!

‌《보도위원회 운영세칙》 14년 만에 바꿨다

‌방송법 4조 4항에 따라 각 방송사는 편성규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은 보도·제작·라디오 부문에서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방송하도록 하고, 제작 실무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겁니다. KBS는 2003년 11월, 개정 편성규약을 공표했는데요. 각 본부별(보도·TV·라디오) 편성위원회와 노-사 단위의 전체 편성위원회(공정방송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합니다. 이번에 개정한 《보도위원회 운영세칙》은 그 세부적인 운영 방침을 정한 것이죠. 주요 내용 살펴볼까요?

 Q1. 주요 내용은?
큰 틀은 같은데, 보강만 했습니다. 보도위원회는 정례회의(월1회)-임시회의(수시)-소위원회 회의(수시)로 구성됩니다. 정례회의는 책임자 측과 실무자 측 각 5명이 매월 1회 넷째 주 금요일에 의무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대표위원은 보도본부장과 기자협회장입니다. 하지만 우리 업무 특성상 즉시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임시회의를 정례 회의처럼 구체화했습니다. 3명 이상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당일’ 개최하고 합의 사항을 즉시 이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든 회의의 결정·합의 사항은 기협이 닷새 안에 게시판을 통해 공개합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한 협회원들은 녹취록 등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Q2. 소위원회 회의가 뭔가요?
용어가 좀 낯설죠? 역시 편성규약에 규정된 것인데요. 예를 들어 특정 부나 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소수가 모여서 그 문제를 빠르게 협의하자는 취지입니다. 취재/제작, 시사 취재/제작, 스포츠 취재/제작, 영상 취재/제작 이렇게 4개 분야에 설치합니다. 분야별 위원을 따로 정해 놓는 건 아니고요. 사안에 따라 적합한 사람이 위원이 되는 방식입니다. 책임자 측에서는 해당 분야의 최상위 보직자, 실무자 측은 기협회장이 대표를 맡습니다.

 Q3. 만약 보도위를 열지 않으면?
과거 수 년 동안 되풀이됐던 일입니다. 실무자 측의 거듭된 요구를 보도본부장 등 책임자 측이 거부한 것이죠. 그래서 8조에 < 제재 및 처벌 > 조항을 넣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회의 개최를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3차례 이상 발생하면 사장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측을 징계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사내 게시판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내외에 적극 알리기도 하고요.

예. 한계가 명확합니다. 사장이 보도본부 책임자를 임명하는데, 편성규약 위반했다고 과연 징계하겠냐는 거죠. 더군다나 본부장은 집행기관이어서 사규 적용 대상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은 기자협회의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향후 편성규약을 개정하거나, 단체협약을 맺을 때 제재 조항을 신설하는 식으로 개선할 예정입니다. 기자협회는 이를 토대로 보도본부장과 운영세칙을 다시 개정하는 데까지 합의했습니다.

 Q4. 결국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핵심
맞습니다. 세칙만 있으면 뭐 하나요. 결국 운영이 핵심이지요. 그래서 협회원들께 몇 가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매월 열리는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협회는 운영위 단톡방을 통해 부서별로 다양한 < 안건 >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 때 초점을 맞췄던 임시회의를 활성화하려고 해도 역시 협회원들이 주시는 의견들이 필수적입니다. KBS 뉴스의 변화를 위해 협회원들의 애정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정리 : 김시원/기자협회 수석부회장

‌1월 19일, 영상취재부 허용석 회원이 화촉을 밝혔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에 만나 반년 만에 부부가 되었답니다.

 

2월 16일, 스포츠취재부 허솔지 회원이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2017년 겨울 술을 마시다가 만난 남편이랍니다. 역시 허'술'지입니다.

‌변진석, 유성주, 석혜원, 변기성 회원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2019년 1월)
[뉴미디어 부문]다문화교실 가보셨습니까 연속기획

‌이재석, 이세중, 권순두 회원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2018년 12월)
[뉴스 부문]독방 거래 연속보도

김시원, 류란, 이랑, 김채린, 윤봄이, 송형국, 지선호, 권준용, 고형석 회원 BJC 올해의 방송기자상 수상
[기획보도부문 우수상]미투 연속보도

‌신방실 회원 올해의 과학언론인상 수상
[과학기사부문]과학계 미투 단독 보도



아래는 71호(2018. 09. 06.) 기자협회보 기사입니다


'노잼'은 가라!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뉴스가 왔다

김기화 뉴스제작1부

#1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다들 자기 리포트에 댓글 읽으시나요? 댓글 읽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곤 하죠. 댓글이 나의 의도를 완전히 곡해해서 빡치기도 하고(그런데 그 댓글이 베스트로 올라있음), 분명히 기사에서 설명을 했는데 기사를 읽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엉뚱한 내용도 있고, 어떤 댓글은 내가 귀찮아서 넘긴 부분을 콕 찔러서 아프기도 하고, 응원해주는 내용을 읽으면 뿌듯하고... 댓글 다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붙잡고 설명이라도 하고 싶고, 부족한 부분 지적해줘서,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런데,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습니다. 기자가 이걸 똑바로 알고 쓴 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쓴 댓글을 읽기는 하는지... 궁금하지 않겠어요?

사실 기자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시청률이라고 해봤자 그냥 숫자에 불과하고, 댓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고 싶어도 방법도 없고...

그래서 '본격 케베스 소통방송,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만들어봤습니다. KBS 기사에 한 주간 달린 댓글에 대해서 출연자들이 얘기하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직접 나오거나, 인터뷰를 해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 내용을 담을 생각입니다.

#2 왜 팟캐스트야?

무엇보다, 가볍게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내용도 형식도, 엄숙하고 딱딱하지 않게, 지상파 기자라는 틀을 넘어서 유쾌하고 진솔하게 시청자들에게 전해보고 싶었어요. 규모도 최대한 작게, 들이는 돈도 최소한으로 말이죠. 망해도 욕 덜먹게

또 그만큼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에서는 할 수 없었던 과감한 포맷을 펼쳐볼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을 마련했달까요. 그래서 앞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 또, 팟캐스트가 좀 안정되면 영상 편집도 신경 써서 유튜브 콘텐츠로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지켜봐주세요.

#3 멤버 소개

먼저 제가 진행자고요, 홍성희, 옥유정, 강병수 기자가 함께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서 후배님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은 점이, 모두들 팟캐스트를 하자는 제안에 한 번에 오케이를 해줬어요. 그만큼 후배들이 이런 콘텐츠에 대한 필요성을 평소에 느끼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희가 본 방송을 녹음하기 전에 시험 녹음을 3번 정도 해봤거든요. 들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출연자들이 모두 즐겁게 하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만드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방송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4 재미를 최우선으로

팟캐스트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재미’였습니다. ‘의미’있지만 노잼이어서 외면 받거나 ‘품위’를 지키려다 ‘응 케베스가 그렇지 뭐’이런 평가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의미 있고 품위 있는 뉴스 콘텐츠는 이미 우리 회사에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뉴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젊은 층에게 우리 스테이션의 이미지를 친근감 있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 중 하납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면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우고 있습니다.

#5 잘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처음엔 기왕 시작하는 거 잘 하고 싶어서 구상만 엄청 오래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개선점은 실제로 만들어보니까 하나 둘 씩 눈에 띄더라고요.

원래 제목은 ‘나기너댓’이었어요. ‘나는 기사 쓰고, 너는 댓글 달고’의 줄임말이었는데, 로고까지 다 만들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그래서 제목도 이해하기 쉽게 바꿨고요.
시험 녹음을 세 번 정도 했는데 그때는 홍성희, 옥유정 기자랑 저랑 셋이서만 했어요. 팟캐스트는 세 명 이상은 헷갈려서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녹음본을 듣고 보니 뭔가 허전하고 텐션이 떨어져서 막내 강병수 기자를 막판에 급히 섭외했습니다. 섭외하고 다시 녹음해보니 정말 모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처음에는 팟캐스트에만 올리려 했는데 유튜브로도 올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영상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접근성이 좋아서인지 그쪽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좋은 구상도 중요하지만 일단 시작을 해야 개선점을 알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몰랐던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

#6 목요일 밤 본관 4층

저희는 매주 목요일 22시에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합니다. 녹음과 편집은 오귀나 라디오피디가 맡아주고 있는데요. 본인도 이 방송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거의 재능기부를 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편당 5천원 받음)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하는 이유는 현직 기자 4명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맞는 시간이 없었고요 ㅠㅠ 누구도 본인의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조정하다보니 결국 남는 건 22시밖에 없더라고요.(허락해주신 부장·팀장 선배들 감사합니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기자 팟캐스트 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ㅠㅠ

#7 당신도 예외아냐

한번 시작했으니, 앞으로 1년 이상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그만큼 많은 기자들의 다양한 기사가 소개될텐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섭외 전화가 갈 수도 있습니다. 부디 귀찮다고, 수줍어서, 부끄럽다고 거절하지 마옵시고 자신의 기사가 네티즌에게 털리고, 팟캐스트에서 한 번 더 씹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소정의 출연료(만4천원...)와 함께 반론권은 충분히 보장해드립니다. 그럼 저희 팟캐스트 소개와 마무리 멘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케베스가 이걸? 본인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기자들이 내놓는 찌질한 변명과 반성의 시간! 꿀잼 취재 뒷이야기와 각종 개드립이 난무하는 본격 KBS소통방송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케베스 뉴스~ 좌써!

팟빵, 아이튠즈, 유튜브에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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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혁신의 방향

보도국장 김태선

우리 통합뉴스룸이 전열을 재정비해 새롭게 출발한 지 다섯달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자 여러분들의 분투로 안착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미디어환경 급변과 주 52시간 시대 등 안팎의 도전에 맞서 적절한 응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바로 뉴스와 조직의 혁신입니다. 이를 위해 ‘뉴스 개선 TF’가 구성됐습니다. 이제 두 달 가까이 됩니다. 우리 뉴스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TF 논의는 단기, 중기, 장기, 세 차원에서 진행중입니다. 내년초 뉴스 혁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중기),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근본적인 틀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장기). 또 주말 통합 근무 등 곧바로 할 수 있는 개선 조치들은 그때그때 실행하고 있습니다(단기). 디지털 강화와 우리 조직의 전체 틀을 바꾸는 문제는 미래를 좌우할 너무나 중요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TF 논의의 초점은 내년 초 뉴스 혁신에 맞춰져 있습니다.

  TF는 현재 1TV와 2TV의 모든 뉴스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유지돼온 1TV 오후 5, 7, 9, 11시 뉴스 체제를 그대로 둘 것인지,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 또 2TV의 여러 뉴스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입니다. 메인뉴스의 변화, 주말뉴스의 재정립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뉴스의 변화를 위한 근무 체계와 조직의 일부 변화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앵커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오디션 개선안도 마련중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우리 뉴스의 생존, 그리고 이를 위한 경쟁력 강화입니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구체적인 안을 협의중이고,  모든 걸 열어놓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로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중입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심층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단 없이 하려 합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바, 그리고 우리 구성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혁신안을 내놓겠습니다.

  내년초 뉴스 혁신을 위해, 10월 안에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초안이 마련되면, 본부장 보고와 국부장단 논의 등을 거치고, 필요하면 기자협회장과 상의해 기자들께 설명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여러분들께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먼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일이고,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까요. 둘째, 우리 머리 속에 혹시 부서 중심주의, 직종 이기주의의 편린이 남아있다면 이번에 과감히 걷어냅시다. 그리고 오로지 KBS 뉴스와 우리 조직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판단의 준거를 삼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 기자들의 의지와 저력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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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독자가 없지, 가오가 없냐’

디지털주간 김태형

‘페이지 원: 인사이드 더 뉴욕타임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습니다. 2011년에 상영됐습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뉴욕, 시간적 배경은 2009년과 2010년입니다. 올해는 2018년, 요즘도 언론사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 때는 더 심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종이신문 구독자가 급감하고 덩달아 광고도 뚝뚝 떨어졌으니까요. 갑자기 도래한 디지털 세상에 너나없이 종이신문의 경영을 걱정했습니다. 문을 닫는 곳도 연이어 나왔습니다. LA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을 운영하며 백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트리뷴사도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 뉴욕타임스라고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망한다는 얘기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페이지 원은 그 시절,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속 카메라 앵글은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취재 기자들을 따라갑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 미디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관심사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취재하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담아냅니다. 데이비드 카도 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겉모습부터 평범하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합니다. 우리가 아는, 알고 있는, 혹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자의 모습입니다. 빗은 것도 같고 안 빗은 것도 같은 머리, 깎은 것도 같고 안 깎은 것도 같은 수염, 걸친 것도 같고 입은 것도 같은 티셔츠에, 무심한 표정으로 쉰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그는 다른 언론사에서 문화와 미디어 관련 기사를 주로 쓰다가 40대 중반이 돼서야 뉴욕타임스로 일터를 옮겼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뉴욕타임스 기자가 된 셈인데, 삶 자체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이십대와 삼십대를 마약 중독으로 보내고, 코카인 소지로 교도소에도 갔다 오고 했으니까요. 거친 삶을 살아온 사람답게 ‘인생, 뭐 별 거 있어?’, 오늘만 살 것 같은 사람처럼 말을 하지만, 미디어 취재가 전문인 그는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뉴욕타임스가 어려운 환경에 빠져들고 있음을 당연히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도 그의 동료들도,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수많은 매체가 새로 생기고 ‘공짜신문’이 생기고 그래서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가 기정사실이 되고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신문이 동영상 콘텐츠도 만들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네티즌에 다가서려는 별별 시도를 다 해야만 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대처해 나갑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미디어 환경이 어렵고 복잡해졌더라도, 시민의 알권리를 채우는, 다시 말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며 시민의 삶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단 한 조각도 포기할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카는, 또 그의 동료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무엇이 잘 팔리는지 자신들도 잘 알고 있지만 단지 잘 팔린다는 이유만으로 기사를 쓰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칩니다. 디지털을 이용은 하겠지만,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냅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독자가 없지, 가오가 없냐’는 정신으로 싸워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큐 영화 ‘페이지 원’이 나오고, 7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데이비드 카 같은 싸움닭 기자들 때문이었는지, 운이 좋았는지, 혁신보고서를 잘 써낸 덕인지, 그도 저도 아니라면 뉴욕이라는 이름이 주는 시크한 분위기 때문인지, 뉴욕타임스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고 변함없이 특유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요즘도 뉴욕타임스가 인터넷 광고 문구에서 첫 번째로 강조하고 있는 게 사실의 힘 (The Strength of Facts)인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실을 좋아하는 신문사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시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디지털은 다르다, 얘기들이 있지만 온라인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간입니다. 이 사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게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출발점에 서 있는가, 자문해 보면 마음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출발이 다는 아닙니다. 저널리즘 정신으로 무장된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끊임없이 ‘좋은 기사’를 써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했던 것처럼, 그래서 종이신문만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TV뉴스만 생각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디지털은, 공간이 넓습니다. 전파가 다니는 길은 한정돼 있고 그래서 그 위에 띄울 수 있는 기사의 수도 한정돼 있는 반면, 인터넷 세상은 사실상 무한대이고 그래서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기사의 수도 사실상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시청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영방송 기자들인 우리는 시민의 알권리를 옛날보다 더 많이 채워줘야 합니다. 채울 공간이 커졌으니까요. 9시뉴스에는 많아야 스무 꼭지 안팎의 기사를 올릴 수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는 하루에도 오십 개, 백 개, 그 이상의 기사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9시뉴스만 들어있다면 형형색색의 다양한 디지털 기사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방송기자이면서 동시에 디지털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전문적 식견과 통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프로페셔널이 돼야 합니다. 지상파 TV만 있던 시절에는 좁게는 다른 지상파, 넓게는 신문과 경쟁할 뿐이었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오면 세상의 모든 매체와 경쟁해야 합니다. 더 깊게 취재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힘든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는 방송기자이면서 또한 디지털기자라는 사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매체가 우글거리는 디지털은 거친 정글 같다는 사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마디 더, 데이비드 카는 지난 2015년 뉴욕타임스 사무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폐암합병증에 따른 심장마비였다고 합니다. 생전에 데이비드 카는 자신 같은 사람이 뉴욕타임스에서 일을 하게 된 건 뭔가 웃기는 일 같다면서 최고의 기자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폐나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그가 죽자 뉴욕타임스 딘 베케트 편집국장은 동시대의 가장 뛰어난 미디어 기자가 세상을 떠났다며 저널리즘과 진실에 대한 데이비드 카의 열정을 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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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둔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글
"처음처럼"

구재영/영상취재부

우리 모두는 회사에 들어오는 첫 관문 입사시험 과정에서 우리들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다짐한 것이 있다. KBS에서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할 것을 면접관에게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때 다짐했던 초심을 얼마나 잘 지키며 실천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보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우리는 해를 거듭하며 부서를 이동하고, 출입처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직위를 얻게 된다. 주어진 부서나 업무가 만족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 가고 싶은 부서, 앉고 싶은 자리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입사 당시의 초심은 점차 흐려지고, 매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못하는 업무를 맞닥뜨리면 “이런 일을 왜 내가 해야 하지?”와 같은 불평을 들어놓게 되는 것이다. 처음 입사할 때 본인에게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먼저 회사를 떠나신 선배님들을 만나면 대부분 하시는 말들이 있다. 대부분의 선배님들은‘KBS는 참 좋은 회사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며 아쉬움을 나타내신다. 회사에 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종류에 상관없이 매사에 웃으면서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는 후회 때문일 것이다. 막상 회사를 떠나게 되면 KBS에서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불평만 들어놓으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KBS에서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후회 없는 KBS에서의 시간을 위해서라도 어느 위치에서 어떠한 업무를 하던 항상 새로운 시작의 마음가짐으로 생활해 보면 어떨까? 모든 부서원이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처음처럼 업무에 임한다면 그 부서는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화기애애한 부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신입사원 면접 때 나는 지원자들에게 항상 같은 질문을 했었다. “여러분들이 입사한다면 오늘 이 시점에 실천하려는 의지와 각오를 어느 시점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마치 이것이 정해진 답인 것처럼 끝까지 초심을 버리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 지원자가 솔직히 5년 정도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던 것이 인상 깊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맞는 말이다. 그만큼 초심을 이어간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런 다짐을 실천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려는 의지만 있더라도 분명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KBS 식구 모두 떠나는 그날이 오면, 처음처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입사 시점에 스스로에게 한 처음의 약속처럼 생활하고 미련 없이 다음을 향해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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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 -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를 만나다

인터뷰 - 정재우

지난해 1월 발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 ‘독보적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의 1번 항목은 다음과 같다.

“기사는 더 시각화해야 한다(The report needs to become more visual.)”

모바일 시대에 뉴스의 시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사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직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정확한 인포그래픽이 필요하다. KBS에도 이러한 시각화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다. 디지털뉴스부의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권세라 씨와 강준희 씨를 만났다.

둘은 모두 아르바이트로 KBS에 발을 들인 뒤 정식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경쟁자를 물리치고 입사에 성공했다. 권세라 씨는 지난해 1월 입사했고, 강준희 씨는 지난 6월 입사한 3개월차 신입 디자이너다. 인포그래픽 디자인 외에 기사 맨 위에 들어가는 대문사진이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용되는 그래픽과 이미지를 책임진다. 디지털뉴스부 외에 취재부서에서 작성하는 기사에도 인포그래픽을 지원한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와 함께 구체적인 데이터를 전달한다면 ‘직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정확한 인포그래픽’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포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
권세라 : 대학 때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내는 게 흥미로웠다. 원래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것은 못 보는 성격이다. 방에 있는 매니큐어가 모두 상표를 앞쪽에 내보인 채 일렬로 나란히 줄 서 있다. 정리를 좋아한다.

-입사 후 해본 작업 중 인상적인 게 있다면?
권세라 : 지난해 했던 'KBS NEWS 스페셜 일터의 이방인' 인터넷판 작업이다. 시사기획 창에서 방송됐던 내용을 웹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새로운 형식으로 바꿔서 만들었던 팀 프로젝트인데 모바일과 웹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을 해야 하고, 개발자와 협업하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강준희 :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업한 것이 많지 않다. 얼마 전 KBS 서브채널 ‘케이야’의 브랜딩 작업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자들이 작업 요청을 받을 때 어려운 점은 없나?
권세라 : 그래프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라면 ‘제목’과 ‘데이터’와 ‘출처’를 알려주고, 약간의 설명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강준희 : 어떤 그래픽으로 들어갈지 약간의 설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얘기해주면 제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건 지양해주세요’라고 부탁할 것은 없나?
권세라 : 데이터 없이 그래프만 가져와 똑같이 그려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난감하다. 출처도 알 수 없고, 데이터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해당 그래프를 캡처해두고 따라 그렸다. 보통은 수치를 입력해서 프로그램이 그래프를 그리는데, 이 경우는 그야말로 그래프를 손으로 그린 셈이다. 기자가 그래프를 요청하면서 데이터를 함께 주지 않아 직접 출처에서 데이터를 찾아 그래프를 만든 적도 있다. 기사를 통째로 보내주며 읽고 알아서 그래픽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작업하기가 정말 어렵다.

최근 청와대가 SNS에 경제통계 그래프를 왜곡해 올렸다가 큰 망신을 당했다. JTBC는 과거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를 엉망으로 그려서 일부러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기사에 들어가는 그래프는 당연히 정확해야 한다. 정확한 그래프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정확한 인포그래픽을 얻고 싶다면 취재기자가 우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 그대와 함께 >는 취재·제작 과정에서 기자들과 함께 많은 일을 하지만 기자 직종이 아닌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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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기 신입기자 입사 후기 1
“혹시 모르니 포기하지 말 것”

김지숙/사회2부

“있잖아, 조사 받으러 출석하는 사람들한테 기자들이 ‘왜 그랬냐’ 같은 걸 물어보잖아.”  방송 뉴스를 직접 만드는 강의를 듣고 있던 2012년 어느 날. 방송사 출신 교수님이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대답 안 한단 말이지. 맨날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만 하고. 그런데 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렇게 물어보는 걸까?”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자 교수님이 한 이야기에 학생들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혹시 모른다. 그러니 포기 않고 해 본다. 별 것 아닌 일화지만, 이 기억은 수습 기간을 지내는 데에 큰 동력이 됐습니다. 수습 첫 날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거절을 당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꽁꽁 숨고 싶은 날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해보자’라고 생각할 때 뭔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정말 싫지만 한 번 들러본다, 했던 곳에는 의외로 저를 맞아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말이나 한번 걸어보자, 했던 민원인은 예상 밖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야간에 취재 지시를 주셨던 선배들께서 더 많은 곳에 가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겠지요.

따라서 수습 때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이야기에서 단서를 찾는 일, 늘 보던 풍경에서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 그건 수습 기간이 끝난 오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계없어 보이는 일에서 새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벌써 몇 번 있었으니까요. 모르는 번호로 제보 전화가 와 “제 번호를 어떻게 아셨나요?” 물으니 ‘모 경찰서 형사 당직 데스크에 있는 걸 보고 적어 왔다’는 답이 돌아온 일도 있었는데요. 그 경찰서는 언제나 아무 소득 없이 내쫓(?)기기만 했는데, 갈 때마다 명함을 드렸던 것이 그런 인연을 만들어줬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갑질’ 동영상을 받았을 때에도,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제보자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걸 물었던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선배들께 ‘혹시 모르니 물어 봐라’ ‘혹시 모르니 가 봐라’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죠. 좋은 이야기는 향기를 품고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죠.” ‘신의 놀이’라는 노래의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인터넷에서 좋은 기사를 보고, 또 댓글을 볼 때면 역시 사람들은 좋은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느낍니다. 수습 후 한 달이 지난 최근엔 어떻게 괜찮은 방송 기사를 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저희 동기들 수습 교육은 이전과는 다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경찰서 숙식(이른바 ‘하리꼬미’)도 하지 않았고, 중계와 출연 교육도 받았지요. 앞으로는 좋은 재료를 어떻게 정리해 보여주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에는 교육에 포함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매일 혼나고 많이 부족한 수습들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이야기를 선보일 수도 있을지,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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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기 신입기자 입사 후기 2
내 명함의 무게

박찬/사회2부

‘내 명함엔 질량 보존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1g이 될까 말까한 이 명함이 입사 후 나에겐 기름종이보다 가볍게 느껴지기도 종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입사하고 처음 명함을 받았을 땐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토록 되고 싶었던 방송기자가 되었다는 증표로 느껴져 막 대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명함 뭉치를 받자마자, 동네에 가서 친구들, 가족들에게 한 장씩 돌렸다. 내 명함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신기해하는 친구들, 대견스러워하며 지갑에 명함을 넣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모두가 내 명함을 이렇게 소중히 다뤄줄 줄 알았다.

  하지만 수습기자 교육이 시작되자, 내 명함이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밤 11시 자신 있게 들어간 성동경찰서. 예상과 다르게 형사팀 문부터 열기 힘들었다. ‘명함 드리러 왔다’고 말하며 겨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당직 반장 책상엔 타사 기자들의 명함이 책상 유리 사이에 어지럽게 꽂혀있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궁금증은 곧 해소됐다. 명함을 받곤 아무 일 없으니 다음에 오라는 형사반장. 그리곤 내 명함도 책상 유리 틈 사이로 직행했다. 바로 수습기자들의 명함이 그 아래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 뒤론 내 명함의 무게도 점차 가벼워졌다. 하루에 수십 개의 명함을 뿌리며 경찰, 민원인에게 말을 붙였지만 반응은 대개 차가웠다. 명함을 받곤 바로 버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회사 이메일로 제보가 왔다. 검도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성추행해 영구제명을 당했는데 세간엔 알려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메일 주소를 알았는지 궁금해 알아보니 내 명함을 보고 연락을 줬다고 한다. 취재를 했고 정말로 성추행으로 감독이 영구제명을 당했고 그 다음날 취재해 리포트를 제작했다. 감독에겐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문자도 받았다. 누군가는 내가 무심코 준 명함을 받고 고민 끝에 제보했다는 생각에, 한동안 가볍게 느껴지던 내 명함이 다시 무겁게 느껴졌다.            
 
  그 뒤로도 많지는 않지만 간혹 모르는 번호 혹은 이메일로 제보가 왔다. 무작정 명함을 주고 말 몇 마디 붙인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자가 된 지 어느덧 4개월. 탈수습한 지는 갓 1개월이 넘었다. 아직 나 자신을 ‘진짜 기자’라고 말하기엔, 기사 쓰는 것부터 취재원에게 정보를 얻기까지 전부 어렵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지난 기간 깨달은 점 한 가지는 ‘발로 뛰는 기자는 못 이긴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명함을 주는지에 따라, 내 명함을 무겁게 느끼고 제보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래서 오늘도 명함을 지갑에 넣곤 열심히 돌아다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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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자들 >
‘기자님’이라 쓰고 ‘피감기관 직원’이라 읽는다

신지혜/대외협력실 대외정책부

대외정책부 기자입니다. 국회를 출입합니다. 발제 압박 없고, 리포트 부담 없고, 정기국회 기간 아니면 ‘나인투씩스’도 가능해요. 그런데…. 호칭은 ‘기자님’인데 신분은 피감기관 직원입니다. 가끔 ‘협력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보도정보 대신 한컴 2018을 씁니다. 기사 대신 보고서를 쓰거든요. 식당에선 약간 빨리 일어나 얼른 신발을 찾아 신습니다. 취재원보다 계산대 앞에 먼저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죠. 기자 아닌 기자로, 이렇게 다섯 달째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익은 최대로, 손해는 최소화하려는 부서입니다.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언론단체들을 설득하고 우리 편으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국회에 가서 방송법 개정안이 공영방송을 지켜나가는 방향이 되도록 노력하고, 예산 깎지 말라고 설득하고, 국정감사에선 회사가 최대한 흠집 나지 않도록 뜁니다. KBS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자료를 제출하고 직접 찾아가 설명하기도 합니다. 방통위 사정도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어야 하지요. 사실 예전엔 출입기자들이 ‘갑질’ 비슷하게 했던 일인데 많이 선진화(?)됐습니다. 이 업무에 부장부터 저까지 기자가 넷 달라붙어 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팀 막내인 저의 주요 업무는 의원회관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겁니다. 예고 없이 국회 과방위 보좌진을 찾아가서 넉살 좋은 아저씨처럼 인사하고 얘기 나누다 나오는 거예요. 여름에는 의원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도 채워 넣고요. 우리를 보는 시각도 참 다양합니다. KBS가 잘 돼야 한다는 보좌진부터, ‘이미 언론장악 당한 것 아니냐, 누워도 한참 누웠다’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사 입장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인데, 출입기자일 때와 다르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10월에 있을 국감을 준비해야 합니다. 야당에 빙의해서 가시 돋친 질의를 마구 떠올리다가, 여당의 눈으로 회사를 바라보곤 합니다. 자료 요구도 빗발칩니다. 답변을 준비하다 보면, KBS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걸 절감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TV를 보지 않고, 우리 내부 변화도 더딘 것 같고…. 동시에, 수신료 받는 방송사가 가진 특권과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도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바깥에 나와 보니 더 그렇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의 노력을 외부에 최대한 잘 전달하고, 우리의 일터가 최대한 이득을 보도록 미미하게나마 힘을 보태는 게 밥값 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외부자’의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 외부자들 >은 보도본부 밖에 있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타 본부에서 일하는 '기자 아닌 기자'들의 적극적인 발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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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보도상 수상후기
“억울하고 고통스럽나요? 여기 KBS가 있습니다”

남승우/디지털뉴스부

'우리 시청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해 보자.'

< 더 이상은 못 참겠다(못 참겠다) >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언론이 보도만 하면 되지 왜 굳이 나서서 국민들을 도와줘야 하는 걸까? 목표는 단순합니다. '도움'을 매개로 KBS의 '충성 고객'을 더 연결하고 확장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대상을 '분노'로 설정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부당한 일로 분통 터지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KBS에도 '성난' 제보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 뉴스9 >을 비롯한 뉴스에서 실제로 다뤄지는 경우는 제한적입니다.

이처럼 뉴스에서 다루긴 힘들지만, 당사자에겐 너무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울 사안을 찾아내 디지털적 문법으로 다루는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보는 보도정보시스템의 제보 창에서 찾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취재할 제보를 고른 다음 가장 집중한 작업은 '검증'입니다. 검증 결과 타당한 분노라고 판단되면, 현장으로 가서 제보자와 직접 만났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생생하게 담는 데 주력했습니다.

제작은 당사자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기자 오디오 없이 자막과 배경 음악만 사용했습니다. 제보자와 상대 측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았습니다. 영상의 도입부터 곧바로 제보자 목소리를 담는 방법도 썼습니다.

네티즌은 < 못 참겠다 >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소통했습니다. 댓글을 통해 제보자가 느낀 분노에 공감하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KBS가 마련한 < 못 참겠다 >라는 공론의 장 속에서 '연결'됐습니다.

 분노를 연결하고, 결집하고, 해소하는 < 못 참겠다 > 프로젝트는 이제 첫걸음을 뗀 단계입니다. 관심을 보여주시고 소중한 상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기회를 준 저희 디지털뉴스부에도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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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보도상 수상후기
"저기...이런 것도 취재가 되나요?"

김용준/사회2부

‘선배, 아시아나 승무원에게 익명으로 받은 영상입니다. 혹시 몰라 공유합니다.’

우리 부서 막내 김지숙 기자(45기)의 메시지였습니다. 승무원 교육생들이 율동을 하며, 낯 뜨거운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50초짜리 영상을 보자마자 몇 번을 돌려보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혹시 모르다니, 이건 충격이다’

“저기...기자님, 저희 회사에 박삼구 회장 뜨면(오면) 눈물만 흘려야 하는 승무원이 있는데요...이런 건 기사화하기엔 좀 약하겠지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아시아나 승무원이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즈음 저에게 해준 말입니다.
‘무슨 소리지? 약하다니, 도대체 아시아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박삼구 회장이 오는 날이면 감격해서 눈물을 뚝뚝 흘려야 하는 승무원. 박삼구 회장이 너무 반가워서 달려가 끌어안아야 하는 승무원. 이때 포인트는 ‘꽉 끌어안을 것’.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박삼구 회장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종이학을 접어 천 마리를 안겨드릴 날만 기다렸다는 승무원.

과거 국방부와 통일부 출입을 할 때 조선중앙TV를 모니터하곤 했습니다. 오전 9시 반쯤이면 조선중앙TV 보도가 나온 뒤 기록영화가 이어지죠. 그 기록영화의 기승전결은 매번 대동소이합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해안포대 소속 군인들이 두 손을 들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깊이의 바다로 몸을 던지며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북한 지역 농가에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하면 지방 토속 진상품을 바치고, 꽉 끌어안으며 흐느끼는 모습들... 아시나아 기내식 대란 사태로 촉발된 문제는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시아나 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갑질 경영과 갑질 문화의 단면이 이렇다는 힌트를 우리 기자들에게 준 셈이죠.

보도 직후 파급력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동영상과 뉴스 조회 수는 폭발했고, 기내식 대란으로 만들어진 수천 명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나도 당했다’라는 식의 미투 운동으로 전개됐습니다. 저는 아시아나 측에 전화를 해서 해명을 들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해명을 해준 분과 아시아나라는 기업이 너무나 불쌍해서 첫 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해명을 해보라는 기회를 줘야했습니다.

“박삼구 회장이 승무원들을 만나러 올 때면, 승무원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끌어안고 악수하고 무릎 굽혀 인사하고 종이학 천 마리를 갖다 바치고...위에서 왜 이런걸 지시하는 겁니까?”

아시아나 측의 첫 해명은 이랬습니다.

“그건 자발적으로 승무원들이 준비한 거지 시킨 게 아니다...”

저는 재차 물었습니다.

“저는 해명해주신대로 기사를 쓰면 됩니다. 제가 만난 복수의 승무원들과 얘기가 계속 나오는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원성이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자발적입니까? 안타까워서 다시 여쭤보는겁니다.”

돌아오는 답을 듣고 아시아나 측에 더 이상 묻지 말자고 단념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ㅋ 자발적이란 게 좀 그러면, 음.. 뭐가 좋을까요, 제가 잘 안 떠올라서 기자님. 능동적이었다? 아니면 적극적인?”

아시아나 직원들의 박삼구 회장과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에서는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자발적이라니’ 이후 우리 부서에서는 미투 국면에서만 그치지 않고, 기업 경영을 좀 더 파헤쳐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직원들, 특히 승무원들을 하수인 수준으로 여기며 회사를 다닐수록 자괴감이 들게 하는 기업이라면 분명 기업 경영 전반에도 이 같은 문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요. 부서원들이 취재해보니 아시아나는 K시리즈라는 오묘한(?) 협력사를 만들고, 지인과 측근을 대표로 앉히면서 수익의 상당부분은 박삼구 회장의 재단으로 다시 흘러들어가는 식의 구조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선망의 기업이고 선망의 직업이기에 아시아나 항공사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입사하고 직원이 됐을 때, 물론 그들에게 영광스런 일이겠죠. 하지만 기업 역시 그렇게 우수한 인재를 자기 직원으로 데리고 있다는 것을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월급을 주니 너는 알아서 기어’라는 식이라니.

최근 들리는 제보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승무원들의 기를 받아간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직원들이 기 빨리는(?) 현장을 계속해서 추적하겠습니다. 아시아나가 미워서가 아닙니다. 적어도 이 땅에서 건강하게 자라서 사회의 구성원이 된 사람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구조와 문화에서 근무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데 저희의 보도가 일조할 수 있다면, 저희도 역시 ‘공영방송’ 기자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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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 인사
용광로 같은 열망을 긍정의 에너지로

공아영/기자협회장

살갗이 타들어갈 것 같은 불볕더위였습니다. 사그라들 것 같지 않던 폭염도 때가 되니, 태풍과 폭우에 밀려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나봅니다.  

8월 어느 날, 한 후배가 기자협회사무실에 들이닥쳤습니다.  

“저 1인시위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난데없이 1인 시위라니? 알고 보니, 한창 < 오늘밤 김제동 > 신설과 맞물려 뉴스라인 편성 논란이 일던 때였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후배가 마냥 감정이 격해진 겁니다. 마주 앉아 한참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흥분 상태였던 후배는 팩트를 알고 나선 안정을 찾더니 이해의 단계를 거쳐 대안 제시까지 해줬더랬습니다.

7월 1일, 41대 기자협회가 출발 한 이후,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었습니다. 150여 명 협회원들 목소리를 모아 < 국부장단 워크숍 >에서 뉴스와 조직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뉴스개선TF가 출범을 알리자마자, 급작스럽게 뉴스라인 존폐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펄펄 끓는 용광로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뉴스와 조직에 대한 열망이 크게 느껴집니다. 새롭게 시작했고, 사력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고, 때론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여러 이슈들을 거치며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확한 팩트가 설명되어지고, 시간을 들여 교감하면 일순 격해진 감정일지라도 긍정의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순간순간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기자협회 사무실에 ‘빈백’이라는 푹신한 소파가 있습니다. 일단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싫어지는 마약 같다고들 합니다.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지치고, 피로감이 심히 몰려올 때, 잠시 오셔서 쉬어가시면 좋겠습니다.

41대 기협 첫 기자협회보에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활자로 묶어보았습니다. 두 달여의 짧지만 다단했던 시간들이 오랜 필름처럼 스칩니다. 이번에 못 다한 이야기들은 다음 호에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귓가를 간지릅니다. 올여름 필수품이었던 ‘손선풍기’ 없이도 거리로 나설 자신이 생깁니다. 누구라도 만나면 먼저 웃으며 인사 건네야겠습니다.
 
   무더위가 가신 8월 어느 날
   기협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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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1대 KBS 기자협회 활동보고 >

‌1. 제 41대 KBS기자협회 출범

지난 6월 22일, 41대 기자협회장으로 공아영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총 유권자 543명중 356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율 65.56%, 찬성 319명 (89.61%) 반대 37명 (10.39%) 이었습니다. 7월 6일 이, 취임식을 기점으로 14명의 집행부가 꾸려졌습니다. 이전 집행부와 달리 여성분야를 신설했고 복지 분야를 1,2국장으로 확대 강화했습니다.

2. 1·2차 운영위원회 개최

7월 13일, 부서별 운영위원이 최종 선출됐고 16일, 1차 운영위원회를 열었습니다.

*논의 내용
1. 7월 17일(화) 국부장단 워크숍 관련 부서별 제안
2.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관련 부서별 현 상황, 개선안 수렴
3. 뉴스모니터단 구성 논의
4. 특파원 제도 개선안 등 관련 논의
5.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대리인을 포함해 총 27명이 참석했고, 운영위는 KBS뉴스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형식, 편집방향 등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부서별 개인별로 취합한 협회원들의 의견을 국부장단에 전달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실제, 워크숍에서 이 내용들은 모두 전달됐습니다.

7월 31일에는 뉴스라인 편성과 관련한 긴급 운영위인 ‘2차 운영위’가 열렸습니다.
편성 쪽에서  ‘PD 제작 시사뉴스쇼 형식의 새프로그램을 1TV에서 하고자한다’고 보도본부에 알려왔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 편성 제출안 >
1안: 밤 10시-10시 30분 ‘오늘밤 김제동’(정치시사 뉴스쇼) - > 뉴스라인 11시 20분으로 연기
2안: 밤 11시-11시 30분 ‘오늘밤 김제동’ - > 뉴스라인 12시 20분으로 연기

대리인 포함 총 27명이 참석했고, 운영위는 신설될 < 김제동의 더라이브 >가 1TV 밤 10시 또는 11시에 편성될 경우, < 뉴스라인 >의 정시성이 흔들리는 데 깊은 우려의 뜻을 함께하고, 이를 본부장에게 전달해 편성안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촉구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또 향후 뉴스라인 개선안 등에 대해 새로 출범한 < 뉴스개선 TF >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 과정을 수시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뉴스라인은 10분을 축소하고,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은
밤 11시 30분부터 방영하기로 했습니다.  

3. 뉴스모니터단 출범

우리 뉴스 발전을 위한 < KBS뉴스 모니터단 >이 8월 1일, 공식 발족했습니다. 기협 운영위원과 집행부, 각 부서 야근자들이 하루 2명 씩 조를 이뤄 모니터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구성
- 단장 : 박종훈(25기)
- 기협 집행부, 부서 운영위원, 야근자 등 하루 2명
- 모니터 내용 익명 게시 원칙으로, 당일 모니터 담당자에게 문자 발송
- 모니터 작성 뒤 단장에게 제출- >협회장 취합- >보도게시판 공지, 취재제작회의 반영

4. ‘꼭 필요한 코비스 정보’ 놓치지 마세요~
과중한 업무로 KOBIS에 접속하지 못하는 협회원들을 위해 ‘주요 업무공지’를 추려 보도정보게시판에 공지하고 있습니다.

5. 보도본부 찌라시, ‘팩트체크’ 해드립니다...[기협통신] 재개
정확한 팩트는 모르겠고, 이것저것 썰은 많고... 보도본부에 떠도는 각종 의혹과 소문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자 [기협통신]을 재개했습니다. 협회원들의 공통된 궁금증이 모이면 수뇌부나 담당자 등을 찾아가 ‘팩트체크’ 해드리겠습니다.
 
6, ‘우산 빌려드립니다’ & 상비약품 · 생리대 비치
출근길 우산 챙기는 걸 깜빡한 협회원들을 위해 우산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언제든 이용 가능합니다. 약이 없어 곤란했던 협회원들을 위해서는 증상별 상비약과 함께 생리대도 비치했습니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뉴스광장의 살아 있는 역사, 정정선 회원의 장남 승원 군이 9월 1일 화촉을 밝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차정인 회원이 7월 30일 셋째 ‘준우’를 출산했습니다. 아들 쌍둥이에 이어 막내(가 될 수도 있는) 아들이 태어나면서 다자녀 가족이 탄생했습니다. 아기는 3.82kg으로 아주 건강하답니다.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8월 30일 곽희섭.이윤희 부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째 아들을 얻었습니다. 불혹을 한참 넘어 둘째를 얻은 아빠는 "늦둥이라 쑥스럽지만 사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영상취재부 지선호 회원은 7월 23일 오전 6시 36분 건강하고 예쁜 딸 '수아'를 만났습니다!!
덕분에 야근중이던 아빠가 아주 빠른 퇴근을 했다고 합니다.

‌책 냈어요

‌과학재난부 신방실 회원의 신간 < 오늘도 대한민국은 이상기후입니다! >가 출간됐습니다. 폭염, 가을장마...갈수록 기상전문기자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지만 벌써 다섯 번째 책을 선보였습니다.

책 냈어요

‌신사업기획부 양성모 회원이 필진으로 참여한 책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국제이슈 >도 출간됐습니다. 난민, 테러, 금융위기, 블록체인, 기본소득 등 국제 이슈를 쉽게 정리했습니다.